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2

by 에이프럴

여보

나는

엄마 돌아가시고 나면

짐들을 싹 다 버리고

그 집을 돈 좀 들여 리모델링할 거야

요즘 유행하는 촌캉스 숙소 알지?

우선

지붕과 기둥 서까래만 남겨놓고

다 부수는 거야

창들은 다 통창으로 바꾸어서 바깥 풍경을 오롯이 실내로 들일 거야

차경원리인거지

바닷가였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뭐 어쩌겠어 논뷰도 괜찮은 거 같아

방은 하나만 남겨놓고

다 터서 널찍하게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작정이야

벽과 바닥은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유럽식 미장을 할 거야

가구는 따뜻한 색감과 결이 살아있는 원목으로

몇 개만 들이고 최대한 미니멀하게 꾸미고 싶어

특히 조명에는 돈을 좀 쓸 생각이야

마샬스피커는 필수겠지

창들마다

차르르 가볍게 떨어지는 요루커텐을 달아서

손님들이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푹 쉬도록 하겠어

외벽은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마당에는 널찍한 현무암 판석 몇 개 깔고

나머지는 잔디로 채우는 거야

나무는 어떤 나무가 좋을까?

사이프러스?

은목서?

둘 다 심지 뭐

아 참

아침 조식도 제공할 예정이야

생선구이정식이 좋을까

아님 가볍게 브런치로 할까

이건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어

손님들이 11시에 퇴실하면

그때부터 우리 둘이는

부지런히 청소를 해야겠지

원래 깨끗한 곳이니까

크게 할 일은 없을 것 같아

먼저 창문을 다 열어 환기를 시키는 거야

마샬스피커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욕실 청소부터 해야겠지

물기를 말리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침실엔

햇볕에 잘 말라 뽀송한 침구로 갈아 끼우고

바닥을 청소기로 밀고 닦는 거지

가끔 진상손님도 있겠지?

그렇지만 우리의 내공으로 잘 대처하게 될 거야


손님이 없는 날엔

우리 텃밭을 가꾸자

상추랑 오이도 심고

파도 심어서

웬만하면 자급자족하는 거야

그리고 우리가 살게 될 별채에는 온돌방을 만들자

온돌 그거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로망이잖아

아궁이에 장작을 넣으면

온기가 아침까지 길게 가겠지?

남은 숯불엔 밤이랑 고구마를 구워 먹으면 정말 좋겠다 그치?

숙소이름은 전부터 생각해 둔 게 있어

소소가(이미 있다) 어때?

소소한 집이란 뜻이야

서유숙(이것도 있다)도 괜찮고

이건 느리게 흐르는 집이란 뜻이야

그러고 보니 어쩜 이 집엔 내 철학이 다 녹아있네

나는 목가적인 삶이 좋아

소박하게 사는 것

물질적인 욕심은 크게 없어

당신도 나도

돈에 쫓기지 않고

이렇게 유유자적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별로 없고

얼굴이 점점 맑아지고 편안해져

병원비도 덜 들겠지

나는 이렇게 살아보고 싶은데

당신 생각은 어때?

돈 까먹을 생각 하지 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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