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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Aug 20. 2024

[2024 독후기록 56] 역사를 바꾼 권력자들

인물로 읽는 20세기 유럽정치사. 이언 커쇼.

[역사를 바꾼 권력자들]

人物로 읽는 20세기 유럽정치史

[ Personality & Power : Builders & Destroyers of Modern Europe ]

이언 커쇼, 박종일 번역, 한길사, 2023년 5월, 볼륨 660쪽(註釋 제외)



올해 2월 <일당백>에서 다뤘던 책입니다.  방송의 시간관계상 12명 중 히틀러, 처칠, 드골 세 명만 다뤘었는데요.  다른 분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구입한 책입니다. 구입한 지 꽤 되었는데, 분량이나 내용이 엄두가 나지 않아 한참 미루어 오다, 밀린 숙제를 해결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저자인 이언 커쇼(1943년生)는 20세기 독일사회사 연구에 정통한 영국 출신 역사학자입니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 독일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입니다.  이 분을 알게 된 게 [히틀러 1,2(전기입니다)]라는 벽돌책(1권 1,004쪽, 2권 1,232쪽)을 접하고서입니다.  자주 가는 횟집 사장님이 장서가에 다독가 이신대, 식당 계산대 위에 놓여있던 책입니다.  이 책을 애정하고 여러 번 읽으셨다고 하더군요.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게, 또한 이런 책을 여러 차례 읽을 수 있다는 게 내심 존경스럽습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아니면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

이 책은 다른 배경과 다른 정치체계로부터 등장한 12명의 유럽 지도자들이 어떻게 권력의 자리에 오르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그 권력이 20세기 유럽을 어느 정도로 바꾸어놓았는지를 살펴보고, 역사적 변화에 한 인물의 개성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평가하고자 쓴 연구서입니다.

그럼 한 사람씩 살펴볼까요?


<레닌> 혁명의 지도자, 볼셰비키 국가의 창시자. 1870 ~ 1924.

가장 먼저 다룬 인물은 레닌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거대한 변화가 가져온 결과물 가운데 70년 넘게 유럽 전체에 충격을 주고, 유럽을 넘어 세계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 1917년의 볼셰비키 혁명입니다.  3번의 뇌졸중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약 6년이라는 짧은 시간 최고의 권좌를 지킨 사람인데요.  사망하기 전 유언장에서 당 중앙위원회에게 “스탈린을 경계하라”는 권고를 하기도 했네요.  그의 바람과는 달리 스탈린이 이후 권력을 장악했고요.  20세기 역사의 중심 주제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을 창시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20세기를 만든 으뜸작가라 저자는 평하고 있습니다.


<무솔리니> 파시즘의 아이콘. 1883 ~ 1945.

두 번째 인물은 파시즘의 아이콘 무솔리니입니다.  이탈리아에서 20년 이상 지속된 독재정권을 이끌었는데요.  사회주의 성향의 주간지 기자로서 경력을 시작합니다.  파시즘의 이념을 요약하자면 낡은 정치 사회질서의 철저한 파괴, 민족의 재탄생과 영광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유토피아적인) 사회와의 약속입니다.  그 중심에는 폭력이 있고요.  무솔리니가 남긴 것은 폐허가 된 이탈리아였습니다.  패망 후 이탈리아는 국가 재건이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영속화하려는 어떤 시도보다 우선했다는 게, 일제 이후 과거청산에 실패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히틀러> 전쟁과 학살의 선동가. 1889 ~ 1945.

2차 대전과 유대인에 대한 홀로코스트는 무엇보다도 분명한 20세기의 특징이었고, 그는 현대사가 목격한 가장 근본적인 문명의 몰락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대학 신입생 시절 폐가식 중앙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빌려 본 책이 루소의 [에밀]과  히틀러의 [나의 투쟁] 이였습니다.  내용을 이해하지도, 지금은 기억하지도 못하지만 빌려 읽었다는 사실만은 생생하네요.  이 책은 히틀러가 1923년 11월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 실패로 징역형(아주 관대한)을 받고 란츠베르크 감옥에서 8개월의 구금생활을 하는 동안 구술을 통해 루돌프 헤스의 도움으로 완성된 책입니다.  독일은 나치와 그 이후의 독일(아데나워의 서독)로 철저히 구분되는데요.  나치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자기반성을 통해, 지금의 위대한 독일이 탄생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탈린>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지도자. 1878 ~ 1953.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지도자이자 연합국이 나치 독일에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든 조국방위전쟁의 영웅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내용을 읽다 보니 스탈린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범죄자의 한 사람으로 지목한 고르바초프의 평가가 적절했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게 됩니다.  1953년 사망 후, 1956년 개인숭배를 비판한 호르초프는 스탈린 시대의 숨 막히는 통제를 풀게 됩니다. 소련은 2차 대전이란 용광로를 거쳐, 후진 농업국에서 신생 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90년대 초에 붕괴되어 러시아로 독립, 명맥을 잇게 됨)


