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밑 이노

12) 여행의 끝

by 동동


“이 끝에 별이 있는 거겠지?”


이노와 별조각은 망설임 없이 새하얀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야무는 아니었습니다. 야무는 마치 보이지 않은 벽에 막힌 것처럼, 낡은 문지방 너머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야무는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여정이 여기까지였음을. 길 위에서 얻은 대답과 온기만으로도, 야무의 길고 길었던 밤은 충분했습니다.

이노 역시 그 사실을 알았기에, 차마 야무를 붙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야무는 이대로 친구를 떠나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노의 바짓가랑이에 자신의 머리를 비볐습니다.


“이노 넌 돌아갈 거야 다시?”

“응. 다시 돌아가서, 지금을 살아갈 거야.”

“후회는 없어?”

“후회할 시간은 없어. 지금을 살아가기도 바쁜걸.”


야무는 그 대답을 듣고, 비로소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눈동자에는 처음 만났을 때 있었던 냉소나 경계는 없어졌습니다. 그저 그곳에는 작은 별 하나가 떠 있는 듯한 맑은 빛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 그거면 됐어. 이노 다음에 다시 만나자. 너와의 여행은 즐거웠어.”

“그래 다음에 만나자 야무.”


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좁아지는 틈 사이로, 야무가 무언가를 툭, 하고 던졌습니다. 그것은 야무의 목에 걸려 있던, 낡고 해진 작은 방울이었습니다.


"그거, 길 잃어버리지 말라고 주는 거야."


이노는 손바닥 위의 작은 방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대답 대신, 이노는 고양이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던 꽃잎 중, 아직 주머니에 남아있던 하나를 꺼내 야무에게로 가만히 불어 보냈습니다. 분홍빛 꽃잎은 바람을 타고 야무의 발치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이건 온기의 씨앗이야. 네가 돌아갈 곳을 잊지 않도록."


야무는 그 꽃잎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마침내 문이 완전히 닫혔고, 딸랑, 하는 아주 작은 방울 소리만이 이노의 손안에 남았습니다.

이제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는 이노와 별조각, 둘만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처음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습니다. 이노는 새하얀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주위가 서서히 밝아졌고, 이노는 주위에 수많은 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별이야.”


이곳은 별들의 바다였습니다.

수많은 별들이 제 빛을 내고 있었고, 저마다의 빛으로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어떤 별은 기쁨을 노래했고, 어떤 별은 슬픔으로 흐느꼈습니다. 또 어떤 별은 간절한 소망으로 고요히 그 자리에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이노는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은하수 위를 걷는 것만 같았습니다.


수없이 많은 별들을 지나면서, 이노는 지금껏 있었던 여정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계단이 끝나고 빛으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이노는 멈춰 섰습니다. 그곳에는 단 하나의 별만이 제 빛을 잃은 채 희미하게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조각 하나 가 비어 있는 불완전한 별이었습니다.


“이노 이제 나를 저곳으로 돌려놓아 줘.”


이노는 말없이 별조각을 두 손으로 감쌌습니다. 여행의 시작이 되어준 작고 따뜻했던 빛. 자신이 이토록 용감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친구.


“재밌었어 이번 여행은 이노.”

“나도 재밌었어 별조각아.”


이노는 별조각을 마지막으로 한번 꽉 껴안았습니다. 작지만 온 우주의 온기가 담긴 듯한, 따스한 빛이 온몸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을까?”

“내가 바란다면 난 언제든 위에 있을 거야. 하늘을 봐.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이노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별조각의 말을,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믿을 수 있었습니다. 이노는 조심스럽게 별조각을 들어, 빛을 잃은 별의 비어 있는 자리에 가만히 가져다 두었습니다.


별조각이 제자리에 닿는 순간, 거대한 빛의 파동이 온 우주로 퍼져나갔습니다.

빛을 잃었던 별은 마침내 완전한 모습으로 깨어나,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듯 눈부시게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빛은 이노가 떠나온 밤의 가장 어두운 골목부터, 길을 잃은 모든 어른들의 어깨 위로, 그리고 린이 잠들어 있을 작은 창가 위에 까지. 공평하게 쏟아져 내렸습니다.

기나긴 밤이 끝나고 있었습니다. 이노가 서 있는 자리 너머로, 어둠을 밀어내며 또 다른 거대한 별, 바로 새로운 아침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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