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3번 출입구를 통해 지상으로 나가니 바로 나냉정상무가 문자로 안내했던 메디컬빌딩이 우람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내... 내가 이런 곳에서 일하게 된다고?'
혜순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혜순은 대학 졸업후 얼마있지 않아 결혼한 경우라 직장생활 경험이 거의 없었다.
직장생활이라고 해봐야 6개월 이내의 짧은 경력이 다인 혜순이기에 이런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상상은 설렘 한도 초과였다.
25년 내내 꿈꾸어 왔던 커리어우먼의 실현이 바로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어서 오세요! 저기서 기다리시면 돼요."
혜순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프런트에 서있던 한우아팀장이 거의 눈이 감길 정도의 눈웃음을 치며 따뜻한 차 한잔을
가져다주었다.
잠시 후 키가 160cm도 안 되어 보이는 노년의 남자가 자동출입문을 누르고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혜순은 자신을 면접할 임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앉아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김혜순 씨!"
"네?
어떻게 제 이름을......"
혜순이 놀라며 물었다.
"보면 알죠"
혜순은 자신을 알아봐 주는 박냉정상무가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두 사람 더 오기로 되어있으니까 그때까지 여기에 좀 앉아 있으시면 돼요"
그때서야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던 혜순은 고객상담실로 보이는 방이 여러 개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프런트 뒷부분 사무실의 열린 문 사이로 콜센터용 마이크 헤드셋을 쓴 상담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 나도 저런 일을 하게 되는 건가?
내가 생각했던 일은 이런 게 아닌데......'
혜순이 생각하는 결혼정보회사 상담사는
사무실에 방문한 남녀에게 대면해서 연애조언을
해주고 좋은 배우자를 고르는 방법 같은 것을 전수하는 거였다.
어제 링고결혼정보회사 홍보영상에서 보았던 정장차림의 여성상담사들과는 사뭇 달라 보이는 분위기에
혜순은 실망감이 올라왔다.
면접은 순조로웠다.
1차 서류를 통과한 3명이 동시에 상담실 한 곳에서 면접이 진행되었고 나냉정상무는 줄곧 혜순에게만 눈을 맞추며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혜순은 평소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신념대로
솔직하고 자신감 있게 묻는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으며 3명 중 월등히 나은 결과로 합격을 자신할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합격자는 오늘 저녁이나 내일 오전 중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냉정상무의 마지막 말을 듣고 혜순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입문을 나섰다
얼굴에는 함박미소를 지은채......
집에 돌아온 혜순은 아이들과 남편에게 소리쳤다
"나 합격한 거 같아!
임원이 내 눈만 마주치고 나한테만 질문하더라고!
어디 나 같은 인재를 안 뽑을 수가 있나? 하하하"
하지만 저녁 시간이 지나자 혜순은 조금 불안해져 오기 시작했다.
'아니야
임원 혼자서 하는 결정이 아니라서 아직 못했나 보지.
사정이 있겠지......
내일 오전 중으로 연락이 올 거야.
오늘은 그만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