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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후기록 19]  노포의 장사법

박찬일 쉐프의 노포 탐사기록

by 서민호 Mar 28. 2024

본격적으로 국회의원 선거 운동이 시작된 첫날입니다.  아침부터 확성기를 튼 선거운동 차량이 돌아다니네요. 또 한동안 소음에 시달려야 할 듯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비가 내리는데 그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대가 점심을 앞둔 시간입니다.  음식 관련 책을 읽다 보니 평소 잘 안 먹는 점심이 먹고 싶어 지네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노포의 장사법]

박찬일, 인플루엔셜, 2018년 4월, 볼륨 391쪽.


박찬일 쉐프님의 오래전 나온 책입니다.  2014년 11월에 나온 [백 년 식당]의 속편이라 보시면 됩니다.  제가 40대 중후반인 2014년 추석 지나 명퇴를 했고, 그즈음에 [백 년 식당]을 읽었습니다.  속편이 나온 줄 몰랐습니다.  알았었다면 진즉 읽었었겠죠.  얼마 전 읽었던 [밥 먹다가, 울컥] 이후 쉐프님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 도서관에서 찾은 책입니다.  대출이 잘 안 되는 모양인지, 개가식 서가에서 물러나, 별도의 창고에 보관된 책을 사서분께서 찾아 대출해 주시더군요.


老鋪.  “代를 이어 수십 년간 특유의 맛과 진심으로 고객에게 사랑받아 온 가게”라 정의하십니다.  국내 26개, 교포가 많이 사는 오사카에 위치한 오꼬모노야끼 전문점인 <오모니>(‘어머니’의 일본식 발음) 총 27곳의 노포 이야깁니다.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닌, 그분들이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기까지의 스토리입니다.  여기에 소개된 식당의 평균 업력은 54년이나 된다고.


오래 살아남은 노포들은 공통점이 있답니다.  맛은 기본이고, 한결같음이 있다고.  쉽게 풀이하면 初心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죠.  여기에 ‘가게를 지킨다’는 표현처럼 직원들이 오래 일한다는 점과 식자재 등 거래처를 오래 유지한다 정리하시네요.


<명동돈가스>, <하동관>, <부민옥>, <조선옥>, <을지오비베어> 등 가 본 곳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제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만 3년을 을지로입구에서 근무했었거든요.  촌놈인 데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회사 근처 유명 식당은 웬만한 곳이면 다 가봤거든요.  서울식 추어탕으로 유명한 <용금옥>이랑 이북음식인 김치말이 밥이 일품인 서울시청 뒷골목에 있는 식당 등은 이 책에서는 빠져있지만, 이런 오래된 식당들의 이야기가 제겐 참 좋네요.


이 책은 사실 저자의 부채의식에서 출발하였답니다.  “지금 기록해 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민중의 역사와 장사 철학을 남겨야 한다”는 채무감(혹은 책무감)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해요.  “문화재란 꼭 금붙이나 그림, 불상만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살아있는 우리 ‘삶의 비늘’들이 다 문화재다”는 에필로그에서의 외침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삶의 비늘’이라는 표현이 너무 와닿고요.


책이 나온 게 2018년이고, 취재를 위해 3년을 돌아다닌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출간할 즈음엔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계시더군요.  그로부터 6년이 더 지난 지금에선, 건물주와의 분쟁으로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에 져, 2022년 철거 및 퇴거당했던 <을지오비베어>가 올해 2월 16일 원래의 자리 길 건너편에 다시 오픈한다는 소식도 기사로 접하게 되네요.


衣食住는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합니다.  이중 食, 먹는 것이 가장 으뜸인 거 같아요.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인게 사랑인 것처럼, 먹지 않고서 인간이 살 수는 없으니까요.  먹고사는 게 해결되지 않으면 민란이 일어나는 것처럼, 이번 선거에 나선 국회의원 후보들 중 민생문제를 잘 해결할 사람들로 신중히 뽑았으면 하는 바람도 생기네요.


“추억의 절반은 음식이다.”(부산 초량 신발원(만두집)에서)

“사람이 배가 든든해야 속 안 다치고 술을 억제.”(여수 연등천 포장마차 41번 집)

저 같은 주당은 기본 반찬이나 안주도 넉넉히 주는 그런 집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잔을 같이 기울이고 싶어 집니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이면 더 간절히.


[백 년 식당]에서도 함께 한 프리랜서 사진작가이자 여행 칼럼니스트인 노종훈 님의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여기에 실린 곳뿐 아니라 좋은 노포들이 오래오래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올해 19번째 책읽기

#박찬일  #백년식당  #노포  #노포의장사법  #독후기록  #노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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