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 사로 잡혀 내 마음을 움켜 쥐고 살았다.
돈 보다 사랑을 앞세워 시작한 내 신혼 살림은 초라했다. 막상 내가 살림의 주체가 되니, 사랑이란 단어는 슬며시 뒤로 자리를 감추고 돈이 앞으로 나섰다.
나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대학을 마치기는 했으나 혼수까지 바랄 형편은 아니었다.
친구들은, 아버지의 재력이나 사회적 명성으로 처음부터 출발점이 달랐다.
내가 남의 집 곁방살이로 시작할 때, 친구들은 자기 이름의 문패가 달린 신혼 집에서 시작했고,
내가 변두리에 작은 집 하나 겨우 마련 했을 때 ,그들은 강남의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들은 동창 모임이 있으면, 내게는 이름도 생소한 명품 가방을 들고 나왔다.
보이는 것들에 눌려서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은 가슴 속에 갇혀서 작아지기만 했다.
재력을 갖춘 신랑감을 마다하고 사랑 타령하던
결혼 전의 마음과 결혼 후의 내 마음의 가치가 뒤바뀌었다.
나는 내조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지 않고 주역을 맡고 있다고 작아지는 마음을 달래며 살았다.
지금 나는 ....
다시 돌아와, 마음이 앞서 있고 돈은, 뒤로 자리 바꿈을 했다.
가로등이 불야성 이루는 강남의 화려한 불빛보다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싱그러운 내음과 솔바람이 더 좋다.
넓지 않는 작은 내 공간이 아늑하고 편해서 좋다. 무엇이 어디 있는지 애써 찾을 필요가 없다.
내가 필요한 것은 손만 뻗으면 다 잡히는 자리에 있다.
윙윙대는 청소기가 필요없다. 철퍼덕 주저 앉아서 응덩이를 슬슬 밀어가면서 살살 닦으면 된다.
하늘은 작은 창 너머로도 보인다.
베란다에는 화분 서너개 놓아 두고 아침마다 잘 잤느냐고 인사한다. 밤새 새로 피어난 꽃송이를 보면
' 어머나' 놀라 반긴다. 꽃봉오리 꼭 다문 입을 보며 '기다려 줄게' 피식 웃으며 돌아선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옷을 입은 편안함 , 알맞음의 가치, 산내음 속에 사는 행운.
나이가 가져다 준 것들이다.
한자락 햇볕이 드리운 자리, 나는 그저 앉아 있다. 애써 할 일도, 마음을 쓸 일도 없다.
젊어서는 손에 쥔 것의 크기로 나를 재던 시절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보이는 재산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여유가 더 깊은 풍요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