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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Mar 13. 2024

[2024년 독후기록 15]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셰프의 결핍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아침 일찍 사무실에 도착하면,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마지막 꽃샘추위인지 오늘 아침도 영하입니다.  해가 많이 길어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깜깜한 밤이던 출근길이 희미한 여명으로 일찍 시작되네요.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웅진지식하우스, 2024년 02월, 볼륨 259쪽.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서울에 사는 선배님께서 카톡으로 읽은 소감을 짤막하게 알려 주셔서 출간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3/2일 자 [시사IN]에 실린 이 책과 관련된 기사도 접하면서 “이건 읽어야 돼” 하며 인터넷서점 카트에 담아 놓은 책입니다.  그러다 제게 이 책을 소개해주신 선배님(이름은 이민영)께서, 사지 말고 읽어보라며 택배로 보내주셨어요.  책 겉표지에 짤막한 포스트잇 메모가 붙어있습니다.  “즐거운 추억되세요”.  선배님의 후배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음을 한눈에 알아봅니다.


박찬일 셰프님은 1965년 서울생으로, 집안 형편이 가난하다 보니 밥도 자주 굶었답니다.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어찌어찌 중앙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잡지사 기자로 근무를 하셨답니다.  기자생활 중이던 34세인 1998년,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고, 이후 <수요미식회> <어쩌다 어른> 등에 출연하셨네요.  박찬일 님 책을 처음 접한 게 2014년 11월에 나온 [백 년 식당]을 통해서였습니다.  전국에 있는 노포 18곳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아 셰프님께서 유명해지시다 보니 책도 쓰시는구나” 하고 흘려 넘겼는데, 이 번 책이 15번째 나온 책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셰프이자 글 쓰는 요리사, 미문의 에세이스트 시네요.


이 책 읽기 전 김겨울 님(1991년생)의 [겨울의 언어]라는 산문집을 읽었었는데, 세대 차이 때문인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거든요.  작가님을 디시하자는 의도는 아닙니다.  단행본으로 낸 7번째 책이라는데, “좋은 글을 쓰는 길은 하늘이 알려줄 수 없고, 선생이 인도할 수 없으며, 오로지 다른 이에게서 스스로 배울 수밖에 없다”와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선택할 수 있다” 딱 두 문장만 기억에 남았거든요.  그래서 독후기록을 남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셰프님의 금번 책은 요리나 음식 이야기가 아닌, ‘결핍’과 함께 나눠 먹은 음식을 둘러싼 ‘사람’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시대상과(저보다 연상이시지만 비슷한 세대를 살아오셨기에 공감이 더 됩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도 담겨 있고요.

주간지 [시사IN]에 2022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년 동안 연재되었던 글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입니다.  읽다가 자꾸 울컥하게 되네요.  화교나 조선족, 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인터뷰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늘 관심이 갔다.  어찌 보면 동정이다.  동정이지만 동정이 깊어지면 관심이 되고, 관심에 논리적인 시선이 더해지면 그 사람의 세계관은 형성하게 된다”는 말에 작가님의 정서를 엿볼 수 있었답니다.


역마살이 있어 혼자 많이 돌아다니며, ‘대포’나 ‘왕대포’라 쓰인 집에 들어가면 대부분 맛집이라는 셰프님을 통해, 제가 사는 빛고을 광주 양동시장에 위치한 [여수대포집]도 알게 되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테이블 딸랑 2개뿐인, 70넘은 어머님께서 운영하시는 집인데,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니, 또 누구를 꼬드겨 이 집엘 가야 하나 머리를 돌리게 되네요.ㅎㅎ


“미식이란 원래 일상의 맛과 다른 것을 의미한다(29쪽)”


“우리는 부모님이 낳으시고 선생님이 짓는 인생이 아니었나 감히 생각한다(51쪽)”는 문장에 오래 눈길이 머무르네요.  “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성형외과) 날 만드시고”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이 땅의 교권추락과 동시에 참스승도 사라져 가는 세태를 한탄하게 만들고요.


손에 집어든 지 하룻만에 읽은 책입니다.  소개하고 선물까지 해 주신 민영 선배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주 일요일이 우연히도 저랑 와이프 생일이 같은 날이거든요.  미리 생일 선물 받은 것 같아 행복합니다.


그리운 것들, 마음이 따스해지는 이야기, 눈가가 시려지는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일독을 강추드립니다.


올해 15번째 책읽기.

#박찬일  #독후기록  #밥먹다가울컥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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