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영양제, 감사
늘 감사함이 가득한 이서에게
이서야, 잘 지내고 있지? 지하 주차장에서 쑥스럽게 네 아버지 뒤에 숨어 인사하던 아이였는데, 다음에 삼촌 볼 때는 반갑게 인사할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사회생활로 바쁜 와중 잠시 평일 하루를 쉬어가며 네 아버지와 점심 식사를 했어.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며 이서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단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길 새우 삼촌이 기도하고 응원할게. 네 아버지를 만났을 때, 작은 선물 하나를 전달했어. 안타깝게 마음에 드는 선물이 아니었음에도 밝게 웃으며 삼촌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며 이서가 마음씨도 너무나 이쁜 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되었네.
삼촌도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게 된 지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는 거 같아. 한 때는 특권을 누리면서 오만하게 살았지. 아쉬울 게 없었고, 주어진 상황이 당연하다 믿으며 살았으니, 감사함보단 당연함이 더 많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신은 공평하다고 했었나? 정말 한순간에 누리던 모든 것을 잃고 나니 작은 것부터 감사하며 사는 법을 몸소 깨우칠 수 있었단다. 급하게 시작한 군복무 속에서도 늘 감사하며 살던 네 아버지를 통해 감사함이 무엇인지 많이 배웠고, 그 고마움에 아직도 틈틈이 연락드리며 찾아뵙는 건 아닐까 싶네. 더 나아가, 근무 환경도 한몫을 하기도 했어. 악천후 속에서도 그저 묵묵히 앞으로 항해하는 배 안에서 땅 위해서 산다는 것조차 얼마나 큰 감사함이었는지 지금은 웃으며 회상하지만, 그 당시에는 참 아찔했었다.
인생에서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고 리셋하여 살아가다 보니 참 고맙고 감사한 순간이 많았어. 꼭 큰 선물과 기회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 소소한 일들 속에서 이젠 감사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늘 가는 회사 옆 식당에서 식당 아주머니가 반찬을 더 챙겨주거나 외국인 노동자 친구가 웃으며 힘내라는 어설픈 한국말 한마디, 말없이 그저 소주잔을 기울여주는 동네 친구,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이 내가 선택한 행동에 응원을 해주고 있는 이서 네 아버지처럼 수많은 고마움 속에서 그저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누리며 살 때보다 더 만족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거 같구나.
그렇게 감사함을 가지고 살면서도 때론 감사함이 무뎌질 때가 있어.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 오래 적응하다 보면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이 보이기도 하고, 늘 변함없는 가족과 친한 친구에게 짜증을 낼 수도 있지. 삼촌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하기도 하고, 무뎌진 익숙함과 반복되는 인생 사이클에서 감사함이 당연함과 교만으로 바뀔 법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지. 참으로 냉정한 건, 감사함을 다시금 깨닫기 위해선 대부분 가지고 있는 걸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는 사실. 어렸을 적에는 모든 상황 속에서 쉽게 감사함을 가지고 살았다면, 어른이 되고 나니 감사함을 잊게 되어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 그럼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결과 속에서 살게 되는 거 같아. 대부분은 잃고 나서 그 감사함을 다시 깨닫고 예전처럼 감사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왜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되었는지 그 상황을 비난하고 후회하며 불평 속에서 사는 경우가 있어. 확실한 건, 어른들 중에는 감사함을 잃고 상황을 비관하며 후회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
이서가 지금처럼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사는 이 모습을 잘 간직하여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감사하며 사는 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서는 이미 감사함을 잘 알기에 삼촌처럼 급변하거나 극단적인 어려움을 통해 감사함을 배울 필요는 없겠다. 혹여나 익숙해진 상황에서 감사함이 흐려질 때면, 삼촌을 찾아오렴. 우여곡절 삼촌의 인생 이야기 속에서 감사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울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 꾸러미가 많단다.
마지막으로 감사함은 사회에서 늘 복리이자처럼 적립되어 나중에 크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구나. 작은 감사함은 사회와 주변 사람들을 따듯하게 해주는 담요가 되기도 하며, 나 자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삶의 영양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일회성으로는 그 효력을 볼 수 없고, 매일매일 누적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건강한 삶의 길을 걷고 있는 이서를 보게 될 거야. 이서 네 감사함을 통해 주변은 늘 따듯할 거라 믿고 오늘도 그저 감사함 속에서 따듯하고 건강하게 자라렴.
2025년 6월 17일
늦게나마 감사함을 배운 새우 삼촌이
p.s
찾다 보면 감사한 게 참 많은데, 근래 삼촌이 회사 불평이 전보다 조금 늘었네. 임시직을 시작으로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까지 걸어오면서 참 감사함이 많았던 것을 기억하며 오늘만큼은 미소 지으며 퇴근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