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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독후기록 84] 오늘도 비는 쉬지 않았다

김류 동시집

by 서민호

[(童詩集) 오늘도 비는 쉬지 않았다]

김류 詩, 양민애 그림, 상상, 2025년 9월, 볼륨 99쪽.



오랜만에 동시집을 읽었습니다.


김 류 님은 제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합니다. 2017년에 童詩가, 2024년엔 童話가 추천되어 작품 활동 중입니다. 삽화를 그린 양민애 님은 이 책 말고도 상상에서 펴낸 동시집 여러 편에 그림을 그린 분이네요.


童詩란 아이들을 위한 시입니다. 그럼에도 동시가 어찌 아이들만을 위한 詩겠습니까? 어른 일지라도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끌어 가는 마법을 부리는 게 동시라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총 51편의 짤막한 시가 실려 있습니다. 늘이기보단 고갱이만 남기로 줄이는 게 더 어렵습니다. 시인들은 이런 일에 특화되어 있는 사람인가 봅니다.


첫 작품으로 <아파트에 사는 개>가 실려 있습니다. 낯선 누군가가 지나가기에 개는 짖는데 집주인은 민원 들어온다고 짖는 개를 나무랍니다. “짖지 않는 개는 개도 아니다”는 문구가 재미있습니다. 저도 아파트에 거주하며 12살 된 반려견을 키우고 있습니다. 집 초인종에 포스트잇으로 부탁 문구를 붙여 놓았거든요. “아이가 심하게 짖어요. 벨 누르시지 마세요.”라고.


새는 날아다니다가 쉬기 위해 어딘가에 앉습니다. 앉는다는 게 어딘가에 궁둥이를 붙이는 일인데, 자세히 관찰해 보면 새는 궁둥이를 대지 않거든요. 그래서 앉는 게 아니라 ‘선다’로 표현합니다.


<도시 나비 시골 나비>에선 어릴 적 들었던 <서울 쥐 시골 쥐> 동화가 연상되고,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의 오토바이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 뱃속도 함께 시끄러워진다”는 <야식>이란 작품도 살며시 미소 짓게 만듭니다.


風磬은 절이나 누각 같은 건물에서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입니다. 바람이 불면 은은하게 흔들리며 내는 소리가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기도 하죠. 이런 풍경을 보고 “하늘을 날 수 없는 물고기… 날개 대신 줄을 달아 놓았다”는 視線이 좋네요.


<하늘은 줄이 필요 없는 블루투스 샤워기>란 작품에선 비(雨)를 노래합니다. 내리는 비의 단점으로 1) 필요할 때 안 나온다. 2) 마음대로 끌 수 없다. 3) 물 조절이 안 된다. 4) 겨울에도 냉수가 나온다는 詩句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짓습니다. 물론 비가 이런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붕어빵>에선 이제 차츰 날이 차가워지는 계절이라 붕어빵 인기는 올라갈 겁니다. 얼마 전 아파트 입주 30주년 축하 페스티벌 먹거리 장터에서 붕어빵 장수를 만났는데요. 우리가 알던 붕어빵 크기가 아닌, 정말 어항 속 금붕어만큼 작은 붕어빵을 보고 있노라니 물가가 참 많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표준 사이즈 기준 한 마리 8백 원, 3마리에 2천 원 정도 시세입니다. 붕어빵 틀에서 갈고리로 붕어를 낚는(빼내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붕어빵틀을 ‘할머니의 연못’으로 비유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공사장에서 인부가 추락해 공사중지 명령이 떨어져 한가해진 모습을 <평화>로 비틀어 댄 詩와, 추위와 눈을 피하려고 차 앞 유리창에 붙여둔 신문지를 보며 “내일은 추울 거야”를 인식하는 <신문 보는 자동차>, 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는 어선을 바다가 쫓아오는 모습을 보며 “죄짓고는 못 산다”로 표현한 <죄>도 기억에 남습니다.


동시집을 읽다 보니 어린 동심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어린 자녀분들이 있는 분, 각박한 세상에 순수한 동심을 다시 느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강추드립니다. 백 쪽이 안 되는 분량이라 한 시간도 걸리지 않으실 겁니다.


[蛇足]

출판사 편집자 분께서 어련히 알아서 잘 정했겠지만. 책 제목을 [오늘도 비는 쉬지 않았다]로 정하기 보단, [아파트에 사는 개], [붕어빵], [풍경]으로 정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나만의 생각을 가져봅니다.


올해 84번째 책읽기.


#김류 #동시 #동시집 #오늘도 비는 쉬지 않았다 #독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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