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by 할미꽃

햇살이 머리 위에서 어서 일어나라고 흔들어 깨우는데,

못 들은 체하고, 이불을 휘감으며 이불 속으로 다시 파고들었다.

이불 속은, 내 몸에 딱 알맞게 데워져 있다.

어느 때보다 더 오늘 이불 속이 따뜻하고 아늑했다.

‘오늘은 일어나지 않고 이대로 하루 종일 이불 속에서 뒹굴거야’ 나 자신에게 속삭였다.

간밤에 이불 속에 두고 온 아쉬움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꿈에 영감이 나타났는데 모습이 퍽 생소했다.

운전이 무서워서 생전에 운전 면허증조차 따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능숙한 솜씨로 나를 옆자리에 태우고 교외 길을 달리고 있었다.

‘이렇게 운전을 잘 하면서 그동안 왜 안 했지?’

흐릿한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혼잣말을 하다가

햇살이 깨우는 바람에 멈춰버린 그 길에 다시 올라, 그와 함께 어디론가 달리고 싶어서였다.


창 안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인 어느 날.

눈이 쏟아지는 이른 아침이었다. 차창에 두껍게 쌓인 눈을 쓸어내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직장인들, 눈 속에 파묻혀 헛바퀴만 도는 차들을 보면서, 아찔했던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도로가 차선도 보이지 않는 눈밭이 되어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가던 날이었다.

속도를 줄이려고 브레이크를 밟는데, 차가 순식간에 옆으로 빙그르르 돌더니 옆 차 앞에 멈춰 섰다.

다행히 아무런 사고도 나지 않았지만, 그날의 놀라움은 여전히 생생하다.

지금은, 젊은 날에서 뒤안길로 물러나 앉아, 햇살에 떠밀려 서둘러 일어냐지 않아도 되고 눈비를 맞지 않아도 된다.

창 밖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창 안에서 두려움 없는 자유와 평안을 누린다.

해가 떠도 일어나고 싶지 않으면 그냥 더 누워 있을 수 있는 이 ‘허용’이 참 좋다.

꼭 해야 할 의무도 없고, 이 사람 저 사람 마음을 헤아리며 쓰는 정신적 소모도 없다.

이것은 숙제를 다 하고 난 뒤의 편안함과 자유다.

‘오랜 세월 넘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잘 왔다’고 세월이 내게 건네준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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