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도시락

by 에이프럴

이세경씨가 그렇게 나가고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식사하러 가요!"

며칠 동안 점심을 같이 먹었던 동갑내기 최수영씨가 말을 걸어왔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오늘부터 도시락 먹기로 했어요."

혜순은 어제 회사선배를 통해서 오늘 먹을 도시락을 미리 주문해 두었다.


혜순은 입사하고 며칠 동안 박인아씨의 주도로 입사동기 이세경씨,동갑내기 최수영씨,이인자씨와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그들이 밥 먹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체할 것만 같았다.


박인아씨는 자기주장이 강했고 두 달 빨리 입사했다는 이유로 나머지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했다.

12시 땡 하자마자 엘리베이터 앞에 가서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데 뭘 그렇게 서두르는지 일도 빨리빨리, 주문도 빨리빨리, 밥도 빨리빨리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뭐든지 좋은 게 좋다는 박인아씨의 입사동기인

최수영씨는 나이가 한참이나 어려도 리드해 주는

박인아씨가 좋은지 찰싹 달라붙어 아양을 떨었다.


이 결혼정보회사는 입사시기가 비슷한 매니저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혜순은 굳이 깊이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어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남은 점심시간까지

지하철상가를 돌아다닌다며 박인아씨와 최수영씨가 둘이 팔짱 끼고 식당을 나간 후에 혜순보다 입사가 2주 빠른 이인자씨가 말한 것도 신경이 쓰였다.


"꼭 같이 어울려야 하는 건 아니에요.

점심도 도시락 싸 와도 되고, 시켜도 되고......"


이인자씨는 혜순이 박인아씨의 눈치를 보고

속도를 맞추느라 급하게 먹는걸 눈치챈 같았다.

그리고 자신도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 박인아씨가

나대는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나냉정상무가 인정하는

일머리는 있어도 박인아씨의 행동과 말투가

솔직함과 무례함 그 어느쯤에 항상 있었으니까....


이세경씨가 나가고 5명이 같이 먹던 점심은 각자의 방식대로 먹기 시작했다.

혜순은 혼자 탕비실 옆 상담실에서 배달되어 온 도시락을 먹었다.

집에 있을 때는 아점으로 대충 때우기 일쑤였는데

5첩 밥상 도시락을 보니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사무실이 메디컬빌딩 15층에 위치해 있어 창밖을 보며 느긋하게 꼭꼭 씹어먹다 보니 어느새 도시락이 다 비워졌다.


점심을 다 먹은 혜순은 뜨거운 물에 옥수수수염차 티백 하나를 넣고 우러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다 빼꼼히 사무실 안을 쳐다보았다.

삼삼오오 매칭매니저들이 빠져나간 사무실은 적막했고 혜순은 갑자기 외로움과 소외감이 느껴졌다.


'결혼정보회사가 원래 이런 곳인가

신입이라고 더 챙겨주는 것도 없고

일도 알아서 배워야 하고

밥도 혼자 먹고

매니저들끼리도 데면데면하는 곳인가?'


혼자 먹는 도시락을 선택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소외감에 뜨거운 차를 마시던 혜순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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