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선수가 된 나의 이야기]
1. 상그리아
상그리아는 조마삭 끝판왕으로 유명하다.
전에 다른 교관님께서 타셨다가 상그리아가 버킹을 너무 심하게 해서 떨어지시면서 허리를 크게 다치셔서 이때 이후로 상그리아는 사람을 태우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조마만 돌려왔는데 버킹과 로데오를 즐기는 건지 매일 운동시켜도 매일 똑같다.
그러다가 어느 날 교관님께서 상그리아를 기승해 보자고 하셨다. 가위바위보로 정했는데 내가 걸렸다.
몇 년 넘게 사람을 태워본 적 없는 말을 내가 처음 타 본 적도 없었고, 조마삭을 돌릴 때 하는 걸 보면 미국 텍사스에서 울타리에서 나오면 말들이 로데오하는 걸 버티는 걸 하게 될 것 같아서 정말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그렇지만 조마삭을 돌 때 걸음이 예쁘다고 항상 이야기해왔던지라 기승을 하면 궁금했던 마음은 있어서 조마를 돌리고 타기로 했다.
안장을 돌리고 조마를 돌리니까 나를 태울게 될 거라는 걸 아는 듯했다. 조금 진정이 되었을 때쯤 기승을 했다. 운동을 안 해서 뱃살이 많아서 꿀렁꿀렁한 느낌도 있고, 오랜만에 사람을 태워서 왔다 갔다 하고 바깥으로 밀렸지만 기승을 하니 버킹도 안 하고 반동은 부드러웠다. 살에 파묻혀서 반동이 더 부드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계속 운동하고 살을 빼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이후에도 상그리아를 타고 운동을 몇 번 했다.
처음 탈 때는 조마삭 끈에 연결해서 했었지만 두 번째부터는 마장 전체를 쓰면서 운동을 했고, 탔을 때는 로데오, 버킹이 하나도 없었다.
마장마술 안장을 쓰고 앉으니까 좌속보가 너무 편했고, 머리도 예쁘게 잘 잡혔다. 이런 말을 왜 안 탔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오랜만에 다른 말들이랑 한 곳에서 운동하는데도,
반대편에서 말이 오는데도 놀라지 않고 운동에 집중을 잘했다.
하나 연습해야 할 것은 구보 사인을 몰랐다. 조마삭 돌 때는 채찍이나 음성부조에 따라서만 하다 보니까
다리부조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꾸준히 운동시키면서 살도 체력도 키워서 계속 같이 운동을 하고 싶었다.
2. 흰여울
다른 말들이 다 운동을 해서 탈 말이 없어서 흰여울을 배정받았다. 내가 초반에 쓴 블로그를 읽었다면 아마도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풀을 먹게 해 주겠다고 나갔다가 내 허벅지를 뒷발로 찬 그 말이다.
조마를 계속 꾸준히 돌렸으니까 타라고 하셨다.
장안을 하고 조마를 돌리는데 아무리 조마로 꾸준히 운동을 시켰어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마사회 들어와서 흰여울 기승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저 조그만 몸 안에 뭐가 들어있는 건지 진정도 안되고 힘도 안 빠지고 구보만 계속했다.
한 40분 정도 돌렸더니 괜찮아진 것 같아서 기승을 하려 했다. 위에 올라간 순간 앉지도 않었는데 앞에서 잡아주시던 주임님도 뿌리치고 순식간에 돌진했다.
나는 아직 다 타지 못한 채로 매달려서 끌려갔고, 벽으로 돌진하다 코너에서 흰여울이 휙 돌아서 떨어졌다.
조마를 그렇게 돌렸는데도 사람이 타자마자 이러는 걸 보고 차장님께서 얘는 너무 위험하니까 타지 말라고 하셨다.
흰여울 극복은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