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고 떠들썩하더니, 또다시 추워졌으니 감기 조심하라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오늘 아침, 이불 속에서 눈을 떴을 때, 간밤에 켜 둔 전기장판에서 따듯한 온기가 올라왔다.
문득 베란다에 둔 화분들이 걱정되었다.
재작년 겨울,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의 겨울나기를 위해서 어찌하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언젠가 길가에서 본 간이 온실을 떠올렸다. 대강의 치수를 정하고 모양은 머릿속에 그려두고 철물점으로 갔다. 스텐 파이프와 연결 고리들을 사 왔다. 그리고 그 위에 씌울 두꺼운 비닐도 사 왔다. 전개도를 놓고 비닐을 마름질하고 테이프를 꼼꼼히 붙여 가면서 제법 그럴듯한 온실을 만들어냈다.
내 키만큼 크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자주 거기에 드나들면서 살펴보곤 하였다.
겉보기에는 모두 잘 있는 것 같았다.
봄이 되어 온실을 해체하고 보니 잘 있는줄 만 알았던 화초들이 축 늘어진 채 죽어가고 있었다.
죽어가는 화분을 보면서,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내 무지가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내가 만든 온실은 허울은 근사했다. 추위를 다 막아 줄 것 같았지만,
차가운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틈새는 얼마든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지난 겨울에는 화분들을 모두 거실 안으로 들여놓았다.
나와 함께 거실에서 늘 같이 살았다. 지난 가을 인터넷에서 손가락 길이만 한 제라늄 모종을 하나 사왔다. 제법 키도 크고 잎 넓이도 커 가고 있는데, 어쩐지 색깔이 다른 것보다 연했다. 병약한 아이의 얼굴 같아서 볼 때 마다 마음이 쓰였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라는 말에 거실 안 햇볕을 따라 화분들을 옮겼다. 처음에는 옅은 색의 제라늄 한 분을 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다른 화분들을 차별대우하는 것 같아 모두 그렇게 햇볕을 따라다니게 했다.
다시 봄이 왔다기에 그들을 모두 베란다로 내놓았다. 거실 창문 하나를 벗어났을 뿐인데, 그들은 더 따듯한 봄을 맞고 있었다.
줄기 아래엔 연두색 새순이 뾰족히 올라오고 있다.
꽃샘추위 예고에 나만 전기담요 스위치를 켜고, 그들에게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았다는 게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간밤의 추위를 잘 견뎌 냈을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밖으로 서둘러 나갔더니 화초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 싱싱한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휴_” 긴 안도의 숨이 나왔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마음에 잎사귀 하나하나 쓰다듬어 주었다.
돌아서 나오는데 한쪽 구석에 멋쩍게 서 있는 옛 온실의 잔해가 눈에 띄었다.
피식 쓴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층 건물 사이 좁은 틈새에
포장을 둘러치고 노인이 앉아 있습니다.
곁에는 주전자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릅니다.
노인은 빈 컵 하나 두고 앞만 보고 있습니다.
어쩌다 머무는 발길 있으면 노인이 묻습니다.
“차 한 잔 드실래요? 공짜예요.”
공짜 한 잔에 감사를 얹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