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순의 남편은 대형트럭기사이다.
<미래로지스>라는 운송회사에 차량지입으로 주로 철을 싣고 항구가 있는 도시와 도시사이를 운행한다.
10년째 평균 새벽 3시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한다.
기름값은 해마다 인상되고 운송료는 제자리인 탓에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내기 위한 15시간 근무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했다.
어떤 날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차에서 자는 것도 허다하다.
혜순은 외벌이로 고생하는 남편에게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컸다.
그리고 자신이 좀 능력이 있었더라면 하는 자책으로 항상 괴로워하곤 했다.
돈을 벌고 싶었다.
전업주부로서 역할이 정말 소중하고 의미 있다 생각했지만 경제적으로는 부대끼는 것이 현실이었다.
가장 큰 고민은 남편이 언제까지 일하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된 노동으로 차츰 남편의 건강에 신호가 켜진 것이다.
불규칙한 식사와 장거리 운전은 복부비만으로 이어졌고
긴장되는 운전 탓에 어깨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혜순이 링고결혼정보회사에 합격할 거라는 김칫국에 제일 먼저 기뻐했던 사람도 사실 혜순의 남편이었다.
아내가 힘든 일 하는 게 안쓰럽고 안타깝기는 했지만 혼자 짊어지는 가장의 어깨가 늘 무거웠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당신도 이제 쉬엄쉬엄 일해.
좋아하는 낚시도 다니고.
이제 이 집 가장은 내가 할게."
평소 설레발치기로 유명한 아내이긴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직장인것 같아 안심도 되고
기대도 되었다.
무엇보다도 혜순의 말에 혜순의 남편은 그동안 힘들었던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는것 같아 큰 위로가 되었다.
혜순은 결혼정보회사 상담사들의 억대연봉에 한창 취해 있었고 열심히 하면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혜순과 남편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혜순이 대학을 졸업할 당시 imf가 터졌고
취업이 어려웠던 혜순은 말 그대로 취집을 했다.
소개로 만난 남편은 듬직하고 성실해 보였다.
결혼하기에 아주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 연애박사인 혜순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부모님에게 소개하니 만사오케이였다.
결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고 혜순은 현모양처가 꿈이었기에 열심히 육아와 살림을 했다.
그런 아내가 혜순의 남편도 만족스러웠다.
아이들도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고
무엇보다 집안에 여자가 있으니
안정감이 느껴졌다.
결혼 전 자신은 타지생활로 불 꺼진 집에 들어가는 게 늘 외로웠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아내가 아이들도 다 성장했으니 일을 시작해 보겠다고 시동을 건다.
음식점 서빙도 하고 베이비시터도 도전해 보고
밤마다 취업사이트에 들락날락하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결국 링고결혼정보회사에 덜컥 합격한 것이다.
혜순의 남편은 아내가 참 지혜롭고 진취적이고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외유내강,
이 말은 자신의 아내를 두고 나온 말인 것만 같았다.
'내가 아내를 참 잘 골랐구나!'
혜순의 남편은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