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저고리

by 할미꽃

85년도 더 된 해묵은 마음 한 조각이 내 속에 남아 있다.

어느 명절날 아침이었다.

엄마가 새로 만들어준 옷을 입고 서둘러 대문 밖으로 나갔다. 동무들이 하나둘 자기 집에서 뛰어나왔다.

전깃줄에 앉은 참새들처럼, 아이들이 옆집 처마 끝에 놓인 댓돌 위로 쪼르르 모여들었다.

동무들도 모두 새 옷을 입고 나왔다.

옆에 앉은 동무의 빨간 치마와 색동저고리를 보았다. 그 건너 동무의 옷도 색동저고리였다. 나는 나의 하늘색 치마와 하얀 블라우스를 번갈아 보며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우리 엄마는 왜 저런 옷을 안 해 주고 이런 옷을 만들어 주었나’

내 파란 치마와 하얀 블라우스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훗날, 내 딸을 시집보내며 함 받는 날, 무슨 옷을 입힐까 고민하다가 빨간 치마에 색동저고리를 골랐다.

색동 저고리 입은 딸은 꽃같이 예쁘고 무지개빛 같이 아름다웠다.


지금까지도 나는 색동저고리를 입어보지 못했다.


이제사 그 때 우리 엄마는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의 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엄마가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실 때도, 내가 옷깃을 만지작 거리던 그 마음이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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