<처칠> 영국의 전쟁영웅. 1874 ~ 1965.

앞에서 살펴본 네 명은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이가 아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처칠이 나옵니다.   유럽의 민주국가에서 1940년에서 1945년까지 처칠보다 더 많은 권력을 휘두른 정치인은 없었습니다.  그는 서방세계 자유의 구원자이자 탁월한 연설가였고, 戰時에 특화된 권력자였습니다.  전쟁을 승전으로 이끌었음에도 불구, 전쟁이 종결된 1945년 7월 5일 치러진 총선에서는 패배합니다.  전후복구를 위해선 적합한 리더가 아니라 국민들이 판단한 겁니다.  그럼에도 2002년 BBC 여론조사에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가장 위대한 영국인으로 처칠이 뽑힙니다.  본질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그가 쓴 6권의 전쟁 회고록(제2차 세계대전)은 전 세계에 수 백만 부가 팔렸고, 195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합니다.  노벨평화상이 아닌 문학상이라 처칠은 수상을 그다지 기뻐하진 않았다고 하네요.  1915년 갈리폴리 전투에서의 친철한 패배를 딛고, 영화로도 제작된 됭케르크 수송 작전의 기적을 이뤘으며, 마침내 미국을 참전시켜(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직접 원인이었지만) 전쟁에서 승전합니다.  명문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BLUE BLOOD’(귀족의 피(血)는 일반인과는 달리 푸른색이다 는 사고)라는 자만(부) 심과 全 생애를 통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없이 한 그이지만, 2차 대전에서 보여준 영국인의 저항과 불굴의 용기라는 신화를 상징하며, 다른 한 편으로는 잃어버린 과거의 영광과 뒤따라온 돌이킬 수 없는 민족적 쇠퇴를 상징합니다.  1965년 사망 후 국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은 2013년 대처 수상의 국장 前까지 20세기 영국에서의 마지막 國葬이었다고 합니다.


<드골> 프랑스의 영광을 복원하다. 1890 ~ 1970.

