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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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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돌 Apr 16. 2024

연(애는)어(설픈 아이)의 꿈 -  소개팅 편(4화)

연애는 삶의 활력을 준다는데... 연어는 왜 시작도 전에 답답해할까?

기분 탓인지 날씨도 화창하게 느껴졌다.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에 연어는 가는 길에 세차장에 잠시 들러 먼지로 덮인 차를 깨끗이 씻어주었다.

세차를 하고 나니 이제 정말 모든 준비를 다 끝낸 듯 뿌듯함마저 들었다.

즐겨 듣는 노래를 들으며,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그녀와의 약속 장소로 가기에 시간은 충분했기에 연어는 속도를 내지 않고 안전운전을 택했다.

"처음이야~ 내가 드디어 내가~ 사랑에 난 빠져버렸어~ 혼자인 게 좋아~~~"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자 평소와 같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따라 불렀다.

그렇게 차 안에서 관객 콘서트를 펼치며 연어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아직 그녀는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집 근처 성당 앞에서 기다린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아! 벌써 도착하셨어요? 저 지금 가고 있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실래요?"

"아! 네네! 천천히 나오셔도 됩니다."

전화를 끊고 5분 정도 지났을까? 차창 밖으로 낯익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길가에 차를 세운 터라 내려서 문은 열어 주지 못했다.

'내려서 문을 열어줬어야 했나? 아니야... 좀 그런 게 오히려 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

연어가 이 두 가지 생각에 혼돈스러움을 느끼는 순간 그녀가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에요. 저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지내셨어요?"

"네네. 오시는데 차는 안 막혔어요? 멀리 오라고 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네요."

"아니에요. 어차피 이 근처가 누나 집이라...

저녁 시간되니깐 날씨가 좀 쌀쌀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게요. 낮에는 햇빛이 쨍쨍하니 따뜻한 것 같던데... 괜찮아요. 저 추위 많이 타는 편이 아니라서..."

"네! 그럼 출발할게요. 안전벨트 매 주세요!"


출발 전, 잠깐이었지만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간 것 같다는 생각에 혼자 뿌듯해하는 연어.

운전을 하는 동안에도 말의 흐름이 끊기지 않기 위해 연어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녀를 만나기 며칠 전이 추석 연휴였기에 자연스레 가족들 이야기와 취미, 그리고 오늘 예약한 메뉴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추석은 잘 보내셨어요?"

"네. 고향에 갔다가 연휴 끝나기 이틀 전에 올라왔어요. 언니네랑 다 같이 밥도 먹고 재밌었죠."

"연어씨는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연어는 추석 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 그녀를 위한 작은 선물도 차 뒤에 준비를 해두었다.

"네. 이번 연휴가 길어서 재밌게 잘 놀다 왔어요."

그리고 운전을 하던 중 등산 얘기가 나왔는데...

"연어씨는 등산 좋아하세요?"

"등산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다니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대구 팔공산 아세요? 거길 그나마 자주 가는 편이에요. 그렇게 높은 산도 아니고 올라가면

갓바위라는 부처님이 있는 곳인데... 사람들 소원빌러도 많이 오시고 해요. 가끔 힘들거나 할 때 찾는 곳이긴

해요."

"팔공산이요? 저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진 못한 것 같네요. 가을에 학교 동기들이랑 산에 가기로 했는데..."

"아! 그래요? 가을단풍 보면 예쁘겠네요. 혹시 언제 가세요?"

"음... 아직 가자고만 했지, 날짜는 정해진건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 저랑도 언제 한 번 같이 가실래요?"

갑작스러운 연어의 등산 플러팅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대답을 기다리는 연어는 초조했다.

'그래.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다면 간다고 하겠지? 가기 싫다고 하면 뭐 마음이 없을 수도 있는 거니..'

시선은 운전 때문에 앞만 응시하고 있지만, 마음의 눈은 그녀의 입에 집중해 있는 연어.

"네! 좋아요! 언제 시간 맞춰서 같이 한 번 가요."

다행이었다. 그녀의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그렇게 이다음의 약속이 또 한 번 정해졌다.

