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속도를 믿고 나아가기
천천히 잘 가고 있는 도현이에게
세상에 나온 지 6개월 정도 된 도현이를 처음보고 얼마 전 본 게 두 번째니 삼촌을 기억한다는 건 기대하기 힘들겠지? 네 아버지 품에 안겨 있는 조그만 도현이가 이젠 엄마, 아빠 사이를 휘젓고 뛰어다니는 걸 보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고 있다고 새삼 느껴. 이번이 두 번째 인사이긴 하나 다음번에 볼 때는 삼촌 하고도 잘 놀았으면 좋겠구나. 그때까지 쑥쑥 몸 건강히 자라다오.
네 아버지하고의 인연은 30년 전 초등학생 시절 같은 반 학우로 만나 축구와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정말 많은 추억을 쌓았던 거 같아. 고등학교를 올라가며 서로의 안부를 근근이 묻고 보는 정도치곤 늘 30년 전 아이로 돌아가 천진난만하게 장난치는 것 같구나. 사회라는 큰 바다에 발을 딛으면서, 네 아버지의 사업, 사무실 이전, 취업 그리고 지혜로운 네 어머니의 만남과 결혼을 통하여 이쁜 도현이의 출생까지. 간접적으로 도현이 네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이젠 네 아버지가 친구보단 조금은 형 같기도 하네.
얼마 전 동네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걱정 한 번 내비치지 않은 네 아버지가 조금 우려하는 모습을 봤어. 도현이가 남들보다 천천히 크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했어. 하지만, 건강하게 엄마 아빠에게 환하게 웃으며 안기는 도현이의 모습을 본 삼촌은 오히려 걱정을 놓게 되었단다. 성장의 속도 차이는 분명 있는 것 같아. 그것 때문에 도현이가 아주 조금 답답할 수 있고, 주변사람들은 조급함을 느낄 수 있긴 하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속도의 차이는 미미할 거라 믿어. 적어도 삼촌은 인생과 회사에서 남들보다 더 많이 더디고 느리게 가고 있음에도 걱정을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도현이는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만 그저 컸으면 하는 바램만 있구나.
삼촌도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때론 미친 듯이 달려보기도 하고, 아예 정체된 듯한 터널에 머물기도 했으며 다양한 속도로 사회를 살아갔단다.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 깨달은 건 인생에서 빠르게 속도를 내어 달린다는 것이 가장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거 같아. 오히려 천천히 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본인에게 맞은 속도를 찾아 꾸준히 유지하며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네.
남들보다 사회서 일찍이 발을 담그며 더 빨리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삼촌은 정말 앞만 보고 달렸던 거 같아. 회사도 사회에서도 초년생이었기에 할 수 있다는 패기로 실수와 실패에 넘어져도 확신이 있기에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나서 달릴 수 있었어. 그래야 하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건 삼촌만의 착각이었단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삼촌은 결국 어두운 터널을 만나고서야 잠시나마 모든 걸 멈출 수 있었네.
고요함과 적막 그리고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답답하고 무서웠어. 속도를 내어 달리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지금의 내 상황에 원망만 가득했던 거 같네. 달리지 못하는 내가 뒤쳐지고 있는 것 같음에 조급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달리다 부딪치기가 일상이었지. 그렇게 어둠 속에서 방황하던 삼촌을 작은 불빛으로 비춰준 사람들 중 한 분이 네 아버지란다.
뭐 어때, 괜찮아, 이김에 쉬어가는 거지 등 대수롭지 않은 네 아버지의 말이 오히려 삼촌에게 필요한 위로였었나 봐. 그렇게 어둠 속에서 다시금 걷기 시작했고 천천히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던 거 같아. 사회에서 살아가는 속도를 줄이고 내 속도를 찾으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남을 돕기 시작하며 마음의 여유도 생겼어. 여유가 생기니 스트레스도 줄었고 속도가 빠르지 않으니 넘어져도 금방 일어나 내 페이스를 찾아 다시금 시작할 수 있었어. 예전보다는 조금 더디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천천히 가고 늦은 것이 절대 틀린 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구나. 그렇게 5년이 흘렀는데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내가 앞서 나가는 부분도 있구나.
삼촌은 22살이 되어서야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남들보다 6년 늦게 대학교에 재입학을 했어. 사회에는 그 누구보다 먼저 나왔음에도 33살에 신입으로 입사하여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단다. 건강하게 크고 있는 도현아, 속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 그저 천천히 내실을 잘 다지고 지금처럼 밝게 지내면서 크다 보면 남들보다 더욱 성장한 도현이 네 모습이 보일 거라 믿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어둠 속에서 불빛을 비추며 별일 아닌 듯 타이르던 든든한 네 아버지가 있기에 도현이 또한 본인의 속도에 맞춰 건강하게 자랄 거야. 후에 도현이가 커서 사회에 나와 혹여나 삶의 속도에 답답하고 힘이 드는 일이 있다면 그 땐 삼촌이 불빛을 비춰줄게.
2025. 07. 22
도현이만의 성장 속도를 응원하며 새우 삼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