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승지
[청와대 사람들]
副題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승지, 페이지 2, 2025년 7월, 볼륨 219쪽.
‘청와대’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집어 들었습니다.
강승지 님은 미술을 전공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 근무하다 청와대로 들어간 분입니다. 직접 밝히지는 않지만 그곳에서 회의장이나 국빈 만찬장 등에 미술 작품을 선택하고 전시하는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권이 여러 번 교체되었음에도 꾸준히 근무했네요.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은 각자 자신이 맡은 업무의 협업으로 유지됩니다. 최고의 권력 기관인 청와대(대통령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과 권력 실세들이 모여사는 곳이지만, 책에 공동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조직이 운영되도록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대통령의 얼굴을 기록하는 전속 사진사, 계절을 배치하는 정원사, 연못에 사는 잉어의 머리수를 아침마다 세는 조경사, 매끼 허기를 달래주는 구내식당의 조리사, 경비병과 경호원들…
<누군가는 하고 있었다는> 꼭지의 글이 이런 상황을 잘 나타냅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하고 있었다.
사무실 냉장고 얼음 트레이에 얼음 얼려주는 사람
복사기에 복사지 채워주는 사람
구내식당에서 벽걸이 휴지 뽑아주는 사람
일찍 출근해서 미리 사무실 환기하는 사람
프린터기 잉크 다 썼을 때 교체해 주는 사람
무거운 생수통 번쩍 들어 정수기 생수 바꿔두는 사람…(중략)…
늘 누군가가 하고 있었다.
나, 혹은 당신이.”(64쪽).
보안을 위해 스마트폰이 아닌 2G 폰을 사용하고, 출근복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애장 하던 분홍색 원피스를 입지 못하고 검은색 계열의 옷만 남은 옷장.
구내식당에서 하루치의 위로를 받으며 “직장인이 매일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는 그날의 점심메뉴다”는 구절이나 “책은 손바닥보다 살짝 큰, 세상에서 가장 작은 휴게실이었다”는 문장에서 76,000평의 청와대도 사람 사는 곳 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심하게 됩니다.
2025.05.10 오전 7시를 기해 청와대가 일반인에게 개방되었습니다.(굥이 국방부가 있던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 개방된 이후에도 발령이 나지 않고 청와대에 남아 근무를 하며 느낀 이야기들이 후반부인 2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정권이 교체되고 이제 대통령실의 청와대로의 복귀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정비를 위해 지난여름부터 청와대 개방이 중단되었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개방되었을 때 한 번 가볼걸 그랬습니다. 지방에 사는지라 서울 갈 일이 그리 많지 않아 기회를 놓쳐 버렸네요.
가끔 너무나 당연해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공기가 그렇고, 물도 그렇고… 세상을 지탱하는 건 늘 그런 평범한 것들임을 다시 환기시켜 준 책이었습니다.
얇습니다. 두 시간이면 일독하는데 足합니다. 추천드립니다.
올해 87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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