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순은 어릴 때부터 연애에 관심이 많았다.
12살 이후로 줄곧 누군가를 좋아했었다.
혜순이 먼저 좋아하지 않더라도 많은 남자들은 혜순을 좋아했다.
같은 동네 또래 남자아이들
중학교 때 같은 버스를 타던 첫사랑 남학생
고등학교 때 자신을 짝사랑하던 남학생
대학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처음 본 동기남학생
복학한 과선배
동아리선배
다른 과 남학생들 등등
박상민이 부르는 <무기여 잘 있거라>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얘기하는 혜순이였다.
혜순은 어느 날 나의 어떤 점이 남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까하고 과거의 남자들에게 들었던 자신의 매력포인트를 간추려 보았다.
여성스러운 부드러운 따뜻한
이런 형용사들이 주로 혜순을 지칭하곤 했었다.
혜순또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듬직한 남성다운 사람에게 끌렸다.
칼 구스타프 융의 저서 <개인의 운명에 있어서의 아버지의 의미>에 의하면
인간이 태어나서 최초로 마주치는 존재인 부모가 자신의 이상형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 이상형은 개별적인 것이 아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인류의 보편적인 부모상인데
남자는 어머니다운 여성에게
여자는 아버지다운 남성에게
끌리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체화한 남녀는 연애와 결혼이 순조롭다고 한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통하는 불문율,
남녀가 서로에게 안전기지가 될 만한 사람을 선택하고 결혼한다는 것이다.
지나고 나서 되짚어보니
혜순 또한 불안정했기에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
끊임없이 연애를 했던 것 같다.
자신의 상처와 결핍으로 그것이 결코 순탄하지 못하긴 했지만.....
혜순은 자칭 연애박사인 내가 결혼정보회사의 상담사가 안된다면 사회적으로 재능낭비라고까지 생각했다.
대한민국 출산율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싶었다.
그러면 먼저 남녀가 연애를 시작해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는데 자만추가 안 되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곳이니 자신의 연애노하우를 전달해서
빠른 성혼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혜순의 전화기는 도무지 울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전시간 내내
혜순은 점점 초조해져 옴을 느꼈다.
1분이 1시간 같고 1시간이 한 달처럼 생각되었다.
자신의 합격결정이 미루어지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이럴 리가 없어
회사에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
애매모호함을 견딘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생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상상 속 확실과 불확실의 모래성은 쌓았다 허물어지기가 반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