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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 Feb 09. 2023

내 맘대로 하는 영화 리뷰 <다음, 소희>



요새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보면 뭐만 하면 취업률이 80%, 100%라고 한다. 정말로 같은 분야로 취업을 하는 그들이 아니라, 오로지 취업률이라는 수치만으로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학생들이 어디로 가는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힘겨움을 겪고 있는지 학교는 상관을 쓰지 않는다. 학교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취업을 했다는 수치이니까. 직장에서 힘들어하고 지쳐하면, 도와주지도 않고 오로지 의지 부족이라 얘기한다. 의지가 부족한 사람, 성격이 처음부터 모난 사람, 등 모든 것을 그 힘들어하는 사람을 탓하고 있는 현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다음, 소희>이다.



MZ 세대라고 말을 많이 한다. 젊은 세대들을 약칭하는 말인데, 좋은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MZ라는 명칭을 일부러 지어내어, 내부 집단이 아닌 외부 집단으로 구분 지으려 하고, 그들을 궂은일을 하기 싫어하고 문해력이 부족하고 툭하면 퇴사하겠다는 집단으로 만들어내는 명칭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용어가 왜 만들어졌을까. 젊기 때문에, 위에서 붙어 내려온 불합리함을 그대로 견뎌야 한다는 사회의 안 좋은 특징 때문은 아닐까. 이 영화를 볼 때 과연 소희가 처한 상황이 합당한 지, 아니면 없어져야 할 불합리함인지 판단하기를 바란다.






<줄거리>



“나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다?”
춤을 좋아하는 씩씩한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자취를 쫓는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언젠가 마주쳤던 두 사람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그 애를 만난 적이 있다.


소희는 평범한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이다. 선생님의 신뢰를 받아 대기업으로 가게 된 소희. 그러나 말 만인 대기업 내부는 사실상 콜센터나 다름이 없다. 통신사를 끊으려 하는 고객들을 붙잡아 다시 연결 짓게 하는 업무. 그런 업무는 역시 폭설과 협박이 가득이다.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다니는 소희는 결국 우울증과 삶에 대한 힘겨움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그녀가 자살을 한 뒤 형사 유진이 그녀가 겪은 불합리함을 추적해 나간다.

이런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평범한 고등학생 소희의 죽음. 그 죽음을 추적해 나가는 또 다른 소희






<장점>



              소희와 형사 유진 2파트            


형사 유진을 따라가면서 소희에 집중한다.


 영화는 주인공 소희와 형사 유진의 2가지 시점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인공 소희가 겪은 그 비참함을 소희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한편, 형사 유진의 시점으로 그런 소희의 뒤를 쫓기도 한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 형사 유진의 시선 또한 오로지 소희를 쫓아가는 과정에 집중하였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소희가 겪은 비참함을 알고 있다. 소희의 시선으로 영화를 봤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므로 영화는 그 이상으로 소희에게 집중시켜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희가 필요했다. 형사 유진은 그 역할이다. 관객들은 형사 유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소희와 비슷한 캐릭터라는 것. 그것이 전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관객들은 형사 유진을 보면서도 소희를 생각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            


수많은 소희들의 연기


  배우들의 연기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소희의 역할로 연기한 김시은 배우는 그 나이에 겪는 순수한 모습과 콜센터를 다니면서 겪게 되는 그 스트레스가 쌓여 달라져가는 소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관객들은 그런 배우의 연기 덕분에 소희라는 캐릭터에 대해 더욱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다. 형사 유진을 연기한 배두나도 마찬가지이다. 소희의 죽음을 추적해 나가는 정의로운 형사의 역할을 완전히 보여주었으나, 이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의 연기에서 관객들은 소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소희의 친구, 남겨진 가족들, 형사 유진까지. 모든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잔잔하면서도 깊다. 그런 연기를 보면서 관객들은 영화의 감정을 고스란히 따라갈 수 있다.                                          




              현실 꼬집기. 고등학생의 죽음으로 달라지지 않는 막막함            


다음 소희는 누구일까.


 해당 영화는 실제 일어난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기존에 있었던 사건을 통해서 현실을 꼬집고자 한다. 고등학생의 죽음으로 바뀌지 않은 현실의 순간들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계속해서 말해준다. 그러나 그 사건이 일어나고 이런 영화가 만들어져도 결국 바뀌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관객들은 막막함을 느낀다. 다음 소희가 또 나올 것이고, 어쩌면 다음 소희가 관객들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가 바로 이다음, 소희라는 영화이다. 과연 이 영화를 기점으로 다음 소희가 나올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단점>



              감정의 과잉. 보고 나서 힘겨움            


가슴 아픈 이야기들. 무거운 현실을 알아차리게 만드는 영화.


   어린 소녀가 죽었다. 물론 슬픈 일이다. 이 영화는 소희와 연관된 인물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그 죽음의 힘겨움을 말해준다. 물론 죽음에 대한 힘겨움이 아니다. 현실을 살아가기 벅찬 청년세대의 그 힘겨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말해준다. 그러나 이런 무거운 이야기의 연속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다소 힘들 수도 있다. 신파처럼 대놓고 울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무거운 현실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계속 말해준다.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오히려 더 현실의 무거움을 느끼게 되어 힘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긴 런타임과 유진이라는 캐릭터의 옅음            


정의감이 넘치는 창작물 속의 주인공 같은 옅은 인물


  영화는 긴 런타임을 가졌다.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2부에서 나오는 배두나의 캐릭터에 대해서 옅게 그려내었다. 유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 있어서 관객들이 실망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유진의 캐릭터를 옅게 만들어 유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또 다른 소희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에게 이입할 대상으로 만들었다. 확실한 효과가 남아있겠지만, 만약 배두나의 연기와 그 캐릭터성을 기대하면서 간 사람들에게는 이 또한 단점으로 남았을 것 같다.                                          






<평가>



한 줄 평 : 다음 소희는 과연 다음 소희를 막을 수 있을까.


스토리 : 4/5

[실제 사건 기반의 스토리. 막 고등학생을 졸업한 학생들의 힘겨움과 그 괴로움을 잔잔하게 관객들에게 말해준다. 형사 유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이 영화는 소희의 이야기이다. 죽어버린 소희와 살아남은 소희들.]


연출 : 4/5

[감정을 그대로 끌고 가는 연출. 영화는 1막, 2막으로 나누었음에도 관객들에게 그 감정 하나하나를 허투루 놓게 하지 않았다. 소희의 비참함을 보여주는 1막과 그 절망을 그대로 끌고 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소희들에게 건네주는 모든 말들이 이 영화의 연출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작품성 : 4/5

[오늘날, 사회에서 다음 소희인 모든 사람들을 어울릴 수 있는 영화.]


총평 : 4/5

[꽤나 괜찮았던 영화. 실화 기반의 영화를 소재로 만들었음에도,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다른 소희들에게까지 보여줄 수 있는 영화. 달라지지 않은 사회를 꼬집으면서도 그 안에서 작품이 할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던 영화]



만약 사회를 살아가기 힘든 사회 초년생들이라면
만약 씁쓸하지만 조금은 감동스러운 영화를 보고 싶다면
영화 <다음, 소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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