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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 Aug 11. 2022

내 맘대로 하는 영화 리뷰 <비상선언>

정말로 국내 영화의 한계가 느껴지는 비상이었다.

재난 영화는 재미를 가지고 있다. 그 재미는 벌어지고 있는 위기 상황의 스케일과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부분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 보는 상황이라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다. 수많은 재난 영화가 만들어져 왔기 때문에 익숙한 장면 익숙한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같은 재난을 두 번 겪어도 다른 것처럼. 같은 소재를 가져와도 영화의 내용과 연출에 따라 작품성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비상선언>이다.


비상 선언.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기에 기장의 말에 따라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를 뜻한다. 항공기와 관련된 재난 영화.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볼 때 영화에서 보이는 재난의 스케일과 인물들의 연기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영화를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비상선언’: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 제보를 받고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실제로 KI501 항공편에 타고 있음을 파악한다.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로 떠나기로 한 재혁(이병헌)은     
주변을 맴돌며 위협적인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신경 쓰인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이륙한 KI501 항공편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비행기 안은 물론 지상까지 혼란과 두려움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이 소식을 들은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는데…     

 형사 인호는 수상한 연락을 받게 된다. 아내는 친구들과 하와이로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러 가던 날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비행기 테러 예고를 찍은 사람이 아파트 주민 같다는 신고. 인호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인호는 그 신고가 진실인 것을 알아차린다. 범인이 비행기 테러를 하려는 것을 알아차린 인호. 서둘러 공항으로 향한다.     

 한편 재혁은 몸에 아토피가 있는 딸 수민을 데리고 하와이로 가려한다. 비행기를 타는 것도 무서워하는 재혁. 그런 재혁의 곁에는 항상 딸 수민이 있다. 그런 수민이는 화장실에 들린 도중 수상한 남성을 보게 되는데. 자신의 몸에 이상한 것을 집어넣고 있는 남성. 불안해하는 수민은 그 사실을 숨긴 채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그리고 비행기는 공중으로 뜨게 된다. 수상한 한 남성과 함께.     

이런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절체절명의 항공기 테러 사건 발생. 비행기 안 사람들은 이미 모두 감염되었다!       

       



<장점>     


공중과 지상. 두 명의 주인공과 두 개의 상황               


지상에서 사건의 해결을 위해 뛰어다니는 인호


영화는 두 명의 주인공을 내세웠다. 지상에는 형사인 인호. 비행기 안에는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재혁. 영화는 비행기 안의 이야기와 지상의 이야기를 교차시켜서 보여준다. 상황의 긴박함이 재혁을 통해 비행기 안에서 펼쳐진다면, 지상에서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인호가 나서게 된다. 두 명의 이야기를 각각 떨어트려서 놓았지만 서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상에서 관객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면 공중의 상황이 좀 더 이해를 할 수 있다.               


비행기 안에서 사건의 급박함을 보여주는 재혁


 상황 또한 두 가지로 나뉜다. 지상에서의 상황과 공중 비행기 안에서의 상황. 바이러스가 터지기 시작한 비행기 안은 혼란스럽다. 서로가 서로를 나누고, 병에 걸린 사람들을 죽어나가는 지옥이 펼쳐진다. 그 안에서 한 사람은 생존을 위해 움직이기도 하며, 다른 사람은 남을 위해 움직이기도 한다. 비행기 안에서는 재난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모습이 펼쳐진다. 지상의 모습은 이와 다르다. 지상에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서둘러 진상을 파헤치려 노력한다. 인호가 바로 대표적이다. 아내가 비행기에 타 있는 이상 인호는 계속해서 뛰어다닌다.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러나 과연 모든 사람들이 그럴까.          




악역. 임시완의 미친 연기력               


미친 연기력.


영화의 악역은 임시완이 맡아주었다. 임시완이 연기하는 류진석은 무척이나 강렬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등장부터 캐릭터에 대한 확실한 이미지를 잡아주는 연기와 대사는 관객들에게 악역 류진석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켜주었다. 악역은 초반부의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흥미 있게 만든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류진석. 사이코패스와 같은 그 광기의 모습 덕분에 영화의 속도감이 더욱 느껴졌다. 다급한 주위 분위기와 난장판이 되어가는 초반 상황에는 류진석이라는 뚜렷한 악역이 중심을 잡고 있었다.          




코로나와 엮을 수 있는 상황               


난장판이 되어가는 상황


영화에서는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었다. 지상에서도 공중에서도. 병이 걸린 사람과 안 걸린 사람을 나누고 그것은 나라와 국적 인종과 나이 상관없이 그저 나눈다. 이기적이게 보이고, 이타적이게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 관객들은 어디선가 많이 본모습이라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코로나를 겪었다. 병이 걸린다는 것. 전파가 된다는 것. 그 사실 하나로 어디까지 갈 수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등장인물들은 선택해야만 했다. 소수의 희생인지, 다수의 희생 일지. 생명의 가치와 관련해서, 전염병과 관련해서 우리는, 관객들은 지난날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단점>     


스토리 라인의 엉성함. 잘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정부. 하는 일은 없다.


