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독후기록 23] 원효의 마음공부

1,4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마음을 아는 길. 강기진

by 서민호

[원효의 마음공부]

副題 : 1,400년 세월을 견뎌온 마음을 아는 길

강기진, 유노북스, 2026년 1월, 볼륨 353쪽(주석 제외)



가끔씩 운명처럼 만나는 저자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강기진 님이 바로 그런 분입니다. [오십에 읽는 주역(2023)]이 그랬고, 지난달에 나온 이 책이 또한 그렇습니다. 강기진 님은 서울대 법학과와 서강대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역학자입니다.


책은 [금강삼매경]과 [금강삼매경론], [대승기신론소] 3 책이 담겨 있습니다. 참고로 ‘소’란 불경의 난해한 부분을 풀어서 설명한 주석서입니다. 학창 시절 국사시간에 외웠었죠? 그 [대승기신론소]를 여기서 접하게 되네요.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일당백>을 통해서입니다. 책이 나오자마자 1월 중순경 두 차례에 걸쳐 저자 직강으로 풀어주는데, 읽기 전 한 번, 읽고 나서 두 번 더 방송을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알고 들으면, 그전에 들은 거랑은 이해도 측면에서 비교가 되질 않네요.


원효 대사에 대해 우리가 아는 내용은 많지 않습니다. 의상과 당나라 유학을 떠났다가 비바람을 피해 들어간 동굴에서 마신 해골물 이야기, 나중에 파계해서 요석 공주랑 혼인해 이두로 유명한 설총을 나았다는 이야기 정도에 머무는 게 사실입니다. 아들 이름이 왜 설총 인가했더니 경주 설氏 였네요. 중국이랑 인도, 티베트에서도 인정받는 학승이었고, 당시 귀족과 도성(경주) 중심의 불교를 대중불교로 변화시키기 위해 기행을 벌인 一切無涯의 삶을 산 분입니다.


‘마음공부’는 “나의 마음을 찾는다는 것은 결국 ‘나’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공부”입니다.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모를 때요.


총 5章 구성입니다.


1章은 마음 보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苦의 원인이 나의 마음에 있다. 그래서 마음공부가 필요함으로 요약됩니다.


2章은 마음의 작용에 대해서인데요. 중요한 개념이 몇 개 나옵니다. 一字는 실체 중의 실체인 궁극의 실체로 이 세상 모든 것이 비롯된 근원입니다. 一心은 한마음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커다란 하나의 마음으로 일체 모든 존재의 근본입니다. 자상은 自眞相으로 스스로 존재하는 참모습입니다. 인간은 이분법적 분별로 세계를 인식합니다. 어둠이 있어야 빛을 인식합니다. 이를 분별지라 하는데, 이분법적 분별로는 무의식(아라식. 제8식)과 마음의 본심(진여)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3章에서는 不二의 철학입니다. 둘이 아님을 이야기하는데요. 자기 인생의 문제에 있어서도 거리를 두고 볼 줄 아는 절제된 시각을 기른다면 그 본질이 眞善美 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4章은 覺, 깨달음의 길입니다. 모든 만남은 緣입니다. 4 섭행(보살이 중생을 대하는 4가지 방법)을 설명합니다. 1) 布施 : 자신의 재물이나 지식을 베푸는 것. 2) 愛語 :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로 중생을 대하는 것. 3) 利行 : 말만 아니라 실제로 중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실천하는 것. 4) 同事 : 중생과 같은 처지(위치)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겪으며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불법을 전하는 것입니다. 원효의 일체무애행은 同事에 해당합니다.


5章은 한마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행과 실천의 이상으로 금강삼매를 제시합니다. 결국 ‘한마음 여래장’으로 귀의하는 것인데요. “그러려면 먼저 깨달아야 하니, 한마음 여래장이 궁극의 一字요, 만법의 귀의처임을 느껴야 합니다. 이렇게 진리의 궁극적인 본원을 깨달으면(본각) 모두 의혹과 번뇌를 남김없이 깨뜨려 열반에 이릅니다. 하지만 열반에 집착하지 않고, 삼계(지상세계 전체)를 일으켜 세울 때(삼계에 자비를 실현하는 것) 보다 크고 완전한 대반열반(금강삼매)에 이룰 수 있다” 로 요약됩니다.


이후 이야기는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상설 전시되어 있는 국보 78호와 83호 두 반가사유상으로 옮겨 가는데요. 반가사유상은 반가부좌를 한 채 사유하고 있는 상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유홍준 관장의 책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에 보면 ‘금동미륵’ 반가사유상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같은 책 140~142쪽). 이에 반해 강기진 님은 원효가 중심이 된 대중불교 운동의 증거라며 ‘금강삼매상’으로 부르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83호 상은 금감삼매에 몰입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고, 78호는 몰입에 들어갔다 나온 모습을 표상한 조각으로 해석합니다. 어느 시대 유물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기에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한 주장이라 생각됩니다만 학계에서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책에는 없는 내용인데 방송에 나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밝히고 있습니다.. [오십에 읽는 주역]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르다 보니 출판사 측에서는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고 작가의 主전공인 주역 책을 쓰길 주문했답니다. 그럼에도 가끔 하는 명상에서 원효 스님이 나타나 자신의 사상을 제대로 밝혀줄 것을 요청하였는데,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 간의 시간을 들여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을 한두 번 읽는 것으로 다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그럼에도 읽어야 하는 건, 우리 마음을 제대로 알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고 읊조린 唯心偈는 三界唯心 萬法唯識 心外無法 胡用別求입니다. 풀어보면 “삼계는 오직 마음일 뿐이고, 만법은 오직 인식일 뿐이로다. 마음 바깥에 법이 없는데, 어찌 따로 구하고자 애쓰겠는가”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 있다는 一切唯心造를 깨달은 거죠. 삼계는 욕계, 색계, 무색계로 지상 세계 전체를 의미합니다. 지상 세계는 오직 마음이 빚어내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를 때, 내 마음의 주인이 되고 싶은 분이라면 일독을 추천합니다.


올해 23번째 책읽기.


#원효의 마음공부 #원효 #마음공부 #금강삼매론 #대승기신론소

#반가사유상 #사유의 방 #독후기록 #일자 #한마음 #일심 #진여

#4 섭행 #자상 #자진상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6 독후기록 22] 녹두서점의 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