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이 되면서 혹시 모를 내 풀타임 근무를 위해.
학원을 세팅할 때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최선을 다해 맞춰 놓았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아이가 학원을 가는 모습이 다 보이는 정도의 거리. 아이도 나도 안심할 수 있어서 유명 프랜차이즈에 못 보내는 것 말고는 단점이라고는 없는 학원 구성.
그래서 언제부턴가 등 하원 알림만 보면서 혼자 다니는 것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요 근래 해가 빨리 지고 날이 어두워지니 영어학원 끝날 때는 데리러 오면 안 되냐는 요청을 한다.
수업이 6시에 끝나니 해가 다지고 어둑어둑하긴 하다. 건물을 나와서 열 발 자국 안되는 길을 건너고 아파트 쪽 문을 들어와 커다란 테니스장만 지나면 우리 집 1층 입구인데도 말이다.
한창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라 약간 귀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되물었다.
"혜원이 언니랑 항상 같이 오는데도 꼭 마중을 나가야 해?"
"언니가 늦게 끝나면 혼자 올 때도 있단 말이야"
어떤 것도 딱히 먼저 요청을 하거나 조르는 법이 없는 아이라서 저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혼자 오기 싫거나 무섭다는 생각을 했으리라는 느낌이 왔다. 그래서 되물은 것이 미안해지기도 하고 그다음 날부터 바로 마중을 나오고 있다.
초겨울 저녁 아파트 단지는 퇴근 시간의 분주함도 있지만 계절 특유의 을씨년스러움도 물씬 풍긴다. 조금 미리 나와서 벤치에 앉아 있자니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마중을 나와 달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나야말로 항상 누군가의 마중을 바라는 아이였는데, 그래서 누군가의 마중을 나갈 일이 있다면 지체 말고 꼭꼭 미리 나가 있어야지 하고 마음먹던 사람이었는데 그 마음을 잠시 잊고 있었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챙기지 않았던 날이나 날이 너무도 추운데 미처 옷을 두껍게 챙겨 입지 못한 날, 아니면 아무 이유 없지만 누군가 함께 옆에서 걸어 주었으면 하는 날, 어린 나는 항상 누군가의 마중을 바라왔던 것 같다. 아쉽게도 내 기억으로 치자면 단 한 번도 그 마중을 받아보지 못하고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이제는 다 떨어져 버린 은행잎이 수북하게 발밑에 쌓여있다. 거미줄과 먼지 투성이인 가로등이 묵묵하게 내 마중을 거들어 준다. 그러다보면 마치 작은 새들의 노래소리 같은 아이들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마중 나오는 내 마음을 반갑게 맞이해 줄 아이가 보인다. 기다려도 받아보지 못했던 마중을 무한히 내 줄 수 있어 오늘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