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웃으며 흐느끼는 주점
린은 골목 끝에 있는 낡은 문을 열었습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따뜻한 열기와 함께 시끄러운 소음의 파도가 이노를 덮쳤습니다. 쏟아지는 맥주와 따뜻한 음식, 오래된 나무와 사람들의 땀 냄새가 뒤섞인 공기. 안은 또 다른 활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소리는 밤의 고요함을 전부 집어삼킬 만큼 거대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이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이노가 늘 창문 너머로 지켜보던 술집이었습니다.
술집 문을 열자마자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가 그들을 맞았습니다.
“뭐야. 린 왔니? 바쁜데 어디를 갔다 온 거야? 그 꼬맹이는 누구고?”
이노는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했지만, 이노의 목소리는 술꾼들의 웃음소리에 잠겨 금세 저 밑바닥으로 사라졌습니다.
“됐고, 쿠야 아저씨. 오늘은 또 왜 이리 사람이 많아요?”
“이 정도는 일상이지. 늦게 왔으니까, 얼른 일이나 해. 돈은 벌어야 할 거 아니야?”
린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익숙하게 가게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술이 가득 찬 잔들을 들고 나왔습니다. 린은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술을 나르고 빈 잔을 치우고, 자리를 치우고, 술에 취한 술꾼들과 잡담을 떨었습니다. 린에게는 아주 익숙한 풍경인가 봅니다. 린이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이노는 야무를 품에 꼭 껴안은 채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뭐야 이 꼬맹이는?”
아주 가끔씩 술꾼들의 눈에, 이노가 들어왔지만, 술꾼들은 몇 초만 내려다볼 뿐, 이내 자기들의 웃음과 술잔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술꾼들은 이노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어른들의 숲 속에서, 이노는 그들의 발에 차이고 어깨에 부딪혔습니다. 이노의 눈에는 그들이 모두 거대한 거인처럼 보였습니다. 이노는 이리저리 피하려 애썼으며, 그런 모습을 보던 술집 주인 쿠야가 소리쳤습니다.
“이봐, 꼬마! 거기 길을 막지 말고. 이리 와서 앉아 있어.”
이노는 얌전히 쿠야가 안내해 준 식탁 의자에 앉았습니다.
이노에게는 조금은 높은 자리였지만, 어찌어찌 올라간 이노는 그 자리에 얌전히 앉았습니다. 그곳은 술집 안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였습니다. 높은 곳에 앉자, 방금 전까지 자신을 위협하던 거인들은 다시 평범한 사람들로 보였습니다. 이노는 그들이 왜 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곳에 모여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모두가 자기 이야기만 하느라 바빴고, 서로의 말을 듣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모두 웃고 있었습니다. 이 깊은 밤 속에서도 아주 활짝.
어느새 야무는 이노의 품을 벗어나,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의 접시에서 몰래 소시지를 훔쳐 먹고, 흥겨운 노랫소리에 맞춰 꼬리를 살랑이며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야무에게 있어서 이런 풍경이 무척 익숙한 걸까요? 별조각과 이노는 멍하니 야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빈 잔을 치우던 린이 다가와 속삭였습니다.
“밖에 있는 아저씨들이 잠잠해질 때까지만 여기에 있어. 알겠지?”
“린 너는 왜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거야?”
“나 말이야?”
“응.”
린은 행주로 테이블을 닦으며 잠시 창밖을 보았습니다.
“음 돈이 필요해.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하고 싶은 일이 뭔데?”
“저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어.”
“날아다닌다고?”
“응. 돈이 있으면,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날아다닐 수 있는 비행기라는 걸 탈 수 있대. 나는 그 위에 올라서서 밑을 내려다보고 싶어. 내가 사는 이곳이 어떻게 보일지 너무 궁금해. 이 작은 곳이 아니라, 더 넓은 곳으로, 날아다녀보고 싶어.”
꿈을 이야기하는 린의 눈은, 술집의 그 어떤 등불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 가장 낮고 소란스러운 곳에서, 가장 높고 고요한 곳을 꿈꾸는 소녀. 이노의 눈에는 그녀는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말이죠.
“그렇지만 여기는 위험하지 않아?”
“아니 전혀. 저기 술에 취해서 소리 지르는 아저씨들? 싹수없어 보여도, 사실은 착한 사람들이야.”
“그럼 너를 쫓아오던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다르지. 마음속에 화가 너무 많아서, 술로 화를 재우지 못하는 사람들이야. 그래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찾아다니며 그 화를 풀어내려는 거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지만, 결코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야.”
이노는 얌전히 앉아 있다가, 린의 권유로 린을 도와 술집을 오갔습니다. 처음에는 몇 번 넘어지고 엎는 등 실수를 했으나, 이윽고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금세 익숙해졌습니다.
“이봐 꼬맹이 너도 한잔할래?”
술잔을 건네며 술집 사장 쿠야가 그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이노는 오히려 고약한 냄새가 나는 노란 액체를 보며 되물었습니다.
“아저씨는 그걸 왜 마시는 거예요?”
“왜냐니? 하루를 살아가려고 마시는 거지 이 술로.”
“술을 마시면 하루가 보내지나요?”
“그럼. 술 한잔에, 오늘 있었던 모든 후회와 짜증, 슬픔과 괴로움, 아픔을 녹여버리는 거야. 그럼 잠시나마 즐거움으로 바꾸는 거지.”
“단순한 현실도피일 뿐이잖아.”
꼭 이럴 때마다 옆에서 야무가 초를 치는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나 쿠야는 그런 이야기에도 호탕하게 웃으며 술 한잔을 넘겼습니다.
이노도 궁금한 나머지 아주 조심스레 술을 한 모금 입으로 가져다 두었습니다. 딱 한 모금 넘어가려던 그 순간, 이노의 눈에는 술을 마시는 모든 사람이 웃으면서 동시에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들은 즐거웠고, 그들은 슬퍼 보였습니다. 감정이 섞이는 것이, 바뀌어지는 그 황혼적인 시각이 이노의 눈에 비춰 보였습니다.
그때 누군가, 낡은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다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술을 마시고 있다네.
술 한잔에 오늘을 보내고.
술 한잔은 내일을 위해.
오지 않는 내일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고.
와버린 오늘을 잔에 채워.
건배 그리고 또 건배.
내일도 우리는 이 자리에 모이겠지.
모이지 않더라도 술 한잔을 어디에선가 보내겠지.
술 한잔은 우리의 피요 눈물이니.
우리는 평생 술을 마실 운명이라네.
모두가 목청껏 즐겁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노는 알 수 없었습니다. 왜 이토록 즐거운 노래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자장가처럼 들리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