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이야기
정기검사차 종합병원에 가는 날, 사람들로 붐비는 진료실 앞에서 풍경을 본다. 휠체어를 미는 사람, 노모와 눈을 맞추려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장년의 아들. 그들이 부르는 "엄마"라는 소리가 참 정겹다.
나도 아흔을 넘긴 노파지만, 나는 잡아줄 손도 영감도 없이 혼자 병원 일을 처리한다. 아이들이 바쁜 것을 알기에 굳이 말하지 않는다. 혼자서도 잘 살겠노라 호언장담하지만, 복잡한 병원 로비를 헤맬 때면 무너지는 자존심과 함께 서글픔이 밀려오기도 한다.
약 보따리를 들고 귀가하는 차 안에서 자식들이 사는 아파트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건넨다.
“엄마 지금 혼자 병원 갔다 가는 길이야. 너희들이 같이 안 가도 괜찮아. 엄마는 혼자서도 잘했단다.”
젊은 시절, 일하느라 늘 비어있던 집에서 홀로 엄마를 기다렸을 내 아이들. 그 결핍의 시간을 묵묵히 참아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제는 내가 그 결핍을 참아낼 차례라고 생각한다. 내 자식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혼자 잘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