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절정인 4月, 벚꽃을 비롯한 수많은 꽃들이 앞다투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요즘 곳곳에서 벚꽃축제가 한창이라죠?(지난주에는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아 낭패를 봤다는 기사도 있었지만요). 그런데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 황사도 찾아오고, 봄장마라 불릴 정도로 비도 자주 내리네요. 오늘도 오후 늦게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어 하늘이 회색빛을 띠고 있습니다.
[황금 종이]
조정래, 해냄, 2023년 11월, 볼륨 두 권 합쳐 약 608쪽.
1943년생 조정래 작가님의 신간 장편소설입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3부작으로 유명하신 분이라,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분입니다. 이번에는 두 권짜리 소설을 내셨는데, [황금 종이]라는 제목은 ‘돈’을 의미합니다.
1권은 책 좋아하는 선배님께서 읽어보라 주셨고, 2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습니다. 책을 전해 주시면서 “돈에 대한 이 세상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란 한 줄 평을 하시네요. 읽어보니 적확한 평이라 적극 동의하게 됩니다.
이태하 변호사라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학창 시절 운동권 출신이었다가, 모종의 계기가 있어 사시에 합격해 검사가 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다 재벌수사라는 넘을 수 없는 벽에 막혀 검사를 그만두고, 인권 변호사로 평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가족 간의 재산소송, 부모 사망 후 상속 관련 소송(유류분 청구소송), 재벌 봐주기 수사(로비력 = 돈의 힘), 스토킹 살인, 이복형제의 유산 요구, 강원랜드 카지노와 로또의 환상과 비극, N포 세대, 황혼결혼, 돌잡이 세태, 반려견 보다 못한 인생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때문에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읽으면서 씁쓸하긴 했지만 팔순에 접어든 작가님의 구성력과 사전 조사에 혀를 내 두르게 되네요.
등장인물들이 많아, 머리가 나쁜 저는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다 보니 한 명 한 명 메모하면서 읽었습니다. 스토리를 이끌며 등장하는 인물만도 약 40명에 달합니다. 예전에 [한강]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수 백 명) 엑셀로 정리하며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 책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의 유일한 神이 되어 버린 돈.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거지만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탈이 날 수밖에 없는 계륵 같네요.
지난주 금요일 친구들 모임 하기 전 10년 만에 로또를 한 개 샀습니다. 토요일이 추첨일이라는 것도 모르고요. 지갑 속에 넣어 뒀다 오늘에서야 기억이 나 당첨번호랑 맞춰 봤더니 숫자 6개 중에 딱 하나 맞았더군요.ㅎㅎ 역시 저는 로또를 안 사는 게 돈 버는 것이라는 걸 재확인하였습니다.
사족인데요… 요즘 출간된 책들은 저자 도장이 거의 생략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작가님 도장 찍은 작은 종이가 맨 뒤에 붙어있어 신기했습니다.
아침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매일 하는 첫 일이 하루분씩 [월간 좋은 생각]을 읽는 일입니다. 4월호 <아주 작은 미술관> 코너에 실린 “행복은 보이지 않는 곳에”라는 제목의 쿠엔틴 마시스의 <고리대금 업자와 그의 아내(1514년작, 루브르 박물관 소장)>라는 작품 해설과도 소설 주제가 우연히 맞아떨어져 신기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좋은 생각]을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