샤를 드골은 골수까지 보수주의자였으며, 원칙에 있어서는 완고하면서도 실행방식에 있어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위대하지 않은 프랑스는 프랑스가 될 수 없다”는 관점을 보유한 사람입니다.  1940년 독일의 전격전에 밀려 5주 만에 항복한 프랑스, 이 사건은 드골의 역사 속 자리를 확보해 준 첫 번째 사건이었습니다.  開戰 당시 대령에 불과한 그가, 1940년 5월 상당한 전과를 인정받아 준장으로 진급합니다.  그해 6월 5일에 폴 레이노 총리가 그를 국방차관에 임명함으로써 전시 지도자로 부상합니다.  독일과의 협상에 반대하며 영국으로 망명해 침략자 독일에 대한 항전 의지를 높입니다.  처칠처럼 드골도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사용한 무기는 연설 이었으며, 연설의 거장이었습니다.  1944년 8월 25일 개선장군으로 파리에 입성하는데, 후일 미국 대통령이 되는 아이젠하워 장군이 프랑스군 부대가 파리로 가장 먼저 진격하는 군사적 영광을 선물합니다.  전쟁을 이기게 해 준건 프랑스의 힘이 아닌 미국의 힘 이었음에도, 그는 파리시청에서 행한 연설에서 “혼자 힘으로, 프랑스 군대의 도움을 받은 시민들의 힘으로 해방되었다”라고 말합니다.  실제 프랑스의 해방을 가능케 한 연합군의 공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식 없이 사실만을 간단히 나열하고요.  실제 독일에게 항복한 프랑스는 승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프랑스를 남북으로 나눠 북부는 독일이 직접 통치하고, 남부를 관할한 비시 괴뢰정부가 독일에 부역했고, 프랑스 노동자들을 독일의 군수품을 생산하는 공장에 대거 파견했었거든요. 그럼에도 세탁과정을 거쳐(미국의 묵인) 프랑스를 승전국에 포함시키고, 국제연합의 상임이사국 자리에 앉힌 드골의 정치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네요.  드골 역시 처칠처럼 ‘전후재건’이라는 집단적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민주정부에는 잘 맞지 않았고, 그는 1946년 1월에 사임합니다.  오랜 칩거생활을 해오다 1958년 알제리 위기를 맞아 총리로 돌아옵니다.  새로운 헌법에 따라 선거인단 간접투표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알제리 문제를 해결하는데요.  1962년 알제리 독립(피에 누아르가 원하던 방식이 아닌)으로 이어지는 드골의 위기관리는 지금 돌아봐도 하나의 전략적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1969년 4월 그가 제시한 정부개혁안이 국민투표에서 거부되자,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신임투표로 생각한 드골은 즉각 사임합니다.  사임의 변이 딱 두 마디였다고 해요.  “저는 대통령직을 사임합니다.  사임의 효력은 몇 월 며칠 정오부터 발효됩니다.”라고요.  프랑스에서 드골은 프랑스 역사의 중요한 인물, 나폴레옹보다 훨씬 앞선 인물로 널리 인정됩니다.  파리의 主공항에 그이 이름이 붙어있고, 파리의 심장부인 에투알 광장이 드골광장으로 명칭이 바뀌었단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한마디로 “그의 유산이 없는 프랑스는 생각할 수 없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아데나워> 서독을 건설하다. 1876 ~ 1967.

이제 12명의 권력자 중 절반이 지났습니다.  한 명 한 명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습니다.

전후 새로운 독일연방공화국의 첫 번째 수상이 된 아데나워는 제가 처음 접하는 권력자였습니다.  수상이 된 나이가 73세(1949년)였고, 1963년 퇴임할 당시 나이는 87세였습니다.  아데나워의 功은 서독 민주주의의 수립, 연방공화국과 서방 세계와의 연결, 통합된 유럽 공동체 수립에 기여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잿더미 속의 독일을 세계무대에 올려 세운 것입니다.  반면 부정적인 면으로 나치 인사들의 복귀입니다.  1969년 선거에서 연방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으로 빌리 브란트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에 패하게 됩니다.  2003년 조사에서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를 제치고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독일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처칠이 1953년 “그의 업적은 대단한 찬양을 받아 마땅하다” 평가한 걸 보니,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그가 없는 유럽의 역사는 다른 경로로 갔을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게 됩니다.


<프랑코> 스페인의 독재자, 국민파 십자군. 1892 ~ 1975.

이번에는 級은 좀 떨어지지만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다루어집니다.  식민지 모로코에서 반란을 일으킨 베르베르족을 진압하는 잔혹한 식민지전쟁에서 군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그는, 1926년 33살의 나이에 준장으로 진급합니다.  1936년 내전이 시작되었을 때 프랑코는 43살이었고, 나폴레옹 이후 유럽에서 가장 젊은 장군이었습니다.  내전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프랑코가 스페인의 최고권력자가 될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내전 초기 별반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그가, 아프리카 군단을 스페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1차 대전 추축국인 이탈리아와 독일의 도움을 끌어내 권좌를 차지합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원한 바는 아니지만(경제적, 군사력으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결여됨) 중립을 지켰고, 이로 인한 수혜를 받습니다.  전후에도 그의 독재체제는 사망하기 전인 1975년까지도 계속 작동했는데요.  그 이유는 정권이 스페인 지배계급의 이익을 보장해 주어서이기도 하지만, 정작 늦게 시작된 경제성장이 그동안 순종해 온 대다수 인구의 생활수준을 향상해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페인은 아직도 고위층의 부패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티토> 사회주의 유고슬라비아의 왕관 없는 王.  1892 ~ 1980.

