어쩌다 내 몸에 얻어 붙인 딱지 하나. ‘작가, 무슨 작가씩이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꾸만 거북하다. 작가 소개라고 하는 칸에 들어가서 ‘작가’라는 단어를 지워 버렸다.
작가라고 하면 독자가 있어야 하고, 읽는 이들에게 조그만 감동이라도 줄 수 있는 글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 썼다 지웠다 되풀이해가며 애쓰고 써 보아도, 끝내 나타난 모습은 너무 초라하다. 길에서 얻은 조약돌 하나, 예쁘지도 않고 귀하지도 않은 그저 그렇고 그런 돌 하나를 들고 서서, 만지작거리며 누군가에게 내보이고 싶어 하는 몸짓.
보일까 말까 망설임 속에 그래도 마음속에 고집스레 붙어 있는 마음 한 조각. 이 돌은 남들이 가지 않은 호젓한 길에서 주워 온 것이니 한 번 보겠느냐고. 비록 몸짓이 굼뜨고 어눌해도 살아 있기에 꿈틀거리고 있는 몸짓이다. 다 타 버린 난쟁이 촛불이 되었지만, 마지막 불꽃이 꺼질 때까지 팔랑이고 싶은 것이다. 자주빛 예쁜 꽃잎은 떨어져 없어졌지만, 가느다랗게 여위고 하얗게 빛바랜 머리카락 하나씩 바람결에 날려 보내고 있는 할미꽃의 모습이다.
마을 어귀에 해묵은 벚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꽃 하늘을 이고 있지만, 한 아름이나 되는 나무 등걸은 거북등같이 단단하고 거칠었다. 그 사이로 벚꽃 두서너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저렇게 단단한 껍질을 어떻게 뚫고 나왔을까. 경이로운 생명력을 본 것이다.
그 순간 문득 한 구절이 떠올랐다. ‘고목에도 꽃이 피려나.’ 고목이 된 나의 숨겨진 마음의 표출인가.
뒹구는 낙엽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밟혀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가랑잎 말고, 누군가가 주워서 책갈피에 넣어 두는 예쁜 단풍잎이 되고 싶다. 잊혀 있다가 먼 훗날, 우연히 펼쳐진 책갈피 속에 , 얌전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단풍잎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