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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독후기록 64] 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

20C 천재 철학자의 인생수업(36가지 조언)

by 서민호

[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 <1> 생애

副題 : 20C 천재 철학자의 인생 수업

임재성, 유노북스, 2025년 4월, 볼륨 298쪽.



[마흔에 읽는…] 시리즈입니다. 이번에는 비트겐슈타인입니다. 이름은 들어보았을지 모르나 생소한 분이라 일단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정리할 내용이 많아 두 번으로 나누겠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188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철강 재벌가 아들로 태어납니다. 20C 위대한 철학자이자 현대 영미분석철학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일상언어학파의 창시자입니다. 철학의 神, 철학史의 이단아, 3대 교화철학자입니다. 4명의 형과 3명 누나들로 구성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났고, 형중 세 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열 살이 안된 나이부터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셋째 누나 마르가레테는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가 초상화를 그려줄 정도로 부유하고 유명한 집안입니다.


1906년 과학철학에 흥미를 느낀 그는 루드비히 볼츠만에게 물리학을 배우기 위해 빈 대학으로 가려했지만, 그 해 9월에 그가 자살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이론과학을 공부하고 싶은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아버지의 강요로 왕립 베를린 공과대학 기계공학과에 진학해 학위를 취득합니다. 1905년 맨체스터 대학에서 연을 만들어 대기를 관측하고 비행기 엔진을 설계하는 등의 일을 하다 버트런트 러셀이 쓴 [수학 원리]를 읽고 수리철학과 기계공학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1911년 평생의 유일한 스승으로 인정하는(그럼에도 서로 사이가 좋지는 않음) 버트란트 러셀을 찾아가 논쟁을 하게 됩니다. 이후 스승인 러셀 과도 갈등이 있어 노르웨이로 가 혼자 논리학을 연구합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그는 탈장으로 군 징집이 면제되었음에도 불구, 자원해 가장 위험한 포병 관측소(최전선)에서 복무합니다. 포탄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전장에서도 그는 사고와 기록을 멈추지 않습니다. 전쟁 중이던 2019년 8월, 그 유명한 [논리철학논고(이하 ‘논고’)(1921년 출간됨)]를 완성했고, 10월 연합국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면서 포로수용소에 갇혔다가 다음 해 8월에 석방됩니다.


1920년 수도원에서 잠시 정원사로 일하다, 그 해 가을 작은 시골 마을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합니다. 그의 교육은 지나치게 엄격했고, 가르치는 방식도 유별나다 보니 교사생활은 평탄하지 못했고, 결국 학생들에 대한 폭행사건으로 인해 교직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1925년부터 28년까지 셋째 누나 그레틀의 집을 건축하는데 조수로 참여하기도 했죠.

1939년 제2차 대전이 발발하자 자원입대를 원했으나 나이로 거절되자, 병원에서 약국의 배달부로, 또한 피부과에서 쓸 연고를 조제하는 일을 맡기도 했습니다. 1949년 병으로 쓰러지고 전립선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암 진단 후 치료를 잘하면 6년 정도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의사의 권유에도 그는 치료를 거부하고, 2년 후인 1951년 사망합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 친구들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 전해주시오”입니다.


이 분의 철학은 前期(청년기)와 後期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생전 유일하게 출간한 [논고](1921년 독일어판이 먼저 출간되고, 1922년에 영어판이 출간)로 대표되는 전기 철학은 언어가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세계의 구조를 반영하는 체계로 인식합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사고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해 말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봤습니다. [논고]의 마지막 문장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나이 마흔에 자신의 전기 철학을 비판적으로 돌아보며 [철학적 탐구(사후인 1953년 발간)]를 저술합니다. 이때부터 언어가 단순히 우리가 사는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 속에서 의미가 형성된다고 봤습니다. 가장 유명한 문장은 “하나의 언어를 떠올린다는 것은 곧 하나의 삶의 방식을 떠올리는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쓰다 보니 길어져 버렸네요. 이런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을 마흔이라는 나이에 맞춰 풀어낸 책이 바로 [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입니다. 지은이 임재성 님은 어려운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을 ‘36가지 조언’으로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있는데요. 1. 자신이 누구인지를 먼저 물어라. 2. 언어를 정리하고 인생을 선명하게 밝혀라. 3. 문제의 근원을 마주하라. 4. 타인의 생각이 아닌 자신의 생각으로 살아라. 5. 삶의 의미를 찾아라 로 정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2> 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9월을 시작하는 첫날입니다. 아직 가을은 멀었나요?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엔 비트겐슈타인과 함께 열어 보는 게 어떨까요?


올해 64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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