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딩동 전화 소리가 머리맡에서 울린다.
잠결에 더듬 더듬 핸드폰을 집어 들고, 잘 떠지지 않는 눈을 한쪽 눈을 감은 채,
“ I’m OK! ” 한 마디 써 보내고 나서, 슬며시 벼갯머리에 밀어 놓았다.
조용한 어둠이 내 침실에 내려 앉아 있는 이른 아침이다.
어떤 때는 그 어둠이 나를 외로움이나 불안 속에 가두어 두는 깜깜함이어서 벗어나고 싶은 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나를 감싸고 있는 이 어둠의 모습은 달랐다. 이불 밑 전기장판에서 올라오는 따스한 온기, 잘 자고 일어났다는 편안함과 안도, 주어진 숙제를 하고 난 자유로움, 이런 것들이 어울려 오늘 새벽 드리운 어둠은 평안이자 고요이며 안정이다. 이 편안한 정적의 오늘 아침이 좋다. 더 붙들어 있고 싶다.
“그 친구가 동창 모임에 갔다 오니까 영감이 마루에 쓰러져 숨져 있더래...”
“어떤 할머니는 죽은지 사흘만에 발견 되었대...” 라고 하는 말,
밤에 자다가 같이 자고 있던 사람도 모르게 숨이 끊긴 사람,
점심 잘 먹고 낮잠 자러 들어가다가 영원한 잠에 빠진 사람.
노인들 간에, 흔히 들려오는 소식들이다.
독거 노인이면서 자꾸만 나이가 더해지고 있으니,
나도 언제 그 지경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하게 되었다.
자식들에게 그 걱정을 털어놓았더니, 매일 전화를 해서 내 안위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내가 내 안부를 매일 전해 주겠다고 했다. 할 일도 많고 마음쓸 일도 많은 그들에게 숙제 하나 더 얹어 주느니. 시간도 많고 할 일도 없는 내가 하기로 한 것이다.
방법은 매일 정한 시간에 무사하다는 짧은 한마디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전화로 하지 않는 이유.
혹시 바쁜 손놀림이나 발걸음 중에 있는데, 내가 보내는 벨 소리가 그들의 손길이나 발길을 잠시라도 멈추게 하는 것이 싫어서 그랬다.
문자는 소리 없이 갔다가 시간 날 때 들여다 보면 되겠기에 그렇게 했다.
오늘 늦잠 자는 바람에 보고가 없자 그쪽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내 못된 성격인지 지나친 배려인지 나는 전화를 잘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심해서는 결코 아니다.
‘잘 있어? 아픈 데는 없는 거야? 별일 없어? 아이들은 다 잘 있니?’
내 마음은 늘 그들 곁에 머물고 있지만, 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다.
내 친구 하나는 매일 자식들하고 전화하면서 ‘사랑한다’는 말까지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수화기를 매일 든다. 누구 못지않게 사랑하고도 있다.
다만 전화의 벨 소리는 내 가슴으로 전달 될 뿐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어미의 마음이 그들에게 무심으로 치부되지 않을지...’
‘그래서 많이 서운하지는 않을지...’
‘어미 사랑에 갈증을 느끼며 사는 것이 아닌지’
이런 내 연민마저 신호로 보내지 못하고 내 마음속에 대고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