 영화는 잘 만든 듯하지만 스토리의 흐름이 결국 욕을 먹게 되었다. 영화를 맨 처음 기대하고 보았을 때는 당연하게도 테러 영화를 기대하며 보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테러를 중요하게 보지 않고 있다. 악역이 저지르는 테러보다는 남은 사람들의 생존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존에 초점을 맞춘 만큼, 초반부의 임팩트만큼 영화의 후반부는 매력적이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초반부에 악역이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진행하였지만 악역의 퇴장 이후 긴장감은 점점 약해진다. 내부적인 요소에서 오는 긴장감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소에서 긴장감이 발생하기 때문에 영화의 매력이 반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영화의 후반부는 스토리가 오락가락한다. 비행기가 높은 곳을 갔다 밑으로 내려가듯, 영화의 스토리에는 완곡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의 완곡은 너무나도 심하다. 분명히 끝낼 수 있는 장면임에도 영화는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영화의 결말을 받아들이려는 순간, 영화에서는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또 그 결말을 받아들이려는 순간, 또 다른 결말을 제시한다. 하나의 이야기를 끝내는 것에 집중을 하기보다는 여러 장면을 영화 내에서 그려내려고 하는 것처럼 보여 아쉬웠다.        




한국 재난 영화의 한계. 한국형 신파        

       

울어야 하는 장면이 존재하는 한국 영화.


 영화는 결국 한국형 신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싶은 장면을 결국 존재했다. 비행기의 급박한 상황이 지나가고, 신파가 찾아오는 순간 한숨만이 나온다. 테러가 일어나고 급박하고, 진지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보고 싶어서 영화를 보게 되었지만, 신파가 나온다니. 

 그 신파가 나오게 되는 과정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 비행기 내에서 계속 나뉘던 사람들의 의견이 한순간에 모아진다. 그 이유나 과정은 딱히 없다. 그저 신파를 위해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성이 죽어버리는 순간이 찾아왔다. 모두가 하나의 대상으로, 그저 눈물을 흘리게 하기 위한 하나의 목적으로 사용이 된다. 아쉬울 수밖에.          




영화가 보여주는 전체적인 상황. 기대 이하.               


서사가 부족했던 비행기 사무장 김희진.


 영화가 말하고 있는 상황은 매력적이게 보일 것이다. 상공에서 바이러스가 터지면 아무도 도망을 못 갈 테니까.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악역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악역의 목적은 무엇인지 등등 상황은 확실히 매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그렇지 않다. 급박한 상황을 빠르게 넘겼으며 세세한 설정은 그냥 생략해버렸다

 영화 내에서 악역이 가지고 있는 임팩트가 가장 컸기 때문일까? 영화에서 유일하게 호감으로 생각되는 것은 악역 류진석뿐이었다. 류진석은 무언가 입체적인 인물처럼 등장한다. 대사도 들어보면 자신이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는 듯 말한다. 그러나 악역의 퇴장은 너무나도 빨랐다. 그가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관객들은 볼 수 없다.     

류진석이라는 인물이 시도한 테러 행위에도 문제가 있다. 다수를 죽이기 위해 바이러스를 긴 시간 동안 변이 했으나, 그 바이러스의 해결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항체 하나로 순식간에 끝나버리다니. 영화의 사건 해결 방식은 지금까지의 여정을 쓸모없는 듯 버리는 것과 같다.      


비상선언을... 선포합니다. 과연 필요한 대사였을까? 달라지는 건 없었는데.


 영화에서 바이러스는 위협을 계속 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러나 전반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비해 영화 후반부에는 바이러스가 약해진다. 전반부에는 눈이 터지고 피를 토하고 경련을 일으키는 등 빠른 시간 내에 병이 퍼지는 것 같았지만, 악역이 퇴장하고 난 다음부터는 급격하게 바이러스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밥을 통해서 병에 걸린 기장은 하와이에 도착하기도 전에 빨리 죽었으나, 그 옆에 있던 부기장은 영화가 끝나기까지 죽지 않는다. 말이 되는 상황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와이에서 한국까지 8시간 30분. 왕복 17시간. 과연 바이러스가 그 사이에 무사했을까?]   




<평가>     


한 줄 평 : 한국에서 거의 처음 보는 공중 재난 물. 그러나 한국의 신파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스토리 : 2/5     

[초반부와 후반부의 차이가 극심했다. 초반부는 사건의 전개와 흐름, 그리고 등장하는 캐릭터와 악역에 대해서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들이 처하는 위험한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큰 몰입감을 주었으나, 어느 기점 이후부터는 영화의 흥미가 순식간에 떨어진다. 비행기 내 승객들이 가지게 되는 위협이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발생하니까.]          


연출 : 4/5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연출. 비행기가 선회하고 바다로 떨어질 때나 위협사격을 하거나, 착륙을 시도하려 할 때 등 영화에서 상황에 몰입하게 도움을 주는 좋은 연출은 있었다.]        

  

작품성 : 2/5     

[분명 한국에서 만들어낸 좋은 재난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놈의 신파와 교훈 때문에 망쳐버리는]          

총평 : 2.5/5     

[그럭저럭. 뇌를 비우고 본다면 생각보다 볼만한 영화. 초반부 악역이 확실히 이야기의 중심을 지키면서 사건을 전개해나가기 때문에 하와이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영화의 재미와 흥미진진함에 뿍 빠질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이야기의 전개가 비행기 내부가 아닌 지상과 다른 나라에 집중되기 때문에 초반부와 비교해서 너무나도 재미없게 느껴질 것.]         

 

만약 오늘 테러가 일어난 비행기 내부의 상황을 알고 싶거나    
그런 테러 속에서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고뇌에 대해 알고 싶다면
영화 <비상선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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