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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Aug 22. 2024

[2024  독후기록 57]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How Democracies Die.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共著, 박세연 飜譯, 어크로스, 2018년 10월, 볼륨 291쪽.



한 달 내내 열대야에 스콜성 폭우가 내리는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친한 선배님께서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라 하시더군요.  맞습니다.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으면 더위를 잊게 되는 듯합니다(솔직히 시원한 에어컨 바람덕 이겠지만요 ㅎㅎ)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불랫은 하버드大 정치학 교수입니다.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트럼프 집권 이후 1년이 지난 즈음에 나온 책입니다.  저자는 지속적인 ‘규범 파괴자’인 트럼프의 행태가 대단히 못마땅했던 모양입니다.  민주주의가 왜, 그리고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를 美國을 중심으로 고찰한 내용입니다.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는데요.

첫째, 군부 쿠데타에 의한 파괴입니다.  냉전시대 이전에는 거의 75% 비율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방식입니다.

둘째, 민주적 절차에 의해 당선된 지도자의 손에서 맞게 되는 파괴입니다.  오늘날은 전제주의 국가라 하더라도 선거라는 형식적 민주 방식에 의해 지도자를 선출하게 되는데, 민주주의 붕괴는 다름 아닌 투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군인이 아닌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서 파괴를 맞이하고 있다 정리합니다.

셋째, 극단적인 양극화(경제력이든 이념이든)가 민주주의를 죽음에 이를 수 있게 합니다.


총 9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할 수 있는 네 가지 경고신호(리트머스 시험지)를 제시하는데요.  첫째,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는지, 둘째, 경쟁자의 존재를 否認(경쟁자를 適으로 규정)하는지,  셋째, 폭력을 조장하고 용인하는지,  넷째, 언론 자유를 포함하여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 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별합니다.  저자는 이 네 가지 신호 모두에, 트럼프가 해당된다 진단합니다.


4장에서는 합법적으로 전복되는 민주주의에 대해 설명합니다.  1) 심판(법원)을 매수한다.  2) 경쟁자를 매수하거나 탄압한다.  더 나아가 3) 게임의 법칙(룰)을 변경해 운동장을 기울인다며, 판사나 대법원을 매수해 권력자에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는 것, 경쟁자에게 뇌물을 주어 매수하거나, 안될 경우 세무조사나 각종 혐의를 조작하여 구금하는 방법, 헌법이나 법률을 개악하는 방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사례를 제시합니다.


전 세계에서 미국이 王政이 아닌 대통령제를 역사 최초로 도입하였는데요.  건국의 아버지들이 만든 헌법은 매우 느슨한 규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처럼, 法만으로는 부족하며, 모든 성공적인 민주주의는 ‘非공식적인(成文化 되지 않은) 규범’에 의존함을 강조합니다.  상대 정당을 適이 아닌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相互寬容(자신과 다른 의견도 인정하는 정치인들의 집단 의지)과 이해’, 그리고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대통령의 법률 재의요구권(일명 거부권), 행정명령, 의회의 대통령 탄핵권, 필리버스터 등) 당파성을 벗어나 신중함을 잃지 않는 ‘절제와 인내의 자세’를 강조합니다.  이러한 민주주의 규범의 침식은 당파적 양극화(공화당은 더 우측으로, 민주당은 더 좌측으로 이동)에서 비롯되었고, 이런 극단적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죠.

특히 다수의석을 차지한 공화당이 소수민족 유권자 집단을 타깃으로 제정한 ‘유권자 신분확인법’(非백인의 투표 억제 수단이 목적), 단 한 번의 공직 경험이 없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존중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독단적 성향이 뚜렷한 트럼프를 당의 공식후보로 만드는 과정에서 보인 자정능력 상실은, 오늘날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진단합니다.  그런 걱정으로 8장을 ‘트럼프의 민주주의 파괴’라는 제목으로 한 장 통째로 할애했네요.


결론에 해당하는 9장 ‘민주주의 구하기’는 “미국 사회가 완전히 민주화가 된 것은 1965년이다”(1964년 시민권법, 1965년 선거권법)면서, 정당 정치의 양극화가 미국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미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의 모델이 아니라 단언하는데, 이를 바로잡아 전제주의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성문화 되지 않은 규범의 복구가 필요함을 재차 강조하고요.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는 패턴이 있다.  너무 늦기 전에 이 패턴을 발견하자.”면서 이 책의 활용방법도 제시합니다.


책은 <알릴레오북스 시즌4>에서 前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자 정치학 박사인 홍익표 前 국회의원을 초청해, 저자들의 新刊 [어떻게 극단적인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를 다루는 방송을 접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순서상 이 책을 먼저 읽고 신간을 읽는 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특히 올해末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공식후보로 트럼프가 확정되고, 지난번 총기 피격사건 이후 거의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 보이던中, 바이든의 사퇴와 해리스의 구원 등장으로 지지율은 다시 격동치고 있네요.  미국 민주주의의 생사 여부를 함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합니다.


올해 57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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