오늘의 만남이 끝이 아니라 생각이 들었기에 연어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듯했다.


드디어 ㅇㅇ산성에 도착을 했다.

이번주부터 야간개장이라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내비게이션에 주차장을 도착지로 검색하여 출발했지만,

아쉽게 그 장소는 이미 만차 상태였다.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산성 인근을 두세 바퀴 돌았지만 쉽게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자는 그녀의 말을 듣고 방향을 바꿨다.

산성 가까이에는 아예 주차 공간이 없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나오고 나서야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걸어서 10분은 걸릴 정도의 거리인 듯했다.

'아!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해버린 건가?'

"아깝다. 아까 그 주차장에 차를 댔으면 이렇게 멀리까지 오지 않았을 건데... 혹시 다리 아프지 않겠어요?"

"아니에요. 이 정도야... 저 걷는 거 좋아해서 괜찮아요."

"그럼 다행이네요. 그럼 우선 식사부터 하러 가실래요?"

"네! 좋아요!"

그리고 연어는 주변을 두 리번 두리번거렸다. 길치인 연어...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식당 가는 길을 찾으려는 찰나...

"저번에 길 잘 못 찾는다고 하셨죠? 장소 알려주시면 제가 찾아볼게요."

"아... 미안해요. 제가 길 찾는 걸 진짜 잘 못해서... 여기에요."

그녀는 휴대전화에 나오는 지도를 보며 마치 아는 길인 것처럼 성큼성큼 길을 나섰다.

그 뒷모습이 왠지 믿음직스럽다고 나중에 연어가 얘기해 준 기억이 난다.ㅋㅋㅋ


식당을 가는 길은 산성을 가로질러 가야 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가족 단위로 소풍을 나온 사람들도 있고, 지금의 연어와 같이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나온 연인들도 많았다.

'이렇게 다니니깐 꼭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러 나온 기분이 들긴 하네. 그런데 데이트를 하면 이런 기분인가?'

연어는 순간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스스로 되물어 보았다.

'지금 이 기분이 좋은 건가? 막 두근거리는 느낌도 아니고 설렘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렇다고 싫은 기분이 드는 것도 아닌데...

오랜만에 이런 상황을 맞이해서 그런가? 잘 모르겠네.'

연어는 현재 자신의 기분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참 걸어간 후 드디어 예약한 식당을 찾았다.

한옥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건물이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 덕분에...


식당 안은 요즘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기 딱 좋은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었다.

연어는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곳에선 왠지 카메라를 꺼내 들어야 되는 느낌?

일단 주문을 먼저 했다. 스파게티를 각자 시키고, 그녀는 하이볼을 곁들였다.

"어떡해요. 하이볼 너무 맛있는데, 같이 한 잔 드셨으면 좋은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운전해야 되니 어쩔 수 없죠. 대신 맛있게 드셔주세요."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꾸덕한 스파게티와 매콤한 스파게티...

원래 생각은 두세 가지 종류의 음식을 주문해서 같이 먹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물어봤을 때

부터 그렇게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각자 스파게티를 자신의 앞에 두고 먹기 시작했다.

연인 사이였다면 서로의 음식을 같이 맛보면서 먹어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꾸덕해진 스파게티...

'역시... 아직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스파게티나 이런 음식은 좋지 않은 게 맞는구나...'

연어는 소개팅에서 이런 식사자리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왠지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고, 음식도 소화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녀 또한 많이 먹지는 못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이야기 소재거리도 떨어진 탓에 점점 어색함이

생기는 것 같아 음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몇 분 동안은 아무 말 없이 서로 그냥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연어가 먼저...

"아. 죄송해요. 제가 말 주변이 없어서..."

"아니에요. 전 꼭 말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있어도 되고..."

"그래요? 전 그냥 이렇게 침묵이 흐르니 뭔가 답답함도 느껴져서... 혹시 불편한가 싶어서..."

"제가 진짜 말수가 없는 편인데... 혹시라도 제 모습을 사무실 사람들이 봤으면 놀라긴 했을 거예요."

"쟤가 원래 저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었어?라고..."

