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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 Sep 19. 2022

내 맘대로 하는 영화 리뷰 <표류단지>




 우리는 높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는 노후되고 낡게 된다. 그러면 다시 철거가 결정되고, 무너지고 새로운 아파트가 건설이 된다. 아파트의 수명은 인간의 수명보다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하나의 거주지에서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고, 여러 이유를 대면서 사람들은 거주지를 옮기고 살아간다. 오늘날의 집이란, 상황에 따라 자주 변화할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움직이고, 새로운 건물들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노후된 건물, 무너지는 건물. 다양한 건물들은 그냥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일까.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은 어떻게 되는 걸까.


오늘 소개할 영화는 <표류단지>이다.


표류하는 건물. 어떻게 바다 위에 떠있는지, 왜 그 장소에 있는지. 그런 과학적인 요소는 잠시 내려놓고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 이 건물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주인공 일행들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자신이 살고 있던, 살았었던 과거의 집들을 생각하며 영화를 관람하기를 바란다.






<줄거리>



망망대해를 표류하며 생존하는 아이들의 모험을 통해 아픈 상처의 치유와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


카모노미야 아파트는 나츠메와 코스케가 코스케의 할아버지와 같이 살았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시설의 노후화, 판매 등으로 인해 이제는 철거가 확정된 곳으로 인부들 사이에서는 그 아파트에는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이 나 있던 공간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이한 나츠메, 코스케, 레이나, 타이시, 유즈루, 주리. 코스케와 타이시, 유즈루는 그 아파트로 담력체험을 하러 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나게 된 것은 곤히 자고 있던 나츠메. 나츠메와 코스케는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그 광경을 목격하던 유즈루와 주리는 아파트에 같이 들어가게 되고. 나츠메와 코스케의 말다툼이 점점 심해지던 순간, 나츠메는 발을 잘못 내디뎌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순간, 아파트는 어딘가 바다로 이동하게 된다.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는 상황. 그리고 등장한 놋포라는 수수께끼의 친구까지.

이런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바다 위 아파트. 그리고 6명의 친구들.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장점>



              주인공들이 처하게 되는 신비한 상황                      

                          

꿈과 같은 아파트의 표류

주인공 일행은 총 6명이다. 어릴 적 같이 살았던 나츠메와 코스케, 코스케의 친구 타이시와 유즈루. 코스케를 짝사랑하고 있는 레이나와 그런 레이나의 친구 주리까지. 각 캐릭터들은 입체적인 인물들이며, 각자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런 각자가 가지고 있었던 갈등은 이 신비한 상황 속에서 천천히 드러나게 되며, 특히 영화에서 주로 보여주는 나츠메와 코스케는 서로를 향한 갈등을 극복하는 하나의 여정을 펼치게 된다. 영화에서 이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이 장소가 무엇인지. 표류를 하게 되는 아파트라는 특이한 상황은 영화를 보게 만드는 충분한 흥미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추억이 남겨진 건물들          

     

어릴 적 추억이 남겨진 공간

카모노미야 아파트는 어릴 적 나츠메와 코스케가 행복한 추억을 지냈던 장소이다. 나츠메는 그 장소를 잊지 못해 나이가 들어서도, 출입금지가 되어서도 그 장소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나츠메와 코스케가 행복하게 머물었던 추억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건물에 남겨져 있는 추억들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영화에서는 표류를 하는 다양한 건물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건물들은 모두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그 건물에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고, 건물마다 하나의 기억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라졌음에도 잊히지 않은 수많은 건물들은 넓은 바다 위에서 떠돌고 있다. 이런 영화의 상황 설정을 바라봄으로써 관객들은 지금 살고 있는 건물들과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건물들. 과거의 추억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연출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장면

 애니메이션 영화는 애니메이션이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연출들이 있다. 실사로 만들어진 영화라면 확실히 영화가 가지게 되는 감성과 재미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며, 영화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연출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었다. 바다 위 아파트, 그곳에서 고민하는 아이들. 무너져내리는 건물 속 기억나는 추억들까지. 영화와 다른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관객들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실사영화였다면 하지 못했던 수많은 장면들의 연출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단점>



              꼬맹이들의 고집과 투정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전부 나이가 어린 소년 소녀들이다. 그렇게 나이가 적은 아이들이 갑자기 어른도 없는 낯선 환경에서 고립이 된다면, 아이들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영화에서 표류를 하게 된 주인공 일행은 저마다 다른 식의 반응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레이나와 나츠메이다.                       

                          

레이나의 투정

만약 낯선 환경에 표류한다는 상황에 직접 처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레이나처럼 행동할 것이다. 누군가를 탓해야 한다. 그 사람이 잘못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원망한다면, 마음이 한가분 편해질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이기도 한 레이나. 나츠메와 코스케가 보여주는 추억보다 레이나가 보여주는 추억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그려질 정도로 좋은 캐릭터이지만, 나츠메가 누군가를 탓하고 화를 낸다는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짜증이 날 것이다. 어린아이의 투정으로 보이기만 하는 레이나의 모습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나츠메의 잘못, 나츠메에 대한 끝도 없이 투정을 부리는 레이나의 모습은 영화 초반부 많은 관객들에게 화를 불러올 것이다.                          

