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원두막이라고 하면 참외밭을 연상할 거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지금부터 여든 해가 넘은 옛날이야기다.
우리 동네에 피서지 같은 원두막이 하나 있었다.
동네 남자 어른들이 무더운 여름철이면 삼삼오오 그곳에 모여 지내셨다.
높이 솟아오른 하늘 한가운데 사방이 터진 원두막엔 늘 시원한 바람이 머물렀다.
어른들은 그곳에서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셨다. 긴 곰방대에 부싯돌로 불을 붙이시던 할아버지 모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언젠가 아버지가 품에 안아 나를 그곳에 올려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내가 정말로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원두막 아래에서 보면 그곳은 언제나 신선이 노니는 곳 같았다.
어느 날 엄마가 말씀하셨다.
”원두막에 가서 아버지 점심 잡수시라고 일러드려라.“
나는 치마폭을 휘어잡고 달려가 원두막 앞에 섰다.
원두막을 쳐다보았다.
그 때 그 원두막은, 대여섯살 나에게는 지금의 마천루같이 높아 보였다.
얼굴을 한껏 젖히고 올려다보니, 원두막 위 사람들이 정말로 하늘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 높아서 혼자 올라가기엔 겁이 났고, 아래에서 아버지를 부르기엔 소리가 닿지 않을 만큼 멀어 보였다.
어쩌나 어쩌나 망설이며 하늘만 쳐다보았던 꼬마의 모습이, 긴 세월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그때 그 원두막 위에 불어 오던 ‘바람 맛’은 이제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다.
에어컨 바람의 위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원두막 가슴팍을 가로지르던 그 바람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런 원두막에 다시 한번 올라가 그 바람을 실컷 맞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