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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독후기록 63] 도시의 마음

前 전주시장 김승수의 도서관 이야기

by 서민호

[도시의 마음]

副題 : 도시는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

김승수, 다산북스, 2025년 5월, 볼륨 381쪽.



신간 서가에서 책을 살피다 발견한 책입니다. 도시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라는 생각에 책장을 넘겨 보는데, 도서관과 책 관련 사진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처음에는 유현준 교수처럼 도시와 공간, 건축에 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도서관 덕후 백창민 님의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과 같은 도서관 이야긴가? 생각하고 집어든 책입니다.


김승수 님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전주 시장을 역임한 분입니다. 1969년 전북 정읍생으로 전북대 정외과 학사와 석사입니다. 1998년 당시 전주시장 이었던 김완주 시장(후에 전북 도지사 역임)의 수행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했네요. 저자 프로필을 읽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나온 책이지 않나 잠깐 의심을 했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 시장직뿐 아니라 도지사직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봐선, 제가 생각했던 그런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책은 아니네요.


시장 재임 기간 중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라는 슬로건으로 전주 곳곳에 도서관과 책 놀이터를 조정하고, 작가들을 지원해 온 기록입니다. 도시가 제공하는 공공장소와 시민이 연결되고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진정한 도시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인간다운 도시를 위해 찾아내고 실천한 그의 해답들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총 5장 입니다. 도시의 의미, 역할, 마음, 확장, 미래에 대해 각각 한 장씩 할애했습니다. 1장에서는 도시를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 정의합니다. 국가무형유산 사기장 김정옥 선생의 말을 인용합니다. “그릇들은 가마에서 태어나 사람들의 친구가 된다. 시름 젖은 자에게는 술사발로, 아픈 자에게는 약사발로, 배고픈 자에게는 밥사발로, 마음을 닦는 자에게는 찻사발로, 그들의 생을 채워주고 보듬어 준다”. 그릇이 이러하듯 도시도 누군가에겐 위로를, 누군가에겐 치유를, 누군가에겐 풍요를, 누군가에겐 평온을 줘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더불어 어떤 일을 진행할 때 ‘관점과 안목’을 강조합니다. 관점은 방향을, 안목은 깊이를 의미합니다.


“책이란 세상에서 가장 흔하지만 가장 위대한 물건”(127쪽)이란 문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전주한옥도서관> 이야기에선 도서관 명예관장인 고양이 ‘호두’에 관심이 갑니다. 호두의 모습이 궁금해 찾아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천연덕스럽게 다가가 꾹꾹이도 해주고 무릎 위로 올라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모습이 너무너무 사랑스럽네요.


전주를 대표하는 공원인 덕진공원(연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입니다) 팔각정 자리에 세운 <연화정도서관>은 사진으로만 보아도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립니다.

직장인이었던 저는 발령을 받아 2002년 즈음 전주에서 2년 정도 사택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주천 옆 롯데백화점 근처인 서신동에 위치한 아파트였는데요. 당시 천변에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퇴근 후 저녁마다 걷곤 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보니, 퇴근 후 시간 날 때마다 전주에서 유명하다는 곳 여기저기를 다녀 보았는데요. 전주식 콩나물국밥의 원주 남부시장, 전주천 상류에 위치한 한벽당과 오모가리탕(민물고기를 투망으로 잡아 끓이는 음식인데 이 음식을 담는 그릇이 오모가리), 아중호수, 삼촌동 막걸리골목에서의 한 상 안주, 가맥(가게 맥주의 줄인 말로 안주로는 말린 갑오징어가 최고), 화심순두부 집 등…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년도 더 지났으니 전주도 많이 달라졌을 걸로 보입니다. 전주 사는 친한 동생이 안부차 얼굴 한 번 보자고 전주로 오라는데, 한 시간 반 이면 갈 곳을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고 있으니… 동생에게 다시 연락해 얼굴도 볼 겸, 책에서 소개된 전주한옥도서관 호두로 보고, 올해 6월에 개관한 아중호수도서관, 연화정도서관도 한 바퀴 돌아보고 올 생각입니다.


“관광은 나를 잊게 하지만, 여행은 나를 마주하게 한다.”(322쪽)

관광의 즐거움은 사진에 담겨 소셜미디어에 올라가지만, 여행의 사유는 오래도록 마음에 담겨 나의 정체성을 구성합니다.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나 자신’이라는 점 다시 한번 인식합니다.


‘비빔밥의 도시’에서 ‘도서관의 도시’로 변모한 전주로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올해 63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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