다민족 연방공화국인 유고슬라비아가 존속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 요시프 브로즈, 일명 ‘티토’(假名)입니다.  그는 정치적 수완과 무자비함을 통해 35년 동안 유고슬라비아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다 재임 중인 1980년에 87세를 일기로 사망합니다.  그는 미국과 소련 두 초강대국 어디에도 충성을 원하지 않는 여러 나라들의 방어막으로 非동맹운동(제3세계)을 건설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1948년 스탈린의 엄청난 압박에 맞서 유고슬라비아를 소련 진영으로부터 벗어나 독립한 유럽 唯一의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합니다.  그 결과 소련이 발칸지역으로의 지배력 확장에 제동을 걸게 됩니다.  유고슬라비아는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6개의 공화국과 자치권을 갖는 세르비아공화국內 보즈보디나와 코소보(둘 다 非슬라브계 소수민족 거주지) 주로 구성된 연방입니다.  티토 死後 10년도 되지 못해 뿔뿔이 해체되고 맙니다.  티토의 가장 큰 실수는 후계자 양성을 회피했다는 점을 드는데요.  내전과 발칸전쟁, 제노사이드 등 비극의 전초를 마련한 책임이 티토에게 있음은 자명한 듯 보입니다.


<대처> 국가 개조. 鐵의 여인.  1925 ~ 2013.

12명 권력자 중 유일하게 영국의 수상, 대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세기 유럽정치가 압도적으로 남성의 세계였음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그녀는 젠더의 차별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12년간 수상의 자리에 있으며, 명백한 영국의 변혁을 이끌었습니다.  1975년 보수당 최초의 여성 당수가 되었고, 1979년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이 되었습니다.  대처의 기본원칙은 화폐공급의 축소를 통한 경제 관리(시카고大 경영학 교수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이론), 정부 지출의 축소, 노동조합 권력의 축소, 사회주의 정부로부터 부가한 규제로부터 경제의 자유회복(경제를 市場 논리에 맡김), 고비용 복지제도에 대한 의존의 종식이었습니다.  한마디로 新자유주의의 열혈 신봉자입니다.  그녀는 특히 노동조합을 영국의 위대함을 갉아먹는 질병의 원인으로 보고, 전국광산노조와의 한 판 승부를 벌여, 굴복시킵니다.

그녀 재임 중인 1982년 4월에 아르헨티나는 포틀랜드를 침공합니다.  이에 대한 강경 대처에 힘입어, 대처의 지지율이 기존보다 두 배로 상승하는데요.  후반기 권력에 취해 주위 충고에 귀를 닫는 오만함이, 결국 리더십 위기를 불러옵니다.  그녀는 유럽통합에 반대하다 당 지도부의 반발을 사, 1990년 11월 자진 사임하고, 이듬해인 1991년 5월 정계를 은퇴합니다.  그녀가 남긴 유산의 핵심은 유럽연합에 대한 적대감이었고, “영국이 유럽에 종속되는 한 다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그의 생각은 2016년 영국이 브렉시트를 단행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됩니다.

말년에 치매에 시달렸고, 2013년 4월 영면에 들어갑니다.

영국의 國事를 이끈 사람들 중 가장 뛰어난 천재라는 찬사의 정당성은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녀가 뛰어난 정치지도자였다는 점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평가합니다.


<고르바초프> 소련의 파괴자, 새로운 유럽의 건설자.  1931 ~ 2022.

1931년生으로 20여 년 전 작고하신 선친과 같은 해에 태어났습니다.  소련의 제7대 서기장으로, 1985년 54세의 젊은 나이로 등극합니다.  그보다 젊은 나이에 총서기가 된 인물로는 스탈린(당시 43세)뿐이었습니다.   전임 세 사람의 병약한 老齡의 지도자(브레즈네프(1982년 사망), 안드로포프(1984년 사망), 체르넨코(1985년 사망)가 짧은 기간에 연속적으로 승계 후 사망한 뒤라, 그는 젊은 에너지와 역동성이 돋보이는 지도자였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페레스트로이카(재건, 재개발)’, ‘글라스노스트(개방)’란 그가 유행시킨 단어들을 들었는데요, 냉전을 종식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소련 입장에서는 소련을 붕괴시킨 20세기 최대 재앙의 진원지이자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 6년(1985.03~1991.12) 동안 있었는데, 그 시기에 세계사적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참 많았습니다.  1986년 4월에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1989년 11월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집니다.  그리고 소련의 동의에 의해 1년 후인 1990년 10월 독일이 통일되었습니다.  그는 무력사용을 극히 싫어했으며, 변화의 물결을 더는 무력으로 막지 않았습니다.  중부유럽 6개국(동독,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하지 않아, 위성국가들이 해체됩니다.

