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by 에이프럴

혜순은 아침마다 큰 도로와 이어진 베란다뒷문으로 오피스룩 차림의 여성들이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출근하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

그녀들이 가슴을 내밀며 당당하게 걸어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자신만 세상에서 도태된 것만 같아 주눅이 들기도 했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보안검색대를 삑 소리 나게 찍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드라마에서나 보았을 뿐

자신이 그런 회사에 다닐 일은 평생 없을 거라 여겼다.


"여러분 여기 보세요!

오늘부터 우리 회사에서 함께 일하게 될 김혜순 씨입니다.

본인 소개하세요!"


혜순이 첫 출근을 하자마자 나냉정상무가 혜순을 기존 상담사들에게 소개했다.

칸막이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상담사들이 두더지오락기계의 두더지처럼

일하다 말고 여기저기서 서거나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링고에서 일하게 된 김혜순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주목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혜순은 얼렁뚱땅 짧게 인사하고 말았다.

컴퓨터와 전화기가 놓인 책상을 배정받은 혜순이 처음 맡게 된 업무는 매니저교체인사였다.


링고결혼정보회사에는 방문이나 전화, 카톡이나 문자로 가입상담을 원하는 고객을 상담하고 회원으로 유치시키는 상담매니저랑

가입된 회원에게 프로필을 발송하고 만남을 성사시키는 일을 담당하는 매칭매니저 두 종류가 있었다.


혜순은 매칭매니저 일을 맡게 되었고 20명의 회원이 할당되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그 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매니저가 교체되었다고 인사하는 것이었다.

매뉴얼대로 몇 번 소리 내어 연습하고 수화기를 드는 순간 혜순은

공황발작이라도 난 듯 심장이 쿵쾅거리고

앞이 깜깜해져 오는 공포를 느꼈다.

처음 겪어보는 두려움이었다.

평소 혜순은 친화력 갑이라 처음 보는 사람이랑도

말을 잘 섞고 낯을 크게 가리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몇 번이나 다시 인사를 해보려고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했지만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모... 못 하겠어요..."


"아니 뭐가 어렵다고 그래요.

그냥 편하게 인사하면 돼요"


옆에서 한우아팀장이 일을 가르쳐준답시고 지켜보다가 어이없어했다.

멀리서 나냉정상무가 이 장면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혜순은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무엇이 두려운 게냐!

이것도 못하면 도대체 어떻게 세상 속으로 나갈 수 있겠냐!'


혜순은 이날 느낀 공포의 이유를 퇴근 후 여동생과 통화하면서 알게 되었다.

콜포비아!

미지의 대상이 불만을 쏟아낼 것에 대한 두려움......

그것이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회원에게 매니저가 교체되었다고 하면 불만이 나오는 것이 당연할 테고

그것을 예상하니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혜순은 오늘은 어찌저찌 넘어갔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에 대한 걱정으로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6화당신도 이제 쉬엄쉬엄 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