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는
엄마 돌아가시고 나면
짐들을 싹 다 버리고
그 집을 돈 좀 들여 리모델링할 거야
요즘 유행하는 촌캉스 숙소 알지?
우선
지붕과 기둥 서까래만 남겨놓고
다 부수는 거야
창들은 다 통창으로 바꾸어서 바깥 풍경을 오롯이 실내로 들일 거야
차경원리인거지
바닷가였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뭐 어쩌겠어 논뷰도 괜찮은 거 같아
방은 하나만 남겨놓고
다 터서 널찍하게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작정이야
벽과 바닥은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유럽식 미장을 할 거야
가구는 따뜻한 색감과 결이 살아있는 원목으로
몇 개만 들이고 최대한 미니멀하게 꾸미고 싶어
특히 조명에는 돈을 좀 쓸 생각이야
마샬스피커는 필수겠지
창들마다
차르르 가볍게 떨어지는 요루커텐을 달아서
손님들이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푹 쉬도록 하겠어
외벽은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마당에는 널찍한 현무암 판석 몇 개 깔고
나머지는 잔디로 채우는 거야
나무는 어떤 나무가 좋을까?
사이프러스?
은목서?
둘 다 심지 뭐
아 참
아침 조식도 제공할 예정이야
생선구이정식이 좋을까
아님 가볍게 브런치로 할까
이건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어
손님들이 11시에 퇴실하면
그때부터 우리 둘이는
부지런히 청소를 해야겠지
원래 깨끗한 곳이니까
크게 할 일은 없을 것 같아
먼저 창문을 다 열어 환기를 시키는 거야
마샬스피커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욕실 청소부터 해야겠지
물기를 말리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침실엔
햇볕에 잘 말라 뽀송한 침구로 갈아 끼우고
바닥을 청소기로 밀고 닦는 거지
가끔 진상손님도 있겠지?
그렇지만 우리의 내공으로 잘 대처하게 될 거야
손님이 없는 날엔
우리 텃밭을 가꾸자
상추랑 오이도 심고
파도 심어서
웬만하면 자급자족하는 거야
그리고 우리가 살게 될 별채에는 온돌방을 만들자
온돌 그거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로망이잖아
아궁이에 장작을 넣으면
온기가 아침까지 길게 가겠지?
남은 숯불엔 밤이랑 고구마를 구워 먹으면 정말 좋겠다 그치?
숙소이름은 전부터 생각해 둔 게 있어
소소가(이미 있다) 어때?
소소한 집이란 뜻이야
서유숙(이것도 있다)도 괜찮고
이건 느리게 흐르는 집이란 뜻이야
그러고 보니 어쩜 이 집엔 내 철학이 다 녹아있네
나는 목가적인 삶이 좋아
소박하게 사는 것
물질적인 욕심은 크게 없어
당신도 나도
돈에 쫓기지 않고
이렇게 유유자적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별로 없고
얼굴이 점점 맑아지고 편안해져
병원비도 덜 들겠지
나는 이렇게 살아보고 싶은데
당신 생각은 어때?
돈 까먹을 생각 하지 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