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처럼

by 할미꽃


방금 뜬 꽃수세미를 뜨개 바구니에 얹어 놓는다.

하나 둘 쌓여가며 실 바구니는 꽃바구니가 된다.

고작 이천원 남짓한 실다발이 만들어 낸 꽃송이들이다. 값진 보석이 쌓이기라도 하는것 처럼 뿌듯하다.

하얀 실오라기들이 엮이는 틈새로 민들레 홀씨가 떠올랐다.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솔솔..."

어디로 가는지 뒤에 이어지는 가사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머리 속에서 하얀 민들레 홀씨가 바람 타고 둥둥 날아가고 있다.

언젠가 내 꽃바구니의 꽃수세미들도 민들레 홀씨처럼 어디론가 흩어져 날아갈 것이다.

주소도 알 길 없는 어느 집 주방에 내려 앉아있겠지. 더러움을 씻어 내는 고운 손이 되겠지.


내 안에도 민들레 홀씨 하나가 내려 앉아, 뿌리를 깊이 밖고 있었나보다.

초등학교 때 일이다. 국어시간에 시화를 짓는 과제가 있었다.

저 멀리 오솔길이 꼬리를 감추는 언덕 아래에, 소녀가 앉아 있고, 그 곁에 민들레 한 송이를 그렸다.

엄마를 기다리는 소녀의 마음을 글로 썼다. 선생님이 동무들 앞에서 크게 칭찬을 해 주셨다. 그때 그 으쓱하고 좋았던 마음이 홀씨 하나가 되어 민들레 처럼 내 안에 뿌리 내려 있었나보다.

아니 어쩌면 민들레 홀씨는 내 삶의 씨앗이 되어 내 안에 뿌리 내린것인지 모른다.

내 딸이 시화 속의 소녀처럼 나를 기다린 세월을 갖게 될 줄을 그때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친구들과 모임을 갖게 되면서도 모임 이름을 ‘민들레’라고 지었다.

민들레 홀씨 하나가 땅속에 묻혀, 모진 추위 이겨내고 피워낸 꽃 한 송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작고 노란 꽃잎들은 생명의 조각들일까? 인고의 시간들일까?

부서져 흩어지는 하얀 민들레 꽃씨에서 노란 민들레 꽃밭이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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