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있는지, 뛰고 있는지도 모르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정년을 맞이했다.
달리던 차가 급정차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더 가려는 관성이었을 것이다.
늘 모자라던 시간들이 갑자기 남아돌기 시작했다.
써버리기만 하다 고갈된 영혼이 갈증을 느꼈다.
학생 시절 십 년이 넘게 영어를 배웠어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벙어리가 되는 것이 늘 부끄러웠다. 그래서 영어 회화를 배웠다. (지금도 반벙어리 수준이다.)
그러다 욕심을 더 내어 중국어도 배웠고, 철학이라는 것도 조금 들여다 보았다.(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거도 없다).
도자기 반에 들어가 흙을 두드리고 깎아내고 다듬어가며 컵도 만들고 접시도 만들었다.
그것들을 예쁜 찻잔에 밀려 지금 찬장 속에 숨어 있다.
그림도 배웠다.동영상 제작도 배웠다. 하지만 어느하나 이렇다 하게 내놓을 폼세도 못된다.
그렇게 이것저것 손을 뻗던 시간도 지나고, 한 해 한 해 더해 가는 나이가 나를 집 안에 머물게 했다.
배움의 길은 멈춰졌고 뜨개질로 하루를 채웠다. 이제는 그 손놀림마저 힘에 부친다.
다시 두리번거리다가 만난 곳이 브런치다.
고목의 등걸같이 무뎌진 감성으로 글을 쓴다는 일이 녹록지 않다. 글 하나를 내놓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다보니, 다른 사람의 글을 들여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제 한숨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다른 이들의 글방에도 들어가 보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새 내 글은 뒤로 밀어 둔 채, 젊은이들의 글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들의 글은 매끄러우면서도 탱글탱글했다.
막힘이 없고, 주저함이 없었다.싱그러웠다.
내가 모르는 단어도 여기 저기 섞여 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끌려갔다.
그런 글들을 읽고 돌아서며 문득,
“내 글은?”
하고 나를 거울에 비춰 보았다.
그리고 부끄러워졌다.
젊은이들의 글이 반짝 반짝이며 씽씽 달리는 가지가지 이름표가 붙어 있는 새 차 라면,
내 글은, 찌그러진 자욱도 있고 찌ㅡㄱ 긁힌 자욱도 있다, 엔진은 닳아서 헉헉대는 이름표도 없는 경차 같다.
시동을 걸어도 한 번 멈칫하고, 오르막 앞에서는 숨을 고르며 겨우 올라가는 차.
긴 여정을 달려왔기에, 힘이 부쳐서 느릿느릿, 그러면서도 끝내 목적지까지는 가보려고 애쓴다.
오랜 세월 정들여온 것이어서, 연민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차마 내치지 못해 붙들고 있는 내 차.
그것이 지금 내 글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