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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Jan 24. 2024

[2024  독후기록 5] 강원국의 인생공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중부지방은 한파라 하고 제가 사는 남부 쪽은 그칠 줄 모르고 눈이 내립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빙판길이라 운전하는데 애 좀 먹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회의에서 30년 된 노거수를 벌목하자는 주민투표를 진행했었는데, 어제 투표결과가 공지되었습니다.  52% 찬성, 반대는 48%. 아슬아슬하게 벌목에 찬성하는 쪽이 많아 가결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잘려나갈 메타쉐콰이어 등 나무를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뭐 0.7% 더 득표해 5년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니 4% 차이라면 큰 차이랄 수 있겠다 자위해 봅니다.



[강원국의 인생공부]

강원국, 디플롯, 2024.01월, 볼륨 367쪽.


올해 연초에 출간된 책입니다.  KBS1 RADIO에서 지금도 방송 중인 <지금, 이 사람>이라는 대담프로를 2년 3개월 진행하며 만났던 300여 분 중 15분을 가려 뽑아 정리한 책입니다. KBS사장이 바뀐 후 작년 12/29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강작가님 진행이 마무리 됐는데, 본인 스스로 사의를 표했음에도 불구 서운한 마음은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늘 저녁 걷기 운동길에 빠지지 않고 들었던 방송인데, 이제는 진행자가 임수민 아나운서로 변경된 후, 왠지 잘 듣게 되질 않네요.


서문에서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 답으로 첫째, 생존하기(살아남기) 위해서, 둘째, 홀로서기, 즉 자립을 위해서라 답 합니다. 공부를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 즉 지혜를 구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사람 공부가 최고의 공부라는 말씀을 하시네요.


첫 인물로는 지식소매상인 유시민 작가님에 나옵니다.  마지막엔 풀꽃 시인으로 알려진 나태준 시인이 나오고요.  거의 모든 분의 인터뷰를 들었고, 저자분들의 책을 대부분 읽어왔던지라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정리한다는 의미로 읽었습니다.  다시 읽어도 좋네요.  이 분들 살아온 인생의 정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한 분 한 분 정리해 봅니다.


유시민 작가님은 스스로를 지식노동자라 부릅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순간 앎이 시작된다는데,  인문학이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질문이라면, 과학은 "나는 무엇인가"를 묻는 학문이라며, 이 질문이야말로 더 근본적인 질문이라 말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비난을 듣든, 나는 나대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그냥 하면서 사는 거죠.  남들이 나에게 대해서 좋게 생각하든 나쁘게 생각하든 그 사람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인생을 달관한듯한 경지를 보여주시네요.


유현준 건축사님은 "인생이라는 게 차선이 모여서 최선이 되더라."  "건축이란 관계를 디자인하는 것"이라 하십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60 넘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 정지아 작가님은 "글과 사람은 다르지 않다"라고 하시고요.


표창원 님은 경찰대를 나와 한 번도 승진하지 않고 경위로 퇴직하셨더군요.  국내 경찰학박사 1호라는데, 이 분이 책을 20권 넘게 썼는 줄은 몰랐습니다.  국회의원을 딱 한 번만 하고, 자기 갈 길이 아니라며 재선에 출마하지 않은 모습이 늘 존경스러웠는데요.

"편 가르기보다 사안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생각해 보고 옳은 의견이 나오면 나와 다른 편이라도 받아들인다. 인정해 준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청년 작가 이술아님은 "글쓰기는 반복이 정말 중요"하며, "많이 읽는 독자를 계속하다 보면 결국 글을 쓰게 되더라" 이야기하십니다.  작년말쯤 결혼 소식을 들었습니다. 행복하시길.


통섭으로 널리 알려진 최재천 교수님은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며  "그 문은 열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일갈하십니다.  "You never knew until you try.(해보기 전에는 모른다)"에선 정주영 회장님의 말씀 “임자.  해봤어?”가 연상됩니다.  "세계 일인자가 되는 건 되게 쉽다.  남이 안 하는 거 하면 된다"는 말씀에 살짝 웃음도 지어 보게 되고요.


개인적으로 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 제일 인상적이었던 게 최인아 님의 책이었거든요. "책이야 말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 굉장히 좋은, 근본적인 콘텐츠"라며,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자문)이 중요하다 강조하십니다. "너 이거하고 싶어?  왜 하고 싶은 거야?  너한테 정말 중요한 게 뭐야?"  살면서 이 질문은 늘 하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꼴찌에서 일등으로 바뀐 폴 김 교수님(가수 폴 킴 아닙니다)은 티칭보다는 코칭이 중요함을, 부정적인 피드백은 정말 쓸데없고, 백해무익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Re-learn, 다시 배우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건 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계속해 지속적으로 배우고 학습하기를 주문하시네요.


재심전문변호사인 박준영변호사님은 자신은 뭐든지 첫 한 번 만으로 이룬 게 하나도 없었다며, 재수, 삼수를 통한 셀프 재생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로 셀프 재생의 힘을 이야기하시고요.


중학 중퇴, 오랜 기간 공장노동자로 생활하다 [회색인간]이란 초단편 소설로 작가가 된 김동식 님(39세)의 이야기도 쇼킹했어요.  "만약 죽기 전에 한 시간 동안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자신은 글을 쓸 거다"라는 야무진 포부를 밝히시고요.


개그맨이자 사업가인 고명환 님은 "질문 하나만 바꿔도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왜(Why)'를 '어떻게(How)'로만 바꿔 보아도 답이 보인다"며 인생 성공비결을 알려 주시네요.


갤럭시 신화의 주인공 삼성전자 고동진 전 사장님은 "사람들이 속도가 먼저야? 아님 품질이 먼저냐를 물으면 속도가 먼저라 대답한다"며. 타이밍을 놓치면 활어가 건어물이 되는 비유를 드시네요.


국내최초 강력계 여형사인 박미옥 님은 자신의 단점이었던  소심함은 디테일로, 두려움은 철저한 사전 계획으로 대비해 왔다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지금은 명예퇴직 후 제주도에서 무료 책방을 운영하며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1996년 결성하여 올해로 38년째 같이하는 4인조 인디밴드 <노 브레인>. <난 네게 반했어?>로 무명 설움을 떨어내게 되고, 다른 그룹과는 달리 오래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로 무소유, 즉 원시 공산제 원칙을 수익배분에 적용해 왔음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너무 지치면 잠깐 쉬어가면 된다"며 자신들 밴드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거라는 결기를 보여 줍니다.


나태주 시인께서는 자신의 시에 대해 딱 한 줄로 설명하시네요.  "시라는 것은 내가 쓰는 게 아니라, 시가 나오시는 것"이라고요.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는 없겠죠?  시인의 자질도 대를 잇게 되는 모양인지, 서울대 교양학부 나민애 교수님이 나태주 시인의 딸이더군요.


이 글을 정리하기 전 강원국 님의 <지금, 이 사람> 마지막 방송을 다시 들었습니다.  제겐 참 좋았던 방송이자 진행자 셨습니다.  책 마지막 문장이 “참 많이 배웠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저의 인생 스승입니다”라는 말에 격하게 동감하고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살아있는 스승'

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음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 5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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