                       

나츠메의 투정

그렇다고 영화에서 나츠메가 짜증이 안 나는 캐릭터가 아니다. 나츠메는 건물에 대한 추억이 넘쳐나는 캐릭터이다. 관객들에게 그런 설명을 계속해주고, 실제로 캐릭터가 보여주는 모든 모습은 이 낡아버린 아파트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난다. 그러나 그런 사랑은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의 매력은 현저히 낮게 만들어 버린다. 나츠메는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이 싫어, 계속 건물에게 집착을 하고, 장소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현실적이게 반응하려는 코스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코스케의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나츠메의 감정을 공감하기보다는 투정을 부린다고 판단할 것이다.                                          




              설명이 필요한 설정                           

                     

아파트와 백화점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위에서 말했듯 어떻게 이 장소에 왔는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왜 아무렇지 않아 했는지, 이런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요소는 잠시 뛰어놓고 말하고자 한다. 영화에서 기본적으로 잡아놓은 설정에서는 여러 흠이 존재한다. 장소에 오게 된 것을 넘긴다 쳐도, 이 표류하고 있는 바다에 대해서는 상황 설정이 명확하지 않다. 노후화된 건물들이 떠도는 장소. 그런 장소에서 백화점을 만나게 된다. 백화점은 어두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러나 몇몇 건물들은 한 섬에 도착을 한다. 그 건물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나츠메는 이 장소에 자주 왔다고 말을 한다. 이런 건물들의 바다가 자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장소인가. 건물이 노화되기까지의 긴 시간이 걸린다. 약 60년의 시간이 걸린다 해도 나츠메와 코스케여야 하는 이유가 있나. 나츠메와 코스케가 가지고 있는 추억이 그 아파트에 있는 모두의 추억을 대변할 수 있을까.                                          




              위기가 너무 많다.                                        

        

비슷한 위기

영화의 전개는 매끄럽지 않다. 그 이유는 상황에 대한 생략이라 생각한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표류이다. 생존을 해야 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그 살아남는 버티는 모든 과정을 보여주면 영화는 쉽게 지루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택한 방식은 바로 생략이다. 노래를 재생하고,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을 플래시 컷으로 넘겨버린다. 빠른 속도감과 함께 시간의 생략을 관객들에게 인지시킨다. 그리고 그 상황이 끝 이남과 동시에 새로운 위기가 시작이 된다.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에서 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영화의 루즈함을 없애기 위해 자주 채용하는 방식이지만, 이 영화는 위기가 너무나도 많이 나온다. 첫 장면부터 주인공이 죽을 뻔한 위기. 표류가 되어 음식이 떨어지는 위기. 건물이 멀어져 떠내려갈 위기 등. 다양한 위기가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긴장되는 상황이라 여기는 위기도 다양한 위기가 나가고, 같은 전개로 해결됨에 따라 그 긴장감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결국 영화를 보면 볼수록 위기가 위기로 다가오지 않게 된다.                                          



              개인의 추억이 관객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모두의 추억은 이야기되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건물에 남겨진 추억을 중요한 소재로 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관객들은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을 알지 못한다. 영화에서는 추억이 먼저 등장을 한 뒤 추억과 관련된 기억, 설명을 나중에 해준다. 그 추억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말하는 순서가 어찌 됐든 같이 공감을 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건 영화다.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0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말하고 있는 추억을 공감하기 위해서는 추억이 만들어진 기억이나 설명이 먼저 나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영화는 그렇지 않다.         또한 영화에서는 건물에 남겨진 추억을 중요한 소재로 삼았지만, 그 추억을 매력적으로 살려낸 캐릭터는 나츠메와 코스케, 레이나 밖에 없다. 건물과 관련된 추억을 직접 겪고 다시 기억함으로써 개인이 가지고 있었던 갈등을 극복한 캐릭터도 있었으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눈물을 흘리는 캐릭터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캐릭터가 그렇지는 않았다. 타이시와 유즈루, 주리가 가지고 있는 건물에 대한 추억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 3명의 캐릭터는 나츠메, 코스케, 레이나와 다르게 그저 이 상황에 휘말린 쓸모없는 캐릭터나 다름이 없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조력자, 조연으로서의 역할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아쉬운 소모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밖에 없다.                                          






<평가>


한줄평 : 과거의 추억과의 여정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만나는 용기


스토리 : 1/5

[아쉬웠던 스토리.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보다 나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으며,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너무 많은 위기가 캐릭터의 매력을 떨어트림과 동시에 주제를 흐릿하게 만들어버렸다. 전개와 상황 설정과 관련된 요소도 여러 곳에서 비판할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너무 아쉬웠다.]


연출 : 4/5

[애니메이션의 좋은 연출.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영화이기에 가질 수 있었던 다양한 연출은 끝나가는 여름에 다시금 여름날의 바다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여러 장면이나 OST 등 애니메이션 영화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작품성 : 2/5

[주제가 너무나도 흐릿해져, 영화의 연출이 좋다고 해결되지 않았던 작품]


총평 : 2/5

[장점을 찾기 힘들었던 영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연출은 훌륭했으나 스토리나 설정이 아쉬웠던 영화. 처음 영화를 볼 때 가졌던 흥미와 대비해서 영화의 스토리가 무너지는 꼴을 보고 있으니, 짜증이 난다. 스토리나 상황 설정에 대해 구체성을 좀 더 가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갈등이나 서사구조를 조금 더 탄탄하게 만들었으면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만약 오늘 오랜만에 여름 냄새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거나
건물에 대한 그리운 추억이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표류단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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