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정리하고 떠나야 할 숙제, 바로 내 살아온 모습이 담긴 앨범이다. 내가 떠난 후 자식들이 짐을 정리하며 어미의 기록을 쓰레기 더미에 던질 때 느낄 미안함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 손으로 없애버리리라 마음먹고 앨범을 펼쳤다.
60년이 넘은 사진들은 빛이 바래 희미했지만, 내 눈에는 그날의 공기가 또렷이 보였다. 나 스스로를 속이 다 녹아 없어진 빈 우렁이 껍질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사진 속의 나는 아니었다. 삼 남매의 출생과 졸업, 결혼의 순간들... 나는 빈껍데기가 아니라 반짝이는 보석이 가득 든 보석 주머니였다.
미웠던 남편과의 시간 속에서도 행복의 조각들을 찾아냈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고 싶은 내 삶이다. 차마 없애지 못한 추억들을 한 장 한 장 정성껏 컴퓨터 속에 담았다. 내 삶이 이어지는 동안, 이 보석들을 가슴에 안고 하나씩 꺼내 보며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