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세프 수필집
[망할 토마토, 이상한 가지]
박찬일, 창비, 초판 2014년 12월. 개정판 2025년 4월, 볼륨 228쪽.
박찬일 세프의 에세이集입니다. ‘글 쓰는 요리사’이자 ‘미문의 에세이스트’. 정작본인 스스로는 ‘떠돌이 요리사’라 칭합니다. 65년 서울生. 문창과를 나와 약 10년간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월간 주부생활>과 <시사 저널>을 거쳤습니다. 그러다 34살에 이탈리아로 떠나 요리를 배웁니다. 그 이후 요리사와 작가로 생활 중입니다.
제가 읽은 박찬일 님의 책으로 [백 년 식당(2014)], 백 년 식당 2탄格인 [노포의 장사법(2018)], [밥 먹다가 울컥(2024)] 정도입니다. [밥 먹다가 울컥]은 퇴직한 선배님이 자신이 읽던 책을 2년 전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이 책 읽고 제가 사는 광주 양동시장 닭전머리에 위치한 <여수 대포집>에도 친구들 꼬드겨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드럼통 탁자 꼴랑 2개뿐인 식당으로, 오직 현금 아니면 계좌이체만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칠순인 할머님 혼자 운영하는 식당인데, 당시에도 박 세프 덕분에 장사가 잘 되던 곳으로 기억됩니다. 음… 맛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책은 2014년에 출간되었다가, 출판사의 설득으로 몇 꼭지의 글을 더 첨부해 개정판으로 2025년에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총 4部 구성인데, 1部에서는 음식 재료 중심입니다. 토마토, 하지감자, 가지, 콩나물, 쌀, 닭과 달걀, 메밀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고흐 작품 중 <감자 먹는 사람>을 끄집어 오는데, 구황작물로서 배고픔을 면하게 해 주었던 작물입니다.
2部는 바다에서 나는 재료인데요. 봄 조개와 여름 홍합(자연산은 ‘섭’이라 부릅니다), 어란, 아귀, 대구, 홍어가 주연입니다. “먹는 건 사람의 기억을 구성한다. 나아가 그 사람의 인생도 만들어 간다(128쪽)”는 문장이 좋습니다. 한마디로 YOU ARE WHAT YOU EAT!!!
3部는 필살의 재료와 장인의 秘器입니다. 돼지비계, 매운맛을 내는데 빠질 수 없는 고추뿐 아니라, 굽기와 전주 먹거리, 여수 연등천 포장마차가 등장합니다. 여수연등천은 생활하수가 내려오는 곳으로, 당시에는 낭만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전남에 위치한 하구 중 水생태가 가장 나쁜 곳이기도 합니다. 연등천 포장마차는 [노포의 장사법]에도 등장한 곳입니다.
전주 먹거리와 관련해 오모가리탕과 뚝배기 자장, 다슬기탕 등이 나오는데요. 아무래도 전주 하면 비빔밥을 제치고 콩나물국밥을 빼놓을 순 없을 겁니다. 뚝배기째 끓여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뜨거운 삼백집(하루 3백 그릇만 판다고)보다는 전주 남부시장식 토렴 콩나물국밥이 저는 더 좋습니다.(이게 프랜차이즈화 되어 현대옥이 되었음) 이십 년도 전, 전주에서 2년간 사택생활을 했는데, 늘 해장이 필요하면 남부시장 콩나물국밥집엘 갔었거든요. 별도의 테이블이 없고 ㄷ 字 모양의 다찌(카운터석)에 앉으면 파와 생강, 마늘로 맵기를 조절한 국밥 한 그릇이 앞에 놓입니다. 반숙된 수란과 함께요. 아! 여기서 잠깐! 김은 제공되지 않으니 이곳에 가시려면 옆에 위치한 건어물 가게에서 구운 김을 사가지고 가야 합니다.
4部는 음식과 관련한 추억과 그리움을 노래합니다. 축구장이나 야구장에서 먹던 도시락, 생맥주, 소주의 추억, 존슨탕(1960년대 美 대통령인 존슨이 방한해 의정부에서 부대찌개를 먹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학교 앞 떡볶이, 국민음식 라면, 분홍 소시지, 을지로 혼술과 맥도널드 압구정점 추억이 음식의 인문학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베트남 북부지역 여행 중 생닭을 잡아파는 닭 전에서 연상한, 술 한 잔 걸친 아버지 퇴근길 손에 들린, 누런 봉투에 포장된 전기구이 통닭에 대한 회상은, 같은 시대를 산 저에게도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음식은 추억에 색채를 입힌다. ‘옛날’이라는 수식어를 가장 자주 가져다 쓰는 것도 음식 장사꾼들이다.(223쪽)” 맞습니다, ‘옛날 자장’이나 ‘옛날 국수’는 음식의 깊이와 맛을 북돋아 줍니다.
지금도 中식당에 가면 자장면이냐 잠뽕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과는 달리, 자장면을 주저 없이 선택한다는 작가님. 요리해 수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그도 “요리보다 글 쓰는 게 훨씬 힘들다”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낸 책이 얼추 30여 권 가까이 되는군요.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생각 중입니다. 여행도 계획하며 떠나기 전 더 즐거운 것처럼, 무얼 먹을까 생각하는 과정이 더 즐겁습니다. 맛점 하시기 바랍니다.
올해 31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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