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입을 떠날 때와, 상대의 귀에 닿을 때 모습이 다른가 보다.
간단히 끝내려던 대화를 “여기까지”라는 한마디로 마쳤다가, 뜻밖의 “섭섭하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딴에는 간명한 표현이었지만, 그 말은 상대에게는 너무 짧았던 모양이다.
그때는 몇 배 더 긴 말이 필요했었다.
얼굴도 모르던 사람이었다.
전화로만 이름을 알게 되었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것, 공동체 일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뒤늦게 그의 공적을 전해 듣고, 미안한 마음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 행사에 함께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며, 다음에는 꼭 불러 달라고 했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잠시 방문해도 되겠느냐는 말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나는 반갑게 맞았다.
아끼던 차를 꺼내 끓이고, 오래 잠자고 있던 예쁜 접시에 과일을 담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하는 일들, 살아온 이야기들.
대화가 끊길 듯하면 나는 서둘러 말을 보탰다.
어느 순간에는 묻지도 않은 내 이야기까지 꺼내 놓고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말들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짧은 말 한마디에도 오해가 생기던 나였는데,
이렇게 길게 쏟아낸 말들은 또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전해졌을까.
마음이 편치 않다.
필요 이상으로 긴 말을 늘어놓았던 시간이 가슴 속에 작은 흠집으로 남았다.
길었어야 할 때는 짧았고,
짧아야 할 때는 길었다.
그 어긋남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