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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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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돌 May 28. 2024

연(애는)어(설픈 아이)의 꿈 - 소개팅 편(5화_최종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ㅋㅋㅋ

연어는 퇴근 전부터 분주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무언가 열심히 검색하는 모습이었다. 궁금했다.

'저 녀석 뭐 하는 거지?'

조심스럽게 연어의 자리에 다가갔다. 연어는 옆에 내가 온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괜히 방해하는 것 같아 조용히 지켜만 보기로 했다.

'가만있어 보자! 이 녀석 지금 휴대폰으로 뭘 보고 있는 거지?'

'재미있는 뉴스라도 뜬 건가?'

'아하!'

연어의 휴대폰 화면에 검색된 것을 보니 '대학로 연극 공연'이었다.

아마도 이번 데이트 코스는 연극을 볼 모양이었다.

그제야 연어도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는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어! 너 언제 왔어? 인기척이라도 좀 하지... 깜짝 놀랐네?"

"ㅋㅋㅋ 나 온 줄 진짜 몰랐어?"

"하도 집중하고 있길래 그냥 조용히 옆에 온 건데... 괜히 말 걸면 방해될 것 같아서..."

"이번 데이트는 연극 보러 가기로 했어?"

"음... 뭐 그냥... 연극 어떤 게 있는지 한 번 보는 거야..."

"ㅋㅋㅋ. 뭐가 부끄럽냐? 내가 재밌는 공연 추천해 줄까?"

"아니! 괜찮아! 그냥 보는 건데 뭐... 그런데 혹시 재밌는 연극 최근에 본 적은 있어?"

"ㅋㅋㅋ. 당연하지! 형이 또 연극 보는 거 취미가 있거든!"

"그럼 뭐... 한 편 추천해줘 보던지..."

연어는 나에게 뭔가 훔치다 들킨 것 마냥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음... 요즘 대학로 연극 중에 인기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오백에 삼십'이라는 공연이 있는데..."

"그냥 생각 없이 웃으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연극인데... 싫어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래? 그럼 나도 한 번 생각해 볼게!"

"언제 또 만나기로 했는데?"

"뭐! 누굴? 안 만나거든! 그냥 이제 자리로 돌아가줄래?"

"ㅋㅋㅋ 알겠다! 암튼 재밌게 잘 보고 와라!"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연어는 후다닥 퇴근을 해버렸다.

아마 내일이 약속인 듯했다. 

'아직까지 만나는 걸 보면 이번에는 잘 돼 가는 듯하네... 다행이다. 꼭 잘됐으면 좋겠다!'


집에 도착한 연어는 자신이 고른 연극 몇 편과 내가 골라준 공연을 캡처해서 그녀에게 카톡을 보내

주었다. 선택할 수 있도록...

[혹시 이 중에서 보고 싶은 연극 있어요?]

[코미디, 멜로, 스릴러... 좀 다양한 장르로 하나씩 골라봤는데...]

바로 답장이 왔다. 약간은 실망스러운 답장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백에 삼십이 재밌을 것 같은데요?]

[아! 네! 그럼 그걸로 예매할게요.]

[아니요! 이번에는 제가 예매할게요. 계속 받기만 한 것 같아서...]

[아! 괜찮은데... 제가 보러 가자고 한 건데...]

[그럼 연극은 제가 예매할 테니, 연어씨는 밥 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공연장 앞에서 만나요!]

회사에서 틈틈이 재밌다고 생각되는 공연을 골라봤는데... 결국 그녀는 연어가 열심히 검색한 공연이

아닌 내가 추천해 준 공연을 선택했다고 전해 들었다.

거기에 약간 서운함을 느꼈었나 보다. ㅎㅎㅎ 귀여운 자식!


다음 날이 밝았다. 연어는 차를 두고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했다.

'괜히 차 가져갔다가 주차할 곳도 없을 것 같고... 혹시나 술이라도 한 잔 하게 된다면...'

지하철 역으로 가는 중에는 비가 내렸다.

'아...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만... 갑자기 웬 비가 이렇게 많이 온다냐...'

[지금 비가 많이 오는 것 같네요. 아직 출발 전이시면 우산 챙겨 오세요!]