"그래요? 연어씨 원래 그렇게 조용한 사람이에요?

 얘기 잘하시는 것 같은데..."

쓸데없는 얘기로 겨우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음식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들어왔을 때는 밝은 편이었는데 벌써 어두컴컴

해져있었다.


"좀 있으면 야간 비행이나 폭죽도 터트린다고 하는데... 괜찮으면 구경하고 갈래요?"

"구경하고 싶으세요?"

'응? 이 말은 그냥 가고 싶다는 뜻인가?'

"아니요. 그냥 배도 꺼뜨릴 겸 해서... 피곤하세요?"

"아니요. 피곤한 건 아니고 그럼 우리 좀 걸을래요?"

"네! 그럼 한 바퀴 같이 걸어요."

솔직히 연어는 자신이 없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심각한 길치였기에... 지금은 앞이 환하게 보이는 시간도

아니었다. 이곳에 여러 번 와서 익숙한 길이라면 그나마 덜했을 테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런 연어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냥 우리 편하게 걸어요. 일단 차 있는 쪽으로 간다고 생각하면서 걸어가요. 어차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가다 보면 구경도 되고 좋을 것 같아요."

"아. 네네..."


식사 전과는 달리 둘 사이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냥 산성의 경치만 바라보며 걷는 듯했다.

연어는 더 이상 대화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저녁이 되니 찬바람도 불어 춥기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책, 데이트를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해맑고 즐거워 보였다.

연어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읽을 수 있었다. 뭔가 찡그리고 있는 표정.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는 그 표정.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20~30분 정도 지나자 무슨 행사가 시작하려는 듯했다.

"혹시 앉아서 구경 좀 하다 갈래요?"

"구경요? 음... 불꽃놀이 같은데... 괜찮으면 우리 차 있는 데로 걸어가면서 보실래요?"

"좀 피곤해서..."

"아! 네. 그럼 그렇게 해요. 불꽃놀이니깐 걸어가면서 충분히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차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후, 그녀의 집으로 다시 향했다.


차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혹시 화났어요? 제가 불꽃놀이 안 보고 와서?"

"네? 아니요! 제가 무슨 화를 내요. 그냥 거기 익숙하지도 않은데 괜히 가자고 한 것 같아서...

그게 좀 미안해서 그런 거지... 화를 낼 이유가 업잖아요."

"아니에요. 재밌었어요. 그냥 갑자기 제가 피곤해져서..."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돌아가는 길은 차도 막히지 않았고,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다음 주에 또 만나자고 해야 되나? 이런 분위기에서 얘기를 꺼내도 될까? 또 이런 분위기면 어떡하지?'

'아... 난 이런 답답한 상황이 정말 싫은데... 그냥 오늘로 끝낼까?'

"연어씨. 늦었는데 운전 조심하시고요. 그럼 저 그만 가볼게요."

"아! 잠깐만요! 이거 가져가실래요?"

여행지에서 사 온 간식과 작은 선물이었다.

"어머! 저한테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그렇게 기다려온 데이트(?)는 끝이 나고 말았다.

그녀가 집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연어는 차 안에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전화를 할까? 다시 또 한 번 만나자고 해볼까?'


뭔가 이렇게 헤어지는 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한참 생각을 하다가 연어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잘 들어갔어요? 혹시 다음번에 또 한 번 만나 볼래요? 오늘은 너무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뭔가 아쉽네요."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네! 잘 들어왔어요. 전 오늘 괜찮았는데...

그래요. 우리 다음에 또 봐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끝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만남을 가지기로 했다.

연어는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지금 이 상대가 좋아서 계속 만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상대방에 대한 궁금함인지...

이것도 아니라면 의무감으로 만나는 건지...

어떤 생각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한 번 더 만나서 확인해 보고 싶었던 연어였다.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아니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연어는 오늘 무척 고되고 힘든 하루였다고 나에게 털어놓았다.


연애...

누군가에게는 쉽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의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것인 것 같다.


특히나 우리 연어에게는 더더욱이 말이다.

힘내라!! 내 친구 연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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