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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선생이다

이러려고 어버이날 그런 거였어?

by 에이프럴

올해 어버이날도 카네이션을 안 주려나?

꽃 좋아하는 엄마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옆구리 찔러도 카네이션 한송이 사다 줄줄

모르는 무심한 자식들......


나에겐 아들 둘이 있는데 큰 아들은 작년 8월부터 축구클럽에서 코치를 하고 있다.


평소 아들 둘 다 무심한 걸 알고 있는 나는 어버이날이 다가올수록 효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내일모레가 어버이날이네!

엄마 꽃 좋아하는 거 알지?

사 올 거면 빨간 카네이션 말고 살구색 사다 줘!

아니다. 두고두고 오래 보게 서양란 사줘!"


"서양란?

그게 뭐야?"


"우리 동양 반대 서양 난 종류지.

그중에서도 호접란이 예쁘더라.

흔한 진분홍 말고 연두색 호접란 사와!"


"......"


설마 설마 하며 기대했던 어버이날은 정말! 아무! 이벤트도 없었다.

........

그러고 며칠 후 난 개도 안 걸린다는 오뉴월감기에 걸려버렸다.


"콜록콜록"

며칠째 심한 기침과 몸살로 몸져누워 있는데 퇴근한 큰 아들이 안방 문을 열며


"엄마! 일어나 봐! 엄마 선물이야."

한다.


"선물? 무슨 선물?"

아들 말에 아픈 것도 잊고 발딱 일어나 아들을 보니 아들 양손에는 주렁주렁 무언가 많이 들려 있다.


자세히 보니 내가 좋아하는 베*킨 아이스크림케이크

여러 개의 카네이션 다발들

각종 선물상자...


꺄아악 ~~~!!!!!

난 기쁨의 내적 함성을 질렀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 스승의 날이네.'

집 앞 중학교에서 온종일 행사소리를 들어놓고도 깜박하고 있었다.


아들이 가르치는 제자들이 우리 아들에게 준 존경과 감사의 여러 가지 선물포장을 우리 부부는 하나하나 같이 풀어보면서(아들의 허락하에)

우리가 받은 것보다 더 행복해했다.


아들은 피지컬도 우월하고, 가르치는 능력도 타고난 듯 차분하게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대표에게 나름 인정을 받고 있다.

거기다 아이들도 잘 따르니 부모로서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다. 이런게 효도지 다른게 효도겠는가?


늦은 밤, 말끔하게 치운 하얀 식탁 위 카네이션 화병을 바라보며 나는 작게 속삭인다.

"최고의 카네이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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