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는 입사동기

by 에이프럴

일하는 의욕을 잃은 채 혜순이 멍하게 책상을 지키고 있는데 혜순보다 하루빨리 입사한 이세경 씨가 나냉정상무를 따라가는 게 보였다.

둘은 상담실로 사라졌고 잠시 후 이세경씨는 책상 위에 있던 자신의 물건들을 종이백에 담기 시작했다.


혜순은 직감적으로 해고라는 것을 알았다.

이세경씨의 얼굴은 어둡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놀란 혜순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이세경씨는 무언의 몸짓으로 잠시 쳐다보더니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이내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


아무도 그녀를 배웅해주지 않았다.

며칠 점심도 같이 먹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하 호호 수다도 떨던 사이였다.

하지만 그녀와 알고 지내던 몇몇 매칭매니저들은

괜히 엮였다가는 자신에게 불이익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눈빛을 교환하며 회피하듯 빠르게 자신의 업무를 계속 이어갔다.


'분명 입사할 때는 소개를 시켰을 테지.....

그래놓고 나갈 때는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짐 싸서 나가라 한 건가?'

혜순은 곧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 분개했다.


한우아 팀장과 나냉정상무는 각자의 책상을 지킬 뿐

이 일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세경씨는 혜순과 면접을 같이 본 3명 중의 한 사람이었고 혜순이 용기로 얻어낸 추가합격이 아닌 나냉정상무가 정식으로 합격시킨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며칠 만에 자른다고?

교육을 하며 업무적응하는 수습기간에 무 자르듯 사람을 자른다고?

이런 곳이 아직 있다고?

혜순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근로계약서를 받기 했지만 아직 사인도 하지 않았고

제출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혜순은 입사 며칠 후에 나냉정상무로부터 받아서

서랍에 넣어두었던 근로계약서를 펼쳤다.

거기에는 3개월의 수습기간이라고 적혀있긴 했지만 시용이라는 글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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