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 미국 대선이 막 끝난 즈음에 뉴욕에 잠시 방문했습니다. 일정이 촉박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약칭 ‘메트’)에 들어가진 못하고 지나쳐만 왔는데, 이 책을 통해 드디어 전시물을 보게 되네요. 사실 안 가본 게 후회막심입니다.
브링리는 1983년生입니다. 대학 졸업 후 <뉴요커>라는 고급 주간지 회사에 다니다, 두 살 터울의 각별했던 형(Tom)이 암으로 사망하게 되는 일을 겪고, 회사를 그만두고 2008년부터 뉴욕에 있는 메트에 경비원으로 근무하면서 내면을 단련하며 쓴 글입니다. 경비원으로 10년간 근무했고, 지금은 로어 맨해튼에서 도보여행 가이드로 일하면서, 종종 메트 도슨트로도 활동 중입니다.
메트는 1870년 소규모로 개관한 후, 1880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습니다. 1926년 현재 미술관 건물을 완공했고, 1998년에는 한국관을 개관했네요. 소장 작품수 약 330만 점에, 1층은 그리스 이집트 조각 중심, 2층은 유럽회화와 조각이 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국관은 2층에 자리 잡고 있고요. 전시장 면적 약 7만 평에 직원수만 2천여 명입니다. 이중 600명이 넘는 인원이 경비원이랍니다. 조직에서 제일 많은 인원이 경비직군입니다. 뉴욕이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것처럼, 경비원의 절반이 외국 출신이거나, 다양한 前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네요.
책은 메트에 처음 입사한 날부터 마지막 근무까지 시간順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도슨트가 아닌 경비원 입장에서 미술관 곳곳을 순환 근무하며 오랫동안 보아온 전시물과 관람객, 동료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본인만의 작품 감상법이랄까요?
6장에서 관람객 스타일을 나름 구분한 내용이 나옵니다. 관광객형 유형(사진기를 들고 작품으로 바로 돌진하는 스타일), 공룡사냥꾼 유형(미술관에 어린 자녀를 동반해 방문한 사람들로, 이 넓은 공간에 아이들 놀이기구 하나쯤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찾아온 사람. 실제로는 없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로 구분합니다. 특히 사랑에 빠진 사람은 藝術과 사랑에 빠진 사람, 메트 미술관 자체와 사랑에 빠진 사람, 실제 熱愛中인 연인들로 구분하고요.
미술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 작품이 진품이에요?”라고 하네요.ㅎㅎ
경비원들은 자신들의 일에 대해 “아무 할 일도 없는데, 하루 종일 걸려서 해야 하는 일”이라 정의합니다. 근무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하는 직업입니다.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문장이 좋았습니다. 2018년 가을 전시회에서 퀼트작품을 보면서 쓴 감상인데요, 노력을 퀼트처럼 조각조각 이어 붙인다는 말이 참 좋네요.
마지막 근무하는 날,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는데 시금석이 될 작품 하나를 선정합니다. 15C 이탈리아 수사 안젤리코의 <십자가에 못 박힌 여수>가 그 작품입니다.
책은 미국에서 출간된 후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습니다. 원제가 [All the Beauty in the World]인데, 우리말로 번역해 붙인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가 더 어울리네요. 메트 홈페이지(metmuseum.org)에 접속해 ‘검색’ 기능을 사용해 책에 언급된 내용이나 작품들을 함께 읽어나가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메트 소장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미술관 경비원’이라는 단어에, 일전에 읽었던 정여울 작가님의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에필로그에 나온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오랑주리 미술관 폐관시간에 임박해 만난, 은발의 미술관 직원 할머니의 노래 <올드 랭 사인>에 얽힌 에피소드에서, "자신의 일을 이렇게나 사랑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요, 자신이 역할에 진심인 사람들의 모습에 잔잔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