이후 국내 정치상황으로 핵심 경쟁 상대였던 보리스 엘친이 1991년 6월 직접선거를 통해 러시아공화국(소련이 아닌)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1991년 성탄절날 고르바초프는 TV연설을 통해 허울만 남은 소련의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하야와 동시에 그의 권력은 옐친에게 이양되었고요.  이렇게 해서 災殃 같았던 엘친 시대가 열립니다.  시장경제 장려로 인한 폭발적인 인플레이션, 급속한 민영화 추친으로 국가 자산을 헐값으로 매도하니 이를 인수한 超부자 과두집단의 출현, 경제 혼란과 높아지는 정치적 반대 속에서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엘친은 군대를 동원하여 의회를 해산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1999년부터는 푸틴이 철권 독재를 휘두르고 있는 상황이고요.  고르바초프는 퇴임 5년 뒤인 1996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했다 낙선합니다.

고르비(고르바초프의 애칭)는 소련의 비범한 정치가이자 경세가, 지도자로 평가됩니다.  그의 리더십은 한 개인이 역사를 좋은 방향으로 바꾼 드문 사례로 평가됩니다.  2년 전인 2022년 8월 91세로 사망하셨는데요.  임기중 핵무기 배치 금지 조약 등 냉전을 평화적으로 해빙한 공로로,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합니다.


<헬무트 콜> 통일 독일의 총리, 유럽 통합의 견인차.  1930 ~ 2017.

비스마르크 이후 가장 오랫동안(무려 16년) 독일의 총리직을 수행한 인물입니다.(1982~1990 서독 수상, 1990~1998 통일독일의 수상)  독일 통일로 종착점에 이른 드라마에서 고르바초프를 조력자라 한다면, 부시는 후원자, 콜은 동력제공자이자 실행자로 평가됩니다.  그의 최대의 치적은 통일 독일보다(이건 순전히 運에 의해 진행) 유럽연합과 퇴임직전 출범한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貨 도입으로 평가됩니다.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함께 유로화의 핵심 설계자입니다.

통일독일 이후 그의 대중적 지지도는 쇠퇴하는데요.  가장 큰 이유가 독일경제가 짊어져야 할 높은 통일 비용과 우상과 같은 독일 마르크화를 평범한 유럽통화로 대체하게 된 결정 두 가지를 뽑습니다.(유로화의 도입은 功過 양쪽에 영향을 미쳤네요)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 거액의 추문사건(1999), 아내의 자살(2001), 집에서 넘어진 사고로 몸의 일부가 마비되고 뇌의 부분적 기능 손상(2007)으로 평생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하게 되는 등 비극의 연속이었습니다.  권좌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시대 변화에 부적응하고 아집이 세진다는 측면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마무리>

이렇게 12명의 권력자에 대한 傳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뒷부분에선 서론에서 언급한 리더십에 관한 일곱 가지 명제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 내용은 생략합니다.

책에서 다루어진 인물들은 모두 역사를 만든 사람들은 맞지만 위대한 인물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들은 20세기를 만들기만 한 게 아니라, 반대로 20세기가 그들을 만들기도 했다며 상호 영향을 주고받음을 이야기합니다.

12명의 권력자 중 ‘철의 장막’을 제거하고 둘로 나뉘어있던 유럽 대륙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고르바초프의 행위를, 중요도로 따져보면 정점을 차지한다 극찬합니다.  히틀러는 20세기 전반부에서, 고르바초프는 20세기 후반부에서 획기적인 역사의 변화가 일어날 때, 한 인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평가하시네요.


“유사군주에 가까운 대통령의 행정권은 트럼프가 보여주었듯이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그것이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갔을 때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639쪽)는 문장에 눈길이 갑니다.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업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치인들 자신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을 ‘非자유민주주의’ 또는 ‘선거권위주의’, ‘경쟁적 권위주의’, ‘연성권위주의’라 부른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某 대통령이 떠오르는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올해 56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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