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경제 후암동미술관 이원율 기자
[마흔에 보는 그림]
副題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빅피시, 2025년 3월, 볼륨 295쪽.
오랜만에 미술 관련 책입니다.
이원율 님은 ‘해럴드 경제’ 기자이자 미술 스토리텔러입니다. 해럴드 경제 <후암동 미술관>이란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지금도 연재 중). [무서운 그림들], [결정적 그림], [사적이고 지적인 미술관], [하룻밤 미술관] 등 이미 여러 권의 미술 관련 책을 펴낸 분이네요.
마흔을 불혹이라고 하지요. 不惑. 주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나이죠. 書名처럼 마흔에 보는 책이 따로 있진 않겠지만, 위대한 화가들의 삶의 태도를 통해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여 보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총 18명 화가의 대표작들과 삶의 태도, 인생관이 다뤄집니다. 현대미술의 출발점이자 야수파로 알려진 앙리 마티스가 첫 주자로 테이프를 끊습니다. 美 남북전쟁 이후 재건시대, 도금의 시대라 불리는 시기를 지나, 경제 대공황을 맞아 공허해진 미국인의 마음을 파고든 에드워드 호퍼, 와이프 ‘이다’를 모델로 싱거운 일상을 묵묵히 그린 ‘방구석화가’ 빌헬름 하메르스회(글쓴이는 이 작가에 푹 빠져있습니다), 추상회화의 문을 연 바실리 칸딘스키, 그리고 책 표지화로 낙점된 <No.11>를 그린 마크 로스코가 그 뒤를 잇습니다.
미국의 아이콘 잭슨 폴록, 본인은 굳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주변 평론가들이 초현실주의자라 부른 프라다 칼로. 그녀 생의 마지막 작품인 <인생이여, 만세>를 감상하다, 지난주부터 광주의 명물인 무등산 수박이 출하를 개시했다는 소식과, 몽골 서북쪽 알타이산맥 부근 바양 울기 쪽에서만 생산되는 아이 머리통만 한 수박으로 생각의 편린이 엉뚱한 곳으로 전개됩니다. 역시 사람은 오만 가지 생각을 하는 듯.
21C 예술계 최고의 반항아인 뱅크시(베일에 가려있어 실제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편에선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와 한화 17억 원에 낙찰된 <풍선과 소녀>의 에피소드를 접하게 됩니다. 낙찰되자마자 액자에 장착된 분쇄기가 작동해 작품의 반쯤을 갈아버렸는데요. 이러함에도 낙찰자는 흔쾌히 이 작품을 사들였고, 3년이 지난 2021년 경매에 다시 나와 낙찰 금액의 18배가 넘는 금액에 팔렸다고 하네요.
에곤 실레, 나비파(Nabi는 ‘선지자’라는 의미) 펠릭스 발로통, 사과의 화가 폴 세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미술가 구스타프 클림트, 인상주의라는 말의 유래가 된 <인상, 해돋이>를 그린 클로드 모네, 발레리라를 주로 그린 에드가 드가, 알폰스 무하 등도 다룹니다.
모델이자 여류화가인 수잔 발라동의 아들 모리스 위드릴로, 러시아 최고의 사실주의 화가인 일리아 레핀(러시아 역사에서 예술가 딱 세 명만 꼽는다면, 문학은 톨스토이, 음악은 차이콥스키, 미술은 레핀), 미국 최고 해변 풍경화가인 에드워드 헨리 포타스트는 제게는 다소 생소한 화가들 이였는데요. 이렇게 총 18명 화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책에 실린 작품들에 흠뻑 빠져들어, 읽는 내내 행복감에 젖었답니다.
도서관에 가보면, 미술 관련 신간들이 끊임없이 출간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책의 홍수 속에서 좋은 책을 찾아 읽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이원율 님의 이 책은 알찬 내용이 담겨있어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합니다.
蛇足
쓰고 났더니 작가들 이름만 나열한 느낌이 있습니다만, 제 글쓰기 능력의 한계이오니 부디 이해해 주시길.
올해 62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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