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해야 하는가...

시간의 서랍을 채워가는 중

by 녹차라떼

오늘 문득 눈을 뜨며 왜 일을 해야 되는지 생각해 봤다.

무섭기까지 한 월요일이고 푹 쉬지 못한 주말을 보냈기 때문일 테다.

오늘따라 유독, 월요일이 싫다. 월요일은 죄가 없는데 말이다.


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누군가 인간은 평생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천벌을 받았다 했던 것 같다.

그 말이 맞다면 그 천벌을 혼자 받는 건 아닐 테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그럼 무슨 죄를 지었길래 천벌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천벌이라 하기엔 나의 직장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내가 쉬고 싶을 때나 오늘따라 놀고 싶은 때에도 나는 출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쩌면 노예의 삶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노예라면 선택적 노예다. 아무도 등 떠밀지 않았다).


그럼 나는 도대체 왜 일하는가..

단순히 '경제활동을 통한 생계유지'는 이 지옥 같은 월요일 아침을 이겨내기에 부족한 이유이다.

하루는 24시간이고 8시간 수면을 제외하면 16시간이다. 이 시간 중 반 이 넘는 9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은 나에게 큰 의미이다. 아니 큰 의미를 가져야만 할 것이다.


나는 내 일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완성하는 중이라 생각한다.

몸만 어른이지 나의 마음과 나의 인격과 나의 멘털은 크지 못한 어린아이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무수히 많은 경험들, 그 과정에서의 실수들, 직업이 아니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행정적 절차들, 업무상 만났던 그 많은 사람들... 그 과정에서 나는 소통하고, 싸우고, 깨지고, 깨닫고... 때론 웃고, 울고 하며 여기까지 왔다.


첫 직장 7년, 경력단절 6년, 현 직장 8년, 토털 21년을 보내며 시간에 비례하여 통장의 잔고는 쌓지 못했지만

딱 그만큼 경험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얻었다. 내 통장 속 모든 돈을 다 주어도 얻을 수 없는 경험들이다(초긍정적 사고 칭찬한다).


내비게이션 없이 초행길을 달려본 적이 있는가?

등에서 땀이 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간 길은 기억 속에 남는다. 온전히 내 것이 된 것이다. 내비를 보며 달릴 때는 금방 잊어버리는 길인데 말이다. 인생을 산다는 것이 내비 없는 초행길과 같다.


직장 생활을 하며 나는 비로소 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어떤 상황을 가장 힘들어하는지. 모든 경험들을 마음속 서랍에 정리해 뒀다가 같은 경험이 필요한 순간에 꺼내본다. 그러면 20대 때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그 상황을 견딜 수 있다. 멋지지 않은가? 어른이 된 기분.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 깨닫고 긴 인생의 순간순간에 필요한 삶의 매뉴얼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견디며 무의미하게 숏폼이나 보며(요즘 그런 시간이 많아서 자괴감...) 소비하기보다 한 순간 한 순간을 밀도 있고 농밀하게 보내야 한다. 부자도 빈자도 공평하게 갖는 유일한 것이 시간인데 부자들처럼 명품을 살 순 없어도 부자의 시간보다 더 명품인 경험들로 내 시간서랍을 채우고 싶다. 텅 빈 서랍이 많을수록 허무하지 않은가.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에 철학이 있다. 오늘 딸아이가 아침에 부른 노래다.

'미소로 일어나기, 미소로 잠에 들기, 해님달님에게 인사 잊지 않기, 거울 보고 행복하기'

'나를 사랑하기, 남도 사랑하기, 삶을 사랑하기, 예쁘게 살아가지...'

이 얼마나 삶의 철학이 듬뿍 담긴 노래인가.

딸에게 많이 배운다. 덩달아 나도 이 노래처럼... 바빠도 우아하기, 내가 예쁘단 걸 항상 잊지 않기^ㅡㅡㅡㅡ^


오늘도 나는 내가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돈을 넘어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다들 본인의 자리에서 건승하시길... 세상 모든 워킹맘들과 직장인들이여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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