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by 할미꽃

거울 앞에 앉아 이마의 주름을 밀어보고 턱 아래 늘어진 살을 손바닥으로 치켜올려 보기도 한다.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그리해 본다.

정성스레 화장을 하고 립스틱도 바른다.

주름진 얼굴에 빨간 입술이 눈에 거슬렸다.

다시 립스틱은 지워 버리고 옷장 앞으로 간다.

아끼는 하늘색 니트 투피스를 골랐다.

보아 줄 사람도 없는 혼자 나들이지만 최고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봄맞이를 가려는 것이다.

거울 앞에 서서

'됐다!'

만족한 미소를 짓고 나서 카메라를 집어 들고 고궁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가져보는 고성능 카메라다.

원하던 카메라를 쥐었으니 봄을 맘껏 멋지게 담아 오려고 나서는 나들이다.

고궁에 들어서니, 마치 꽃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카메라에 무엇부터 담아야 할지 허둥댔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눈 부시도록 고고하게 서 있는 목련, 옹기종기 모여있는 개나리 꽃잎들, 수줍은 처녀를 연상하게 하는 진달래, 그 밖에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서 내 눈길을 서로 지기 앞으로 끌었다.

누군가가 봄을 여기에 차려놓고 덮어 두었다가 내가 가니까가 덮개를 활짝 열어젖힌 것 같았다.

혼자 봄잔치에 취해서 이것저것 두서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다가 돌아온 어느 봄날이었다.

한송이 두송이 꽃을 떠가며

거실 안에 봄잔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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