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독후기록 30] 건너가는 자

최진석의 반야심결 해설

by 서민호

[건너가는 자]

副題 : 익숙함에서 탁월함으로, 얽매임에서 벗어남으로.

최진석, 선생님앤파커스, 2024년 5월, 볼륨 310쪽.



최진석 님은 노장철학을 전공한 철학자입니다. 1959년 생으로 서강대 철학과를 나와,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서둘러 퇴임하고, 건명원 초대원장을 역임 후, 고향인 함평에 기본학교를 세워 철학적 시선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불교의 핵심 경전인 반야심경(정확히는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의 지혜를 탐독하는 해설서입니다. 반야심경은 全文 260字로 된 짤막한 경전입니다. 그럼에도 空 사상을 요약해 압축적으로 풀어낸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입니다. 空’ 사상은 ‘세상이 관계로 존재한다’는 인연생기의 의미입니다. 자칫 잘못 해석하다 보면 ‘비운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의미는 本無自性, 본래 자성이 없고 모든 것이 관계 맺고 엮이는 방식에 따라 잠시 그것으로 존재한다는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입니다.


책은 경전 한 줄 한 줄씩 순서대로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머리말에서는 자신의 중심이 되는 ‘고삐’에 대해 강조합니다. 여기서 고삐는 ‘자신만의 삶의 태도’입니다. 이후 사성제(고집멸도)를 설명하고, 우리가 윤회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로 業을 쌓기 때문임을 이야기합니다. 탐진치(탐욕, 노여움, 어리석음) 때문에 업이 쌓이는 거죠.


책 이름인 [건너가는 자]는 익숙한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는 삶의 태도와 실천을 의미합니다. 건너자는 자는 다른 말로 ‘자유로운 자’, ‘독립적인 자’, ‘창의적인 자’, ‘주체적인 자’로도 부를 수 있습니다. 책 표지 한가운데 조그마한 사람 그림이 있습니다. 자코메티의 조각 <걷는 사람>인데요. 반야심경을 가장 잘 표현한 조각작품이라 생각되어 이 작품을 차용한 듯합니다.


최진석 교수는 20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 당 대선 후배였던 안철수 후보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정치에 잠시 발을 들여놓은 적 있습니다. 작년 말 읽은 작가의 또 다른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2017) – 건명원 개강 강의로 진행된 5개 강연 강연집 모음] 독후감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이런 댓글을 달아 놓으셨더군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가진 지는 몰라도, 정치적 시선은 의문입니다…”.

이런 부분을 스스로 인지했는지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담겨 있습니다. “정당은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 획득을 수단으로 삼아 나와 사회의 진화에 공헌하는 것이다(34쪽)”라고요. 할 말은 많았지만 에둘러 말을 아낀 것으로 보입니다.


붓다는 ‘깨달은 자’입니다. “깨달음이란 생경한 것이 아니다. 누가 단순한 행위를 오랫동안 반복하느냐의 문제다(129쪽)”며 꾸준한 실천과 행동을 강조합니다. “바라밀다가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는 점이다. 지식만으로 지혜가 열리는 세상은 없다(147쪽)”고 친절하게도 반복 강조 합니다.


반야심경에서의 핵심 키워드는 바라밀다(건너가기)와 空 딱 두 가지입니다.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은 주문이 세 번 반복되는데요. 그 유명한 주문입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산스크리스트어 음역인데요. 굳이 번역해 보자면 “건너가세, 건너가세, 저기로 건너가세. 저기로 다 함께 건너가세. 깨달음이여, 만세!!!”입니다.


“(아무리 좋은) 경전이라도 발목에 차는 족쇄로 놔둬선 안되며, 앞을 밝혀주는 등불로 삼아야 한다(309쪽)”며, “자신 스스로를 궁금해하라. 그렇지 않으면 경전 역시 명품 족쇄일 뿐이다(310쪽)” 단도리 합니다. 자신 만의 고삐를 단단히 쥐고, 경전을 등불로 삼아 익숙한 이곳에서 벗어나 저곳으로 건너가는 삶의 태도를 가져 봅시다.


[蛇足]

전 불교신자는 아닙니다. 읽다 보니 불교 쪽 책들을 최근 많이 읽었는데요. 종교를 떠나, 좋은 삶의 태도를 들여다보고 배울 수 있고, 더불어 실천할 수 있다면 좋은 거라 생각입니다. 봄기운 만끽하세요.


올해 30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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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바라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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