[아! 그래요? 감사해요. 저 이제 막 나갈 참이라.. 조금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괜찮아요. 아직 시간 많은데... 천천히 오세요.]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예매번호 보내드릴 테니 미리 티켓 좀 받아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연어는 그녀의 요청에 따라 티켓을 먼저 받아서 대학로 주변을 한 바퀴 거닐어 보았다.

'음... 여긴 이 메뉴가 유명하고... 여기는...'

낯선 곳이기에 미리 연극이 끝나고 난 후, 가게 될 식당들을 한 번 서치 해 본 것이다.

'오~ 좋은 자세야! 연어 파이팅!'


그러고 나서 지하철 입구 쪽에 시간 맞춰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비는 그친 상태였다. 지하철이 도착했는지 사람들이 한꺼번에 출구로 쏟아졌다.

'놓치지 말아야지! 괜히 또 엇갈리면 낭패다!'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연어의 눈에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어! 음... 아닌 거 같은데... 에이.. 아니다!'

그리고 다시 눈길을 출구 쪽으로 돌렸다. 그런데 아까 본 그녀가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아... 맞는구나!'

연어는 내색을 하지 않고 반갑게 인사를 하며 그녀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이제 비가 그쳐서 다행이네요."

"네! 안 그래도 계속 비 오면 어쩌나 했었는데..."

"아직 시간이 쫌 남긴 했는데... 주변 한 바퀴 걸으실래요?"

"음... 우리 커피 한 잔 마시는 건 어떨까요?"

"아! 그래요? 그렇게 해요!"

뭔가 처음부터 삐그덕 대는 느낌이었다. 

공연장 바로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상하게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툭~ 툭 끊기는 느낌이랄까?


커피를 다 마시고, 공연시간이 임박하여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은 지하 2층에 위치해 있었다. 앞쪽으로 예약을 했는데, 괜찮은 좌석이라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극 시작 전, 바람잡이를 하는 배우가 나와서 관객들에게 퀴즈를 내며 선물을 주었다.

연어는 정답을 알고 있는 것도 손을 들지 못헀다. 괜히 쑥스러웠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연어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연극은 시작되고, 암전이 되었다.


오백에 삼십... 보증금 오백에 월세 삼십을 내면서 빌라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몇 가지 사건들을

소재로 이끌어가는 내용이었다. 진짜 가볍게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그런 내용이었다.

객석을 둘러보니 대부분 연인이나 가족들이 함께 온 듯했다.

'음... 우리는 무슨 관계지?'

친구도 연인도... 가족은 더더욱 아닌... 그냥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

아마 이 공연장에서 제일 어색한 그런 사이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두 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다.

3시 공연이었는데, 5시 정도에 마치다 보니 시간이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혹시 저녁 드시러 가실래요?"

"네! 가요. 어디 괜찮은 곳 아는 데 있어요?"

"아! 아까 전에 좀 일찍 와서 몇 군데 둘러보긴 했는데... 어떤 걸 좋아하시는지 잘 몰라서..."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

"음... 그럼 스파게티도 있고, 피자... 중식도 있고... 찜닭도 있고..."

"많이 보셨나 보네요? 그럼 우리 찜닭 먹으러 갈래요?"

"찜닭 좋아하세요? 그럼 아까 봐둔 곳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실래요?"


대학로다 보니깐 어디든 사람이 많이 붐볐다. 다행히 한 번에 길을 찾아 식당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이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혹시 술 한잔 하실래요?"

"아니요. 전 어제 많이 마셔서... 연어씨 드시고 싶으면 한 잔 하셔도 괜찮아요."

"아! 그럼 그럴까요?"

소주와 맥주를 한 병 시키고, 그 자리에서 반주삼아 소맥을 말아먹었다.

연어도 알았다. 진짜 이게 마지막 만남이라는 것을 왠지 모르게 직감했다.

연어는 그 자리에서 소맥을 말아먹은 게 아니었다. 

그냥 네 번째 만남 자체를 말아먹은 느낌이었다.


식사를 하면서도 대화는 이 전보다 줄어들었다. 아니 대화가 줄어들었다기보다는 얘기 소재거리가

별로 없었다. 생각도 나지 않고, 뭔가 더 궁금한 부분이 떠오르지 않았다.

네 번째.. 아니 세 번째 만남이면 친해질 때가 된 것 같았는데 오히려 더 불편함을 느꼈다.

연어뿐만이 아닌 듯했다. 상대방 또한 뭔가 시원찮은 느낌이라는 것을 연어도 눈치를 챈 듯했다.

주문한 음식과 함께 연어는 소주 한 병, 맥주 두 병을 그 자리에서 다 마셨다고 한다.

물론 취한 상태는 아니었고...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제 뭘 해야 되지? 그냥 각자 집으로 가자고 하면 뭔가 이상한 걸까?'

'그럼 어디로 가자고 해야 되지?'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 연어에게 그녀가 말했다.

"그럼 이제 집으로 갈까요? 지하철 몇 호선 타세요?"

'잉? 집으로? ㅋㅋㅋ 이 분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짐작하고 있는 거구나..'


"아! 네네. 전 ㅇ호선 타고 가면 됩니다"

"네. 오늘 연극 재밌게 잘 봤어요. 조심히 가시고요."

"네! 저도 덕분에 좋은 시간 보낸 것 같아요. 그럼 들어가세요!"

이렇게 허무하게 만남은 끝이 났다.


연어는 생각했다. 아니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 보았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던 그녀를 처음 봤을 때... 그녀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녀가 맞더라도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때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외모가 못 생겼다거나 그런 느낌과는 다름) 이상하게 낯설게 느껴졌기에...

그리고 카페로 이동하는 중에도 인사말로...

"혹시 저 연극은 보셨어요?"라는 질문에...

"아니요. 아직 못 봤어요!"

"그래요? 재밌다고 하던데... 다음에 시간 되면 보러 오실래요?"

"아... 그때 한 번 보고요. 그런데 저 연극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아! 네네..."

여기서 그녀의 마음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이 분도 나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구나.'

괜히 혼자 그런 마음이 들어서 연어는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공연을 보는 동안에도... 식사를 하는 순간에도...

뭔가 느낌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겠지만...


더 이상 후회가 남지 않았다고 했다. 

만약 이번에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쉬움이 컸을 테지만...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게 되니 미련도 아쉬움도 후회도 전혀 없다고 했다.


그렇게 연어의 소개팅은 끝이 나고 말았다.

이건 연어에게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되는 건가?

아님 새드엔딩?


이 얘기를 나에게 하는 연어의 모습에서는 전혀 슬픈 티가 나지는 않아 보였다.

아니 일부러 애써 밝은 척했던 걸까?


왜 연애는 잘 안되는 걸까? 아니 못하는 걸까?

다른 건 그래도 그럭저럭 해나가는 편인데... 유독 연애... 아니 여자 앞에서는 숫기가 없는 모습이고

자신감도 부족한 듯해 보인다. 


지난번 연어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이제 진짜 소개팅이나 여자 만나는 건 못할 것 같아. 너무 힘들다! 그냥 혼자가 편한데..."

"남들 눈에는 혼자 있는 게 쫌 안 돼 보이고, 불쌍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전혀 그렇지 않은데... 진짜 이제는 혼자 지내는 게 너무 편하고 난 재미있는데..."


진짜 연어의 마음이 내심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분명 좋은 친구인데.. 그리고 좋은 사람인데...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언젠가 연어에게도 좋은 짝이 생기겠지?

너무 옆에서 부추기지는 말자!

그냥 자연스러운 만남이 생기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연어야! 너무 처져있지 말고! 

언젠가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내가 옆에서 항상 지켜볼게! 파이팅!!!


에필로그

연(애는) 어(설픈 아이)의 소개팅 편...

역시 예상대로 발전적인 관계로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애도 경험이라고 했으니, 연어도 이런 경험들을 발판 삼아 언젠가는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죠?

그럼 다음 편에서는 연어의 찐 연애 스토리를 한 편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설프긴 해도 연애 경험이 있다고 하니...

얼마나 어설픈 연애를 했는지 옆에서 들은 이야기를 또 한 번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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