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같은 두 노인이 2인용 소파에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거실 안에는 늘 텔레비전 소리만 흘렀다.
한 노인이 등받이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더니, 기어코 좁은 자리를 비집고 동그랗게 누워 버렸다.
영감의 손이 슬그머니 내려와 치마 속에 감춰 놓은 내 발을 꺼내어 자기 무릎 위에 얹어 놓고는 조물락 조물락 주물러 주었다.
맨발에 닿는 그의 손길은 명주처럼 부드럽고 따듯했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풋솜의 가느다란 실 같은 그의 손 힘을 느끼며, 잔설처럼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젊은 날의 미움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영감이 소파에 나와 앉을 힘도 없게 되자, 그는 침상에 누워 탤레비젼 대신 라디오에 기대어 하루를 보냈다.
그의 손은 소파 위의 내 발이 되었고, 내 발은 그의 손이 되었다.
갑자기 내 발길이 갈 곳을 잃게 되었다.
둘이 서로 맞대어 이루고 있는 ‘사람 인(人)’ 자의 가느다란 두 획.
한 획이 사라지자 남은 한 획이 흔들리며 위태롭게 기울어갔다.
무엇이라도 짚고 버텨 보려고 허둥대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지푸라기 같은 마음 조각들을 발견했다.
나는 지금 그 지푸라기들을 주워 모아 먼지를 털어내고, 붙이고 엮어가면서 지팡이 하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