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석처럼 맨 앞자리를 지키던 노인들이 하나둘씩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들이 앉았던 빈자리가 다음엔 내 자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청기를 끼었어도 기계를 거쳐 나오는 소리가 분명하지 않아 답답했다. 어디서 주워들었던지 ‘나이가 나만큼 많은 사람은 꼭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말. 그리고,
마땅히 떠오르는 죄명이 없어 “미사에 여러번 빠졌습니다.” 하며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고해성사도 마음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스스로 끄집어내 모아 가면서, 여러 달 동안 성당에 가지 않았다.
3월 1일 일요일 아침. 거실 안으로 조용히 들어오는 햇살에 겨우내 움츠러진 마음이 따스해지며 기지개를 폈다.
성당에 들어서자, 포근하고 아늑한 기운이 나를 안아 주었다. 오랜만에 친정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도 있었다.
앞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제대 위에 놓인 초에 아직 불이 붙지 않았다. 침묵한 채 단정히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뒤에 복사 아이들이 나타나 불을 붙였다. 작은 불꽃이 조금씩 커갔다.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 처럼 촛불을 마주 보고 있는데 까닭을 알 수 없는 눈물이 고여왔다. 삼켜보려고 고개를 쳐들었다. 작은 눈망울로는 차오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었나 보다. 얼른 두 손가락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귓전으로 훑어내렸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햇살 같은 빛이 내려오더니 내 온몸을 감싸 안았다. 포근하고 평화로웠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나 혼자 앉아 있다.
그리고 고해성사 죄명이 떠올랐다.
죄명은 “핑계” 